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센터/끄적끄적

[리뷰 #185] 장송의 프리렌, 잔잔함 뒤에 찾아온 오묘함

우당이 2024. 6. 7. 17:30

옛 친구의 장례식을 계기로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




불멸(不滅)은 축복이자, 저주다. 기쁨이나 슬픔을 공유하는 순간도 있지만, 누군가의 죽음이나 고통을 목도하는 탓에 쓸쓸함이 공존한다. 

시작부터 거창한 문구지만, 장송의 프리렌은 엘프 마법사로 설정된 프리렌의 이야기다. 

한때도 그랬고, 지금도 이세계 장르가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장송의 프리렌'의 위치는 최근 유행한 장르와 결이 다르다. 간혹 등장하는 일부 장면을 제외하면 박진감 넘치는 역동적이 아닌 그저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자연스러움과 무덤덤함, 그리고 잔잔함을 바탕에 둔다.

흔히 말하는 성장을 거듭해 시즌 막바지에 최고조에 이르는 갈등 해결과 주인공 특유의 강함은 장송의 프리렌과 거리가 멀다. 음식으로 비유한다면 자극적인 매운맛보다 심심한 무미에 가깝고, 이미 시작부터 최고의 전력(?)으로 설정된 탓에 코믹으로 무장한 좌충우돌 모험기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프리렌과 주변 인물, 특히 과거의 추억이자 전설로 남은 힘멜과의 못다한 사랑 이야기는 프리렌의 연정도 곳곳에 묻어 있어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장송의 프리렌은 강렬한 자극이나 쾌감보다는 '그럴 수도 있다'는 덤덤한 감정을 다시 끄집어내는 힐링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이세계 장르에 흠뻑 빠져있다가 다소 느리고 답답하게 진행되는 지루함을 견뎌낼 수 있다면 올해 넷플릭스에서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1회부터 연대기를 보여준 힘멜의 존재가 없었다면 그저 영생의 아이콘 엘프 마법사가 모험기로 끝났을 밋밋한 작품으로 기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점과 취향, 원작 우선 감상 등 여러 상황에 따라 장송의 프리렌의 매력이 오묘하게 달라지는 것도 이채롭다.

기자는 애니메이션을 접한 다음에 원작의 존재를 알게 됐지만, 비슷한 소재와 설정을 가진 애니메이션을 찾기 시작했다. 그만큼 장송의 프리렌이 보여준 심심한 재미가 보여준 긍정적인 기능이랄까.

이세계 애니메이션과 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장송의 프리렌 정주행을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번 리뷰는 넷플릭스에 공개된 장송의 프리렌을 기초로 작성됐으며, 공식 유튜브 채널의 PV와 넷플릭스 코리아의 공식 유튜브 채널의 예고편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