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기획 ⑤] 게임업계 P2E 전략은 일본서 막힌다
화이트 리스트 코인과 일본 거주자만 회원 가입 가능한 거래소 특수성
게임업계가 P2E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가운데 IP 천국이자 갈라파고스 현상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일본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전부터 일본 금융청과 JVCEA 등이 현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암호자산을 선별하는 '화이트 리스트 코인' 방식이 유효하고, 5월 1일부터 시행될 트래블 룰 적용에 따라 재무성도 암호자산 시장에 개입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일본에서 P2E 게임을 합법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더리움이나 엔진코인(ENJ) 등과 화이트 리스트 코인으로 인정받은 프로젝트의 NFT만 허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즉 위믹스(WEMIX), 보라(BORA), 플레이댑(PLA) 등은 일본에서 영업 중인 1종 암호자산 거래소가 화이트 리스트 코인으로 신청하지 않으면 현지에서 사실상 P2E 사업은 물 건너 간다.
◆ 자금 결제법 시행에 따라 34곳의 사업자만 영업
일본은 과거의 자금 결제법을 개정, 국내 특금법에 명시된 가상자산을 '암호자산'으로 정의해 관련된 규제가 2020년 5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그래서 법정 마진거래 한도 2배와 화이트 리스트 코인 등이 자금결제법의 대표적인 규제안이다.
일본 자금 결제법은 게임업체와 거래소를 한 곳에 묶어서 관리한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업비트는 특금법, 엔씨소프트가 게임법의 규제를 받는다면 일본은 자금 결제법 하나로 엔씨소프트와 업비트가 같이 규제를 받는 식이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일본 법인 사업자는 넥슨, 넷마블 재팬, 엔씨소프트 재팬, 카카오게임즈 재팬, 게임온, 위메이드 온라인, 컴투스 재팬, 게임플렉스(엔픽셀 일본 법인) 등이 현지에서 영업 중인 비트플라이어나 후오비 재팬 등과 같이 자금 결제법 안에서 영업한다.
현재 게임업계는 테라(LUNA) 기반 C2X, 이더리움 기반 위믹스(WEMIX)와 플레이댑(PLA), 클레이튼(KLAY) 기반 네오핀 등이 P2E와 NFT 사업의 경주마로 언급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화이트 리스트 코인이 되기 전까지 관련 사업은 일본에서 할 수 없다.
1월 3일을 기준으로 일본 암호자산 시장의 화이트 리스트 코인은 42종으로 지난해 10월 비트포인트 재팬이 상장한 자스미코인(JMY)이 42번째 프로젝트다. 국내와 달리 에어드랍 토큰도 화이트 리스트 코인의 심사를 받으며, 지금까지 상장 폐지된 프로젝트가 단 3종에 불과할 정도로 까다로운 시장이다.
또 일본 거주자 한정으로 20세 이상 75세 이하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으며, 외국인은 가입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국내 프로젝트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코인이 되더라도 국내 투자자는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 일본 블록체인 게임업계, 이더리움 기반 NFT로 실증실험 마쳐
일본 블록체인 게임업계는 이더리움 기반 NFT로 각종 실증실험을 진행, 유의미한 결과를 모두 도출했다. 이전부터 화이트 리스트 코인으로 인정받은 이더리움으로 현지 암호자산 업계와 블록체인 게임업계는 콜라보와 크로스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앞서 언급한 자금 결제법에서 시행된 화이트 리스트 코인 덕분에 업종이 다른 업계끼리 협업이 자유로워 규제 샌드박스의 지원 없이도 사업을 진행했다.
대신 일본 블록체인 게임업계는 '블록체인 콘텐츠협회'를 중심으로 NFT의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 회원사끼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표준 NFT 개발과 실증실험을 모두 완료했다.
블록체인 콘텐츠 협회에 따르면 NFT의 가이드라인에 언급된 법은 형법, 경품표시법, 자금결제법, 금융상품 거래법, 회사법 등이며, 관련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프리세일 금지와 경품 제공 금지로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그 결과 일본은 표준 NFT '옥트 패스'를 통해 NFT를 발행하면 폴리곤(MATIC), 링크(LN), 플로우(FLOW), 이뮤터블 X(IMX) 등 멀티 블록체인에 대응해 이더리움 기반 NFT의 가스비 절감 실증 실험도 모두 완료했다. 여기에 NFT 전용 프로젝트 팔레트(PLT)도 화이트 리스트 코인으로 인정받아 국내 프로젝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다음은 블록체인 콘텐츠 협회의 가이드라인
▲ NFT 등 환금성을 가진 게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유료뽑기는 도박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 경품표시법에는 '과도한 경품 제공 금지'가 규정되어 있어 게임 내 아이템을 고객에게 배포할 때 경품표시법의 '경품분류'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 암호자산에 해당하는 통화와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판매하려면 '암호자산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단 NFT가 경제적 기능을 보유하지 않으면 암호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
▲ 협회는 NFT를 유가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한다. 단 업체가 NFT 매매나 모집, 취급 등을 업으로 진행하면 금융상품 거래법의 등록이 필요하다.
◆ 한국만 P2E 규제한다는 생각 버려야
업비트가 업비트 APAC을 해외 진출의 페이스메이커로 사용하는 것처럼 비트플라이어와 GMO코인도 미국과 유럽, 태국에서 해외 사업을 진행한다. 자금 결제법 개정 전부터 법정 마진거래 한도가 16배에서 8배, 8배에서 4배, 4배에서 2배로 줄어들면서 현지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 윔블던 효과로 코인베이스나 크라켄, 후오비 재팬, OK코인 재팬 등이 일본 암호자산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현지 규제에 맞춰 영업 중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이 국내 사업자로 한정되고, 해외 사업자와 금융기업의 진출을 차단한 것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특히 후오비 토큰(HT)이나 오케이비(OKB) 등 거래소 토큰이 화이트 리스트 코인으로 인정받아 거래되는 현실과 달리 국내 특금법은 거래소 토큰 거래 금지 조항이 있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이 암호화폐를 두고 특정 지점을 빌미로 포인트 규제라면 일본은 프레임 규제다. 프로젝트만 화이트 리스트 코인으로 인정받으면 그 순간부터 관련 사업은 자연스럽게 합법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프로젝트팀 자체가 일본 거래소 입성 의지가 절실해야 하고, 현지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도 신규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냉정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일부 프로젝트팀이 일본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만, 화이트 리스트 코인의 특수성으로 인해 애를 먹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은 국내와 달리 도둑이나 납치 상장의 개념이 없으며, 최초 상장 거래소보다 후발 상장 거래소가 상장 심사 비용의 2배를 JVCEA에 납부해야 거래쌍이 형성되는 식이다.
결국 국내 게임업계의 일본 법인을 통한 P2E 사업은 암호자산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무용지물이다. 과거 글로벌 원빌드로 전 세계 동시출시로 일본 게임시장에 진출하는 시절과 비교하면 P2E 게임으로 일본에 로컬 빌드를 출시하면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그래서 일본 외에 다른 국가에 법인이 있는 게임업체의 사업전략은 애플과 구글의 마켓 정책에 따라 ▲애플 앱스토어 175개 국가 ▲구글 플레이 151개 국가가 아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에 따라 움직이는 7개국과 2개의 국제기구(European Commission, Gulf Co-operation Council)의 영향권에서 수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를 들면, 태국은 ▲밈 토큰(Meme token) ▲팬 토큰(Fan token) ▲NFT ▲거래소 토큰 등은 태국 증권거래위원회가 현지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를 대상으로 상장을 금지했다.
국내는 암호화폐 관련 사업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해외 진출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FATF 회원국 중에서 암호화폐 규제안이 마지막에 시행돼 규제의 틈과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바꿔 말하면 이미 관련법이 시행 중인 국가는 법을 개정하고, 역외 규제를 시행하는 각종 조항까지 추가한 지 오래다. 또 FATF가 디파이와 덱스, NFT의 자금세탁 위험성을 높게 보고 있으므로 이들의 규제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면 K-게임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수출역군이 해외에서 테러자금 조달단체로 취급받는 건 한순간이며, 해외 사업을 추진하면서 역풍을 경계해야 한다.
국내만 P2E를 규제한다는 착각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