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휩쓸고 간 '불공정 약관' 시정권고 그 후...



국내에서 영업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를 바스프(가상자산업자,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를 칭한 특금법도 시행 2주년을 앞두고 있다. ISMS 인증 획득과 실명 계좌 심사 등 예년과 달리 규제의 테두리를 세웠음에도 아직도 과거의 잔재가 남아있는 게 이용약관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암호화폐 거래소는 전자상거래법의 통신판매업, 즉 일반적인 인터넷 쇼핑몰의 이용약관을 사용했다. 그래서 투자자나 홀더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던 시기였기에 거래소 업계는 회사에 유리한 면책과 준칙 조항을 앞세워 책무보다 회피를 일삼던 시기가 존재했다.

비록 금융당국이 특금법으로 바스프를 관리하고 있지만, 거래소의 표준약관 개념이 없는 탓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기 혹은 수시로 거래소의 이용약관을 들여다보고 있다.

업비트는 2021년 11월 20일 이용약관을 개정하면서 '회원에게 불리한 변경' 항목을 삭제했다. / 자료=업비트

2일 국내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의 이용약관 변경은 30일 혹은 1개월 이전 안내로 자리 잡았다. 이는 2021년 7월 공정위가 부당한 면책 조항과 무통보 약관 개정 안내 방식 등을 문제로 삼아 거래소 8곳을 살펴봤던 흔적은 여전하다.

업비트나 빗썸 등이 사용하는 이용약관은 공정위의 시정권고 이후 업계 표준처럼 자리잡은 약관이다. 특히 이전까지 약관 변경 안내는 짧게는 4일, 길게는 7일에 불과한 일반적인 안내였지만, 공정위가 약관법과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처럼 30일로 변경하는 것을 권고해 '회원에게 불리한 조항'도 7일이 아닌 30일 전에 미리 알려주라는 조항이 생긴 것이다.

DAXA 회원사(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중에서 ▲업비트, 회원에게 불리한 변경의 경우에는 ▲빗썸, 회원에게 불리하거나 중대한 내용의 변경의 경우에는 ▲코빗, 회원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등처럼 거래소 3곳은 약관에 '불리'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빗썸은 2021년 9월 6일 약관을 개정하며 '회원에게 불리하거나' 문구를 삭제했다. / 자료=빗썸

반면에 고팍스는 '회원에게 중요하거나 불리한 경우에는'라는 문구를 사용 중이며, 코인원은 해당 사항이 없다.

현재 거래소 업계에서 이용약관 변경을 안내하면서 30일 이전에 알린다는 의미는 회원에게 불리한 조항과 중대한 사항이 약관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지난해 12월부터 빗썸이 적용한 무통보 상장폐지 약관이 대표적인 예다.

관점에 따라 '거래소에 유리하고, 회원에게 불리한' 조항이 추가되지만, 30일 이전에 고지한 약관 변경에 대해 회원이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조항 탓에 거래소가 면피성 조항을 임의대로 추가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공정위의 불공정 약관 시정권고를 통해 ▲업비트 7개 ▲빗썸 2개 ▲코인원 6개 ▲코빗 9개 ▲고팍스 7개 등이 지적받아 변경을 거쳐 현재 약관을 사용 중이다.

코빗은 2021년 9월 28일 약관 변경을 안내하며 '회원에게 불리한 경우'를 삭제했다. / 자료=코빗

이에 대해 업비트 관계자는 "불리한 변경이라는 항목이 삭제돼 거래소가 유리한 것은 없다. 오히려 불리한 변경도 포함된 약관을 개정하는 것이므로 회원의 권리가 이전보다 보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빗썸 관계자도 "공정위의 시정권고에 따라 당시 약관을 개정했으며, 이후에도 당시 시정된 사항을 토대로 약관을 변경해 알리고 있다. 중대한 내용에 '회원에게 불리한 조항'도 포함된 이상 거래소의 책무가 이전보다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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