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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84] 종말의 바보, 한반도 멸망 D-200 당신의 선택은?

우당이 2024. 5. 29. 17:40

예정된 종말을 막을 길이 없는 가운데 여전히 살아간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종말의 바보'를 기반으로 김진민 감독과 정성주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말의 바보. 이 드라마는 원작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보다 멸망을 앞둔 시점에서 안은진 배우가 연기한 초등학교 교사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극을 이끌어간다.

흔히 세상이 망하기 직전과 직후의 이야기로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종말의 바보는 마지막까지 사람답게 살다가 살아갈 것인지 혹은 어차피 망하는 세상 나도 망한다는 극단적인 이념이 교차한다. 교사, 학생, 군인, 회사원, 종교인, 정치인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섞여서 각자의 방법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이야기다.

종말의 바보를 관통하는 주제는 선택이다. 겪어보지도 않은 일을 예상하고 계획대로 진행할 수도 없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상황에서 '당신의 선택은?'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종말의 바보는 극명한 선이나 악의 개념이 분명하지 않다.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이지만, 생존을 위해 과정을 미화하는 장면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의 일상과 마주한다. 또 계급과 신분 제도, 부의 축적 정도에 따라 탈출도 결국 특정 집단만 시도한다는 씁쓸한 뒷맛도 강하다.

특히 진세경 교사로 분한 배우 안은진은 1화부터 12화까지 회차를 거듭할 때마다 공감과 비호감이 공존한다. 배역의 설정에 '강인한 의지'가 주변 인물에게 영향을 주고, 이를 지켜보는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교차하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흐름과 별도로 맥이 끊기기도 한다.

공개되기 전 배우 유아인이 등장한 장면을 편집했다는 것을 고려했어도 한 사람의 시선으로 '종말의 바보'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이미 멸망이 확정된 한반도의 웅천시가 '세상의 끝'과 마주하는 장소지만, 인물들의 이야기가 산만하다.

종말의 바보는 교사 진세경(안은진), 연구원 하윤상(유아인), 신부 우성재(전성우), 군인 강인아(김윤혜) 등 친구 4명을 중심으로 극의 메인 스트림을 구축하고, 인물마다 소소한 이야기와 또 다른 인물과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김진민 감독의 이전 작품(인간 수업, 마이 네임)와 비교한다면 일종의 연작처럼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12화까지 쉼 없이 정주행을 하기에는 지루함과 싸울 수밖에 없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고민이 강제로 주입하려는 듯한 억지가 독이 된 셈이다.

소소한 소시민의 일상과 인신매매를 일삼는 범죄조직이 배치돼 '어차피 모두 멸망인데? 무슨 문제라도?'라는 식의 의문을 품게 되면서 개연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종말의 바보가 '난세영웅, 시대간웅'이라는 거창한 히어로 성장기로 갔었다면 더욱 심각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편집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마무리는 확실하게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