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룰 후폭풍 ①] 해외 거래소의 코리아 패싱 '가중'
국내보다 해외 거래소부터 물꼬 터준 거래소 책임론 부각
지난 25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따라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의 심사를 거쳐 신고 수리가 완료된 거래소를 중심으로 트래블 룰이 시행됐다.
트래블 룰은 2021년 3월 25일에 특금법과 함께 시행될 계획이었지만, 관련 업계는 적용 방식과 기준을 두고 난색을 보이면서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적용됐다. 그러나 트래블 룰 적용 전부터 업비트 중심의 베리파이바스프와 빗썸과 코인원, 코빗 중심의 코드 연동이 미뤄지면서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베리파이바스프와 코드의 연동이 예정보다 한 달 미뤄진 상황에서 입출금이 가능한 해외 거래소를 우선적으로 추가하면서 국내보다 해외를 우선시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 글로벌 3대장 모시기 제각각 달라
국내에서 영업 중인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가 공개한 입출금 거래소 리스트에 후오비는 없다. 바이낸스는 거래소 4곳, OKX는 빗썸을 제외한 3곳의 거래소가 출금 가능 거래소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대신 OK코인은 업비트에서만 출금할 수 있는 거래소가 됐다.
참고로 OK코인은 OKX보다 먼저 출발한 거래소로 인지도는 OKX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질 뿐 오히려 해외에서 라이센스를 획득, 영업 중인 사업자다. 대표적으로 일본에서 1종 라이센스를 획득한 OK코인 재팬이 OK그룹의 일본 법인이다.
문제는 4대 거래소가 글로벌 3대장 선정 기준을 특금법보다 회사 내부 방침으로 결정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거래소 측은 해외 거래소 선정 기준에 대해 위험평가 심사를 완료했다는 원론적인 입장 외에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 측은 ▲소재국 감독 당국으로부터 인허가 여부 ▲소재 지역의 위험도 ▲언론 리서치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위험평가에서 통과한 사업자, 빗썸 측은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 심사를 완료한 사업자로 정의했다.
또 코인원도 자금세탁 의무 이행 준수 여부의 지속적인 평가 및 내부 기준에 의한 심사로 실질적으로 제3자 평가보다 내부 심사를 우선시했다는 지적이다.
◆전송망 연동보다 해외 거래소부터 챙겨
금융정보분석원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현황에서 신고 수리가 완료된 사업자(베리바이바스프, 코드) 연동보다 해외 거래소부터 우선시해 특금법의 사각지대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금법에 따르면 신고를 위한 심사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신고 수리가 완료되지 않았다면 합법 사업자가 아니므로 불법이다.
바이비트나 비트겟 등은 국내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트리머를 중심으로 추천인 코드로 통하는 리퍼럴 마케팅(Referral Marketing)이 성행하고 있으며, 회원 가입 유도를 불법 영업으로 간주하겠다고 금융위가 해석한 바 있어 입출금 거래소 리스트에서 일부 거래소는 제외될 수도 있다.
일례로 일본의 1종 거래소 DMM비트코인은 현지인만 가입할 수 있음에도 국내 IP를 차단, 해외 접속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앞서 특금법 시행 전에 해외 거래소에서 한국어가 사라진 것은 '한글을 지원하면 국내 영업으로 간주한다'는 금융 당국의 방침에 따라 거래소 스스로 홈페이지에서 한글을 지워버린 것이다.
특금법 자체가 신규 사업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상황에서 ISMS 인증 번호와 실명 계좌 등 두 가지 필수 요소는 거래소 홈페이지 운영과 사업장 소재지가 국내에 있어야 한다는 선결 조건이 존재, 실질적으로 해외 거래소는 규제 샌드박스가 아닌 이상 국내에서 영업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 업계가 입출금 해외 거래소를 추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들이 먼저 해외 거래소에 물꼬를 터주면서 시장의 '그린 리스트'가 만들어졌고, 국내에 진입하지 않아도 업비트와 빗썸 등이 출금을 지원하는 거래소가 되면서 특금법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이미 국내 거래소와 비교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연일 상장하고 있어서 상장 메타가 동기화되고, 스테이킹이나 랜딩, 레버리지 등 서비스 상품도 우월해 출금만 가능해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거래소 3대장과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급에 상장된 프로젝트는 검증됐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입성 가능성이 커지므로 입금 거래소에 이름을 올려도 해외 거래소는 이득이다.
트래블 룰 리스크는 국내 사업자가 짊어지면서 해외 거래소의 코리아 패싱을 부추겼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