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리저브(Zero Reserve)의 함정
재단 보유 물량 변함없어 숫자놀음에 불과
지난해 유통량 이슈로 불거진 DAXA와 위메이드의 대립각은 위믹스(WEMIX)의 상장 폐지로 일단락됐다. 당시 재단에서 이동한 물량을 두고, 서로 알고 있었던 유통의 개념이 달랐던 탓에 '동상이몽'으로 마무리된 이후 다시 재단의 물량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근 라인의 링크(LN)가 제로 리저브를 전면에 내세워 재단이 시장의 유통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이를 지켜본 국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말만 바꾸면 언제든지 재단의 시장 개입은 가능하다"며 의문을 표한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마브렉스(MBX), 0% ▲팬시토큰(FNCY), 3% ▲엑스플라(XPLA), 3% ▲인텔라 엑스(IX), 5% ▲네오핀(NPT), 10% 등이 재단이 백서를 통해 공개한 리저브(Reserve) 분배율이다. 이들은 각각 마브렉스, 팬시토큰, 네오핀 등은 10억 개, 엑스플라와 인텔라 엑스는 20억 개, 보라는 12억575만 개를 총 발행량으로 설정했다.
리저브는 국내외 암호화폐 업계에서 준비금이나 재단 기금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리저브의 존재 이유는 코인이나 토큰의 가격 방어 혹은 가치 보전의 성격이 짙다. 즉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용도로 별도의 기금을 배정,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셈이다.
ㄱ 프로젝트팀 리더는 "토큰 노믹스를 설계하면서 리저브 물량은 일반적으로 10% 내외로 설정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목적 거래소 상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배정된 물량으로 재단 보유 물량보다 시중에 풀린 물량이 50% 이상을 넘어가면 별도의 재단 물량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재단 물량은 생태계, 운영, 재단 기금, 마케팅, 커뮤니티, 팀 보유 수량 등이 포함된 것으로 경우에 따라 LP라 불리는 리퀴디티 프로비전스(Liquidity Provisions)도 투입된다고 강조했다.
ㄴ 프로젝트팀 이사는 "리퀴디티는 차트를 왜곡하거나 시장을 교란하는 마켓 메이킹이라 볼 수도 있고, 차트의 맥박을 뛰도록 도와주는 심폐소생 장치일 수도 있다"라며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생태계나 팀에 배정된 물량을 알리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도 가격 방어를 위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재단 기금 외에 생태계에 배정된 물량이 적게는 6%에서 크게는 50%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제로 리저브가 가격 상승에 단기 성과는 보여주겠지만, 장기적으로 리저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물량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ㄷ 프로젝트팀 대표는 "백서에 표기되는 100%는 어디까지나 수치일 뿐이다. 예비비 개념으로 리저브라는 단어를 선택했을 뿐 재단 보유 물량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완벽한 프로젝트는 없고, 단지 완벽해지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 뿐이다. 제로 리저브를 고수하면 생태계가 무너질 때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