지금 코인판 몇 시? 개판 오분전!
국내 암호화폐 업계가 내년 3월 25일 특금법 시행까지 98일을 남겨두고 작금의 상황은 혼돈 그 자체다. ISMS 인증부터 실명계좌 심사, 오더북 공유 금지 등 각종 제약으로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정부의 각종 규제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국내 거래소에 상장하는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특히 ICO를 금지했음에도 재단과 거래소는 '오늘만 산다'처럼 상장과 관련된 이슈 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14일 특금법 시행령 입법예고의 의견 수렴이 끝났다. 이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의 심사를 진행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에 이어 공포되면 2021년 3월 25일 국내 암호화폐 업계의 판이 '대격변' 수준으로 바뀔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ISMS 인증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기면서 3단계 시행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ISMS 인증에 필요한 현장 심사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이례적으로 ISMS 의무 대상자와 신청 기업, 기관만 2개월 연장했지만, 과기부와 KISA 측은 '연장 검토'로 가닥을 잡은 게 전부다. 이조차 2개월 연장이 아닌 검토 단계에 머물러 불과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심사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20년 12월 기준 ISMS 인증번호를 부여받은 거래소는 10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거래소는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10곳 중에서 일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는 실명계좌 심사를 준비할 수 있어 한숨을 돌린 게 전부다.
특히 정부가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을 금융권의 재량에 맡기면서 현재 영업 중인 거래소는 위태해졌다. 일단 거래소는 다크코인을 모두 상장 폐지해야 하며, 제휴된 거래소와 오더 북도 모두 없애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핫월렛과 콜드 월렛, 거래소 예치금과 투자자의 자산을 분리해 금융권의 실명계좌 심사를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도 거래소에 상장되는 프로젝트는 연일 계속되고 있으며, '고위험 고배당'이라는 시한폭탄을 가진 거래소를 이용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ICO만 금지했을 뿐 '상장은 상관없다'고 외치는 일부 업자들의 유혹에 텔레그램, 밴드, 오픈채팅방에는 여전히 '리딩방'이라는 이름으로 성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암호화폐 업계에서 리플 보유자만 스파크 토큰(FLR)을 에어드랍과 관련된 공지를 안내한 거래소와 그렇지 않은 거래소가 딱 개판 오분전이다. 일반적인 알트코인의 에어드랍도 아닌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 순위에서 손에 꼽히는 리플이었음에도 제휴된 곳만 에어드랍, 나머지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동안 투자자는 거래소의 역량만 보고 투자한 게 전부인데 이번 리플 에어드랍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과거 '묻지마 투자' 분위기에서 거래소의 자격을 꼼꼼히 살펴보는 냉철한 시각이 더해지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특금법 시행 이후 거래소의 생존을 점치고 있다.
제도권 진입을 숙원으로 외쳤던 국내 암호화폐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견을 얼마나 제출했느냐에 따라 특금법의 후폭풍이 결정될 전망이다. 현실적인 의견 개진없이 특금법이 시행된다면 피해자는 거래소가 아닌 투자자다.
거래소가 입 아프게 강조했던 고객을 위한 최선의 행동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심사에서 만천하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살기 위해 고객을 '읍참마속' 했다면 국내 암호화폐 업계는 산업이 아닌 코인판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