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룰 핵심은 해외서 전송된 암호화폐 수익 출금 차단
해외 거래소로 이전, 전송, 출금 빗장 거는 트래블 룰 적용 앞두고 폭풍전야
드디어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 수리 서류 마감이 오늘(24일) 오후 11시 59분에 종료된다. 그 결과 25일부터 미신고 서류 접수 거래소는 즉각 불법 영업, 신고 서류를 접수한 사업자 중에서 신고 수리가 되지 않는 사업자도 불법이 된다.
항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금소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올해 3월 25일에 시행됐다. 특금법은 기존 사업자의 유예기간을 6개월로 설정한 것에 불과하고 금소법은 계도기간 6개월을 거쳐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식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에 접수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에 관한 정보공개 현황'에 12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 업비트는 신고 수리가 완료된 특금법 1호 사업자로, 2호 사업자는 빗썸이 점쳐지고 있다. 업비트가 지난달 20일에 접수해 이달 17일에 신고 수리가 완료된 기간을 고려하면, 내달 10일 전후로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의 코드 연합체의 운명이 결정된다.
남은 사업자는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를 받기 위해 원화마켓을 포기했으며, 바이낸스나 비트프론트 등의 해외 거래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글을 모두 지웠다. 신고 서류를 접수하지 않았으므로 이제 이들은 당장 내일부터 국내 특금법을 무시한 불법 거래소 취급을 받는다.
이를 두고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거래소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하더라도 우회접속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고 팁과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지만, 내년 3월 트래블 룰이 적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A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입출금이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힘들게 살아남았는데 출금 허용했다가 문을 닫을 수 있으니 현재로선 출금 차단 시기를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ㄱ 거래소가 ㄴ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전송하면서 두 개의 사업자가 KYC 규칙을 합의했다면 문제가 없다. 반면에 둘 중에 하나라도 KYC 규격이 협의되지 않거나 한쪽이 불법 거래소라면 출금을 요청한 거래소가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명분이 트래블 룰이다.
이미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건으로 협력 체제를 구축해서 지갑 주소를 공유하고 동결했던 방식을 출금 차단에 적용하는 셈이다.
거래소 간 전송이 막힌다면 투자자에게 아임토큰, 메타마스크 등의 개인지갑을 경유하는 방법이 존재하지만, 출금 수수료를 2회 이상 소비하므로 출금 대기와 수수료를 고려한 수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거래소에서 출금해 해외 거래소에서 마진 거래를 이용, 수익화를 위해 다시 국내 거래소에서 입금해 원화로 출금하는 과정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이는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특금법이 시행 중인 상황에서 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으로 둔갑, 특금법의 관리를 받는 거래소가 졸지에 자금세탁소가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B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출금 차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트래블 룰을 적용하면 자연스럽게 출금이 차단되므로 혼선과 충격을 대비해 정부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거래소는 자금세탁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트래블 룰 적용을 빌미로 출금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 거래소 업계 관계자들은 적용 시기만 다를 뿐 출금 차단의 명분이 존재, 3월 이전에 차단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 이유는 특금법과 같은 날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에 언급된 외국환거래법의 존재다.
해외 거래소의 마진수익을 국내 거래소에 전송해 이를 원화로 출금하는 과정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는 환치기로 접근하면 시정, 경고, 주의 등 정부 당국의 조치가 받게 되면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나 직권말소까지 나온다. 거래소의 수익을 위해 허용했던 출금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생존과 직결되므로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가 트래블 룰 적용을 서두르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트래블 룰로 입금만 되고 출금이 막히면 국내 거래소 전체가 가두리 메타가 돌아가는 시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해외 거래소는 IP를 차단하더라도 VPN으로 접속해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 실현을 위해 국내 거래소로 전송을 성공했어도 출금을 차단하는 최악의 경우를 현실로 마주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특금법 시행 전 프라이버시 코인을 정리하고, 제휴된 해외 거래소와 오더 북 공유를 중단해 ISMS 인증번호와 실명계좌 발급에 사활을 걸었던 거래소의 생존 게임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