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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9 - [뉴스 센터/기획] - 안녕하세요, 저는 13년 차 개발자입니다


지난 4월 '안녕하세요, 저는 13년 차 개발자입니다'에 이어 오랜 기다림 끝에 2부를 연재한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욕심을 위해 또 다른 개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제는 주변의 장애물이 없어진 상황에서 연재로 이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키보드를 두드린다.



1부 줄거리

"개발자로서 자존심은 개뿔. 3개월 안에 나도 개발자로 입봉한다!"

그러나 그의 첫수는 입봉을 가장한 카피캣이었으니....



게임업계에서 경력과 실력은 정반대의 뜻을 가진 용어로 통한다. 경력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게임을 개발한 경험, 실력은 프로젝트 상용화와 차트에 머물러 있는 기간, 각종 기사를 통해 노출된 매출 금액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로 통한다.


이제부터 그가 경험한 기억의 단편을 토대로 재구성한다.



그에게 첫 시련이 다가온 것은 본인의 의지보다 주변의 상황이 먼저 작용, 찾아왔다.


"김PD, 요즘 이런 게임이 뜨는 것 같고, 해외는 조금은 다른 스타일의 게임이 뜨네! 기획팀에 분석 맡겼는데, 결과 나올 때까지 한 번 해보고 느낌 좀 알려줘!"


처음에는 대세 게임이라 생각했는데 다운로드 엠블럼이 1만, 해외 게임은 100만. 언팩을 해보니 구조가 비슷했고, 돌아가는 로직이나 몇몇 곳은 아예 소스를 재활용한 것처럼 모든 것이 유사했다.


"대표님, 이거 리패키지 수준인데요. 이런걸 굳이 왜 분석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획팀 분석보다 조금 해보니 적당한 인앱과 광고, 실수인 것처럼 보이는 미스 터치까지 이거 꾼들이 만든 건데..."



"아~퍼블리싱 미팅 갔다가 우리가 개발 중인 게임도 괜찮다고 해서 아 일이 잘 풀리나 싶었거든. 


밥먹으면서 계약금이랑 원하는거 이야기하다가 폰에 있는 걸 보여주더니 이런 게임에 대해 묻길래. 처음에는 동향 분석인가 싶었는데 나중에는 대놓고 이야기하더라고"



아무래도 회사에서 팀을 이끌고 있는 PD에게 의사를 묻길래 단순한 동향 파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퍼블리셔는 카피캣을 주문한 것이고, 이 프로젝트를 납품 전에 착수금과 완료되면 계약금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회사 프로젝트 게임까지 퍼블리싱을 보장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지금까지 개발만 해왔지, 퍼블리셔나 다른 업의 미팅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탓에 대표가 그래도 개발자 마인드를 갖추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개발자 출신 대표 이전에 직원의 월급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서 카피캣은 확실한 돈이었다.



"그 옥상에서 커피먹다가 팀원이랑 이야기하다가 대충 들었는데, 솔직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제가 뭐 예술가도 아니고, 평범한 월급쟁이인데 별수 있습니까. 


이거 본떠서 몇 군데만 손보고 넘겨주면 저희도 좋은 거잖아요. 대신 그 과정에서 카피캣으로 크런치는 좀 그렇고, 사내 프로젝트쪽 한두 명만 충원만 해주시면 됩니다!"



"아 그래? 나도 좀 그런데. 그런 게 싫어서 나와서 차린 건데, 업계 사정 잘 알잖아.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도 없고, 돈이 들어와야 사람도 뽑고, 직원들 눈치도 안 보고. 


그럼 이번 기회에 김 PD가 팀을 분리해서 총괄 좀 맡아주라. 게임은 내가 열심히 팔아볼게."


앞뒤가 꽉 막힌 개발자도 아닌 평범한 월급쟁이라 생각했고, 이력서보다 이직하기 전에 몇 번 만나서 '그냥 게임 개발해보고 싶다'는 말에 덜컥 이직했던 곳이라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죄책감보다 생존이 우선이었다.


기획서 대신 받아든 APK 언팩으로 과정은 필요 없고, 결과만 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정을 빡빡하게 잡았다. 그렇다고 팀원이 모두 찬성한 것도 아니었고, 이견은 있었다. 문제는 팀 회식 때 터져나왔다.



"아 이런저런 사정 충분히 알겠는데요. 그래도 PD님 이건 좀 아니잖아요. 아니 머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게임이라고 저희가 베끼면 저희 개발사인가요 아니면 공장인가요. 


괜히 소문나면 좀 그렇고. 이런 건 기자들도 모르고, 기사가 없다고 해도 블라인드나 개발자 커뮤니티에 퍼지면 저희는 뭐가 되죠. 그냥 개쪽이에요. 지난번 인디게임 하나 베꼈다가 개같이 까이는 거 봤잖아요"



그 순간 고깃집에서 삼겹살이 타들어 가는 치익 소리가 가슴이 타들어 가는 소리처럼 들렸다. 이직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개발만 했지, 정작 상용화 게임도 없던 온라인 게임 개발팀장. 뉴비들이 엔진 책을 들고 다니면서 주말에 모여서 스터디해서 쪼여오던 그때의 상황과 비슷했다.


"나도 전에 다니던 곳에서 스마트 폰 무시했던 꼰대라고 사내 게시판에 고발당한 사람이야. 근데 여기 와보니 상황이 변했잖아. 


너네들도 예전에 병특이나 열심히 해서 그냥 회사가지. 왜 게임 회사 왔냐? 머 뻔한 거 아냐?"


"야 인간적으로 까놓고 이야기하자. 여기서 평생 뼈 묻을 놈 있어? 없잖아. 프로젝트 하나 성공 시켜서 인맥 트고, 그 인맥으로 어떻게든 차려서 엑시트 아님 게임이라도 잘 팔아넘기는 거 아냐. 


1인 개발자로 가긴 싫고, 팀에 있으면 월급이라도 나오니까 그냥 여기 붙어 있는 거잖아. 그래 나 꼰대니까 꼰대처럼 말할게. 떳떳하게 돈 벌고 싶으면 그냥 나가."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자존심이나 자부심은 아집으로 변해있었다. 원래 사람은 살아남겠다는 집념이 강해질수록 이기적으로 변한다. 그도 마찬가지였고, 풀칠할 가족 때문에 개발자보다 월급쟁이의 삶이 더 중요했다.



"아니 X벌. 카피캣 공장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카피캣 팀이 크런치하고, 사내 프로젝트 팀은 뭡니까. 쟈들은 점심 출근에 회사에서 놀다가 저희 저녁 먹으러 갈 때 퇴근하잖아요. 


뭔가 바뀐 거 같은데. 왜 쟈들이 정규직처럼 일하고, 우린 계약직이나 용병처럼 움직입니까? PD님 처우는 그렇다쳐도 저 월급 도둑들부터 치워야죠!"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카피캣을 꺼내자 다들 한마디씩 토해냈다. 저마다 내뱉은 말이 틀린 것은 없었다. 다들 논리가 있었고, 합리적이라 "그냥 위에서 까라면 까자, 누군 하고 싶어서 이러냐?"라는 말이 뒤엉키면서 팀 회식은 졸지에 팀 와해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에혀, 야이 XX들아. 조용히 해봐, 대표한테 문자 왔다. 전화하고 올게, 소주 몇 병 더 시키고, 계란찜이랑 고기 더 시켜. 싸워도 일단 먹고 싸우자. 형 말 들어라 그냥."



"회식 화끈?"

"화끈한데 다른 거로 화끈인데, 애덜이 술먹으니 쌓인게 많은지 오늘 다 텁니다"

"아 그래? 회사 앞 거기지? 내가 글로 갈께. 금방 간다 기달"

"그냥 들어가세요, 여기 와봐야 화끈한 분위기 어찌 될 지 모르는데"



술도 잘 안 먹는 양반이 벌개진 얼굴로 회식하는 고깃집까지 찾아왔다. 


"아 뭐야? 소금구이. 흠 소한마리 2개 시켜라. 남으면 싸가면 되잖어. 자 일단 술말자! 한 잔 먹고 야그하자잉"


"아니 대표님 술을 왜 말..."


3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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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9 - [뉴스 센터/기획] - 안녕하세요, 저는 13년 차 개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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