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3]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혁명의 역사는 반복된다
아버지와 다른 길을 선택한 하사웨이 노아의 운명
페넬로페(RX-104FF)와 크시(RX-105)라는 라이벌(?) MS가 등장하는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건담이라는 소재 탓에 세계관 공유와 설정 등에 관련된 사전 지식이 없다면 러닝타임 96분의 진행 상황을 가늠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적어도 작품의 설정상 최소 역습의 사야를 감상한 이후에 퍼스트 건담까지 봐야만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진입 장벽이 높은 작품에 속한다. 다행히 넷플릭스에 공개된 기동전사 건담 총집편 3편이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다시 돌아와서 섬광의 하사웨이는 아버지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 하사웨이 노아의 시선에 전개된다. 건담 시리즈가 그래왔던 것처럼 절대 선과 절대악의 기준과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 각자 나름대로의 대의와 명분을 앞세워 변혁을 시도하는 집단의 갈등을 다룬다.
앞서 언급한 페넬로페와 크시의 전투보다 테러단체 마프티와 지구연방의 암투가 주류를 이룬다. 단 넷플릭스에 공개된 버전은 1부와 불과할 뿐 앞으로 준비된 차기작까지 연결된 이야기의 고리를 완성해야만 역습의 사야와 이어진 혁명의 과업도 연결되는 식이다.
그래서 사전에 높게 설정된 진입장벽을 무시하고 관람한다면 과감히 '하사웨이 노아'에 행동을 초점을 맞추면 된다. 흡사 무간도처럼 아버지와 다른 길을 선택한 하사웨이 노아가 테러단체의 수장이라는 비밀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는 화사한 대낮에 벌어지는 화려한 색깔을 골고루 배합한 건프라의 전투가 아닌 어둡고 칙칙하다. 아마도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불빛과 소리도 은밀하게 움직이는 마프티와 정체를 숨기고 싶은 하사웨이 노아의 설정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이전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2021년 작품임에도 작화의 느낌은 흠 잡을 곳이 없다. 페넬로페와 크시의 1차 교전에서 엿볼 수 있는 세련된 느낌의 전투 장면과 상상에 불과했던 MS 디자인을 보는 것만으로 팬 서비스로 충분하다. 특히 혁명의 아이콘 샤아와 달리 인간적인 테러리스트에 불과한 미완성 혁명가 '하사웨이 노아'의 모습도 애처롭게 느껴진다.
어차피 책임질 사람은 정해져 있었고, 결단이 필요했던 하사웨이가 고민할수록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행동에 옮기면서 아쉽게 1부는 막을 내리고 만다.
그래서 2부는 아버지와 다른 아들이 아닌 마프티 수장 '마프티 나비유 에린'의 세세한 감정선의 표현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며, 페넬로페와 크시의 2차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