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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86] 돌풍, 킹 메이커와 퀸 메이커의 만남

우당이 2024. 7. 1. 16:27

두 사람의 정치적 욕망이 일으킨 돌풍



돌풍은 서기태의 꿈이었고, 박동호의 계획이었고, 이장석의 미래였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돌풍은 흡사 현실을 투영한 다큐멘터리와 현실은 불가능한 판타지의 요소가 곳곳에 배어난 작품이다. 1화부터 12화까지 갈등과 반전이 몰아쳤고, 선과 악의 경계를 나누는 것도 무의미할 정도로의 인간 군상의 이야기다.

사람보다는 사람의 욕망을 믿는다는 박동호의 대사처럼 타인에게는 엄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정작 본인한테는 관대해지는 현상, 이른바 '내로남불'이 판을 친다. 

그래서 판을 바꿀 수 없다면 아예 판을 엎어버리는 박동호와 항상 새로운 프레임으로 파훼(破毁)를 시도하는 정수진의 대립 구도는 단순한 대결이 아닌 대의와 명분의 싸움이다.

과연 저렇게 치열하게 물고 뜯으면서 얻는 게 무엇인가는 질문에 돌풍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확실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선악의 모호한 경계가 박동호와 정수진을 단지 보수와 진보, 변화와 안정으로 귀결되는 단순한 구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정수진의 시점에서 박동호, 박동호 시점에서 정수진으로 누가 더 나쁜가의 의미는 사라졌다.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의 의미가 사라진 자리에는 흡사 박동호의 역린처럼 작용한 서기태의 죽음이 있었다.

단순한 정치 공세의 희생양으로 이전까지 살아온 인생을 부정당한 친구의 죽음을 본 박동호와 사실상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장석의 출발은 달랐다. 전자는 서기태의 꿈을 계획으로, 후자는 박동호의 미래를 이장석에게 부탁하면서 오롯이 맡은 자리에서 전진하라는 당부가 12화가 되어서야 복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와 소재를 차용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판타지 요소를 배치해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는 장면은 피했다. 특정 장면과 특정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일부 장면은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라는 질문을 내던지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12화까지 극단으로 치닫는다.

돌풍은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박동호가 '난 국민을 위해 정치한 적이 없다'는 말이 시원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 작품으로 기억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