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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97] 터미네이터 제로, 그래서 뭐 AI가 어쩌라고?

우당이 2024. 9. 3. 14:05

종말 이후 미래 시대에 존재하던 전사가 1997년으로 돌아온다




지난주 넷플릭스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터미네이터 제로(TERMINATOR ZERO). 영화 터미네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자 원작의 설정에서 일본 한정으로 벌어진 또 다른 이야기의 굴레다. 

원작의 팬이라면 장면 곳곳에 등장하는 반가운 요소도 있지만, IF 스토리처럼 원작의 갈래에서 튀어나온 탓에 이질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작의 설정을 차용한 재해석과 정말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이야기로 AI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한 것인지 총 8편의 러닝 타임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오히려 터미네이터의 일본 공각기동대 버전이라 할 정도로 작화와 전개 방식이 비슷하다. 

멜컴 박사가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와 인류 재건 계획을 위해 프로그래밍 조건문 'If, then'의 오류로 스카이넷이 인류를 적으로 돌렸다는 설정. 시쳇말로 Else까지 있었으면 인류 말살이 아니라 테라포밍 수준까지 넘봤을 스카이넷의 설정 오류가 터미네이터 제로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애니메이션은 원작처럼 현재와 미래의 보여주면서, 과거의 기준이 다르다. 미래에서 시간 여행으로 넘어온 이상 현재 기준으로 미래가 과거로 설정,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현재에서 운명을 바꾸려는 이들의 싸움처럼 보인다. 2회차 감상이라면 1편부터 등장하는 멜컴 박사와 3명의 아이, 가사 도우미 미사키가 떡밥의 시작을 알린다.

첫째 켄타와 둘째 레이카는 남매 사이지만, 미래의 설정은 달랐다. 분노의 대상이 전자는 아버지, 후자는 기계다. 이 또한 감상하는 관점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분분할 정도로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설정을 간소화하면 미래에 벌어진 일을 과거로 와서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흐름을 바꾼다. 하지만 바꾸는 과정에서 또 다른 미래가 펼쳐지거나 혹은 과거로 돌아와서 벌이는 모든 말과 행동이 미래에서 이미 벌어지는 또 하나의 장치, 시간 여행을 다루는 작품에서 등장하는 타임 패러독스다.

그렇다면 터미네이터 제로는 심판의 날에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사라진 설정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의 문제다. 살인 기계 T 시리즈 대신 이노로 설정된 로봇이 도우미에서 일본의 터미네이터로 탈바꿈, 결국 미래의 터미네이터와 싸우기 위한 병기 그 이상도 되지 못했다.

시즌 1은 확실한 끝맺음 없이 등장하는 인물의 설정과 스카이넷과 다른 일본의 스카이넷처럼 각성한 코코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AI는 인류의 적인가, 친구인가?"라는 물음에 영화에서 다루지 못한 설정과 해석을 원했지만, 복잡해진 이야기와 답답한 전개 등으로 계륵으로 전락했다.

시즌 2에서 달라진 모습과 부연 설명으로 시즌 1의 떡밥과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비약적인 설정이 없다면 시즌2는 기대할 이유가 없다. 보는 내내 제일 답답했던 점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의도를 알 수 없는 설명의 연속이었다는 게 짜증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