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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트래블룰 연합, 거래량 가뭄으로 아사(餓死)

우당이 2024. 6. 4. 17:57

DAXA 외 VAXA 유명무실|불법 거래소 TR로 버젓이 은신




코인 실명제라 불리는 트래블룰이 시행된 지도 2년이 흘렀다. 바스프 전용 ISMS 인증번호를 받기 위해 매달렸고, 실명 계좌를 발급받기 위해 은행 관계자와 만나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코인마켓으로 버텼어도 한계에 봉착했다.

업비트 진영의 베리파이바스프와 빗썸 진영의 코드 연합은 시행 초기 기술 구현에 있어 이견이 존재, 반목((反目)으로 서로 다른 바스프를 받아들이면서 국내 전용 트래블룰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4일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 등에 따르면 '2023년 23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트래블룰이 적용된 국내 바스프 이전 금액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10조 4천억 원, 거래소가 별도로 위험평가를 거쳐 입출금을 개방한 해외 바스프와 지갑 사업자로 이전한 금액도 전년 대비 22% 증가한 26조 9천억 원 규모다.

트래블룰로 암호화폐의 이동과 유동 등 이동 경로를 투명하게 찾겠다는 취지는 살렸지만, 정작 프리미엄 장사(차익 거래)와 단타 등을 위해 이중 수수료의 부담을 안고서도 메타마스크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특히 금융정보분석원에 등록된 사업자는 37곳, 금융위가 2023년 바스프 현황을 보고하면서 공개한 실제 운영 사업자는 29개다. 금융 당국은 신고 수리 현황에 신고가 완료된 사업자만 표기할 뿐 폐업 처리된 거래소는 공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코인빗은 지난해 11월 16일 공지를 통해 실질적인 영업은 11월 24일 종료, 출금은 올해 3월 31일까지 지원하면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금융정보분석원에 기재된 사업자 현황에는 2024년 4월 26일에 사업장 소재지 변경으로 표기된다.

이미 국내 거래소 업계는 거래 서비스 종료일을 기준으로 1월 29일 후오비 코리아를 시작으로 프로비트, 텐엔텐, 오케이비트, 한빗코 등 종적을 감췄다. 일부 거래소는 트래블룰 연합을 탈퇴하며,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前 A 거래소 팀장은 "ISMS 인증 받겠다고 난리를 쳤던 시절이 있었다. 그 전만 하더라도 상장만 해도 차트가 쭉쭉 올라가는 기억도 이제는 추억이 됐다"며 "몇 번의 고배를 마시면서 과장급 이상은 월급 지급이 힘들다는 사내 메일을 읽고 나서야 미래가 보이지 않아 퇴사하면서 그냥 지금은 일반적인 스타트업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업비트 진영의 베리파이바스프는 100개의 바스프가 참여 중이며, 코드(CODE) 연합은 32개다. 이전보다 연합에 합류한 사업자는 늘었지만, 이들은 거래소가 정한 화이트리스트(입출금이 자유로운 거래소)로 활동한다. 즉 특금법에 따라 신고와 수리 절차를 거쳐 영업을 하지 않고도 변칙 영업(에이전시 활용)으로 국내 거래소 시장에서 횡행하는 중이다.

금융 당국이 밝힌 미신고 사업자, 즉 불법 거래소는 23곳으로 업비트나 빗썸의 트래블룰 페널티를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이들의 불법 영업 행태는 이전보다 활개를 치고 있으며, 블로거나 유튜버 등을 통한 추천 프로모션과 수수료 장사를 일삼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신고 사업자 페널티가 있음에도 국내 거래소만 옥죄는 현실에 대해 성토한다.

B 거래소 이사는 "그냥 지쳤다. ISMS를 마무리했어도 은행 문턱에서 몇 번이나 거절당했다. AML 인력 영입하고 시스템 구축에 투자했다고 보상을 받자는 게 아니다. 그저 이야기만이라도 들어주기를 바라는데, 지금은 은행들이 코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신들에게 전이되는 게 싫어서 모든 연락 창구를 빗장으로 채웠다"고 말했다.

트래블룰 시행 중인 상황에서 거래소가 폐업하면 승자독식이 강해질 수밖에 없고, 후발주자가 원화마켓을 개설하더라도 신규 상장 특수도 이미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의 동시 상장이면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둔 코인마켓의 수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