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서 게임 5부|시한폭탄
국내외 암호화폐 업계에서 팀, 개발자, 투자자, 어드바이저 등은 재단 보유 물량과 달리 일정 기간 시장에 나올 수 없는 규칙을 정한다. 일명 락업이라고 부르며, 프로젝트 팀과 투자자가 보유한 물량을 일정 기간 매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보호 장치다. 한때 락업 해제는 악재였고, 락업 연장은 호재로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2026년이다. 락업은 그저 재단과 거래소, 홀더 사이의 구두 약속일 뿐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다. 어느 누구도 뚫지 못하도록 타임락 함수를 설정하고, 이더스캔이나 BSC 스캔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7일 업비트에 따르면 카이트(KITE)의 변경된 유통량 계획을 안내하며, 변경 전후 유통량 계획서를 공개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거래소 측도 10개의 유의사항과 면책 조항을 앞세워 자료 검증은 카이트 홀더의 선택으로 미룬 상황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만약 이 유통량 계획서가 정상적인 계산식이 아니라면?"이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유통량 계획서의 덧셈과 뺄셈을 직접 풀어보기로 했다. 정답을 확정하지 않고, 유통량 계획서의 수치를 하나씩 거꾸로 계산했다. 또 내외경제TV도 업비트처럼 주의 사항을 기사에 표기한다.

※ 내외경제TV에 게재된 투자 정보·전략·내용은 투자를 권유하거나 상품 추천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본 콘텐츠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우선 업비트 측은 지난달 30일 카이트 재단(Kite Foundation)의 발표를 인용하며 ▲팀 및 투자자 물량의 락업 기간을 12개월 연장 ▲최초 락업 해제 시점을 기존 2026년 11월에서 2027년 11월로 연기 ▲총발행량, 물량 배분 및 베스팅 구조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며, 락업 해제 일정만 조정 등을 변경된 유통량 계획서에 표기했다.
변경 전후 계획서를 대조하면 2026년 11월 누적 유통량은 36억 7,707만 6,414개에서 28억 7,707만 6,414개로 줄어들며, 그 차이는 정확히 8억 개다. 즉, 이번 공시로 인해 시장 출시가 1년 뒤로 유예된 팀·투자자의 1차 물량이 바로 이 '8억 개'인 셈이다.
문제는 1년 뒤인 2027년 11월의 누적 유통량 수치(57억 8,471만 7,614개)에서 터져 나온다. 변경 계획서상 2027년 8월(38.57억 개), 9월(39.66억 개), 10월(40.75억 개)의 증가 폭은 매월 정확히 '1억 897만 100개'로 일정하게 통제된다. 그런데 11월이 되는 순간, 전월 대비 무려 17억 897만 100개가 단 한 달 만에 폭증한다.

매달 1억 개 안팎으로 늘어나던 물량이 11월 단 한 달 만에 평소의 약 16배에 달하는 17억 개로 치솟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서 언급된 8억 개와 17억 개 모두 팀·투자자 배정분(총발행량의 32%) 범위 내에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맞다. 하지만 변경 전에 적용되던 산출 공식은 계획서가 변경된 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공식이 달라진다면 유통량 계획서는 백서를 무시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단서는 락업 기간 연장과 적용 시점만 바뀐다고 했을 뿐 총발행량, 물량 배분 및 베스팅 구조는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카이트의 총발행량은 100억 개로 ▲생태계/커뮤니티 (48%) ▲팀, 어드바이저, 초기 기여자 (20%) ▲모듈 (20%) ▲투자자 (12%) 등으로 초기 물량이 배정되어 있다. 이 중 락업 연장의 대상이 된 물량은 팀(20억 개)과 투자자(12억 개)를 합친 총발행량의 32%, 즉 32억 개다.
여기서 덧셈과 뺄셈의 퍼즐이 맞춰진다. 변경 전 유통계획서에서 2026년 12월부터 매달 증가하던 물량은 1억 7,563만 6,766개였다. 반면 락업이 연장된 변경 후 계획서의 월 증가량은 1억 897만 100개로 뚝 떨어진다.

두 수치의 차이는 매달 정확히 6,666만 6,666개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팀과 투자자의 몫인 32억 개를 4년(48개월)으로 균등하게 나눈 월간 베스팅 수량 32억 개 / 48개월=66,666,666개다.
변경 전 계획서는 매달 풀리는 기본 생태계 물량(1억 897만 개)에 팀·투자자의 몫(6,666만 개)을 얹어 1억 7,563만 개라는 숫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2026년 11월에 빠진 8억 개는 무엇일까. 32억 개의 25%에 해당하는 1년 차 락업 해제 물량이거나 1년 동안 쌓인 8억 개다. 1년차 물량이 미뤄졌으니 자연스럽게 2027년 11월은 8억 개와 매달 증가량 1억 897만 100개를 더한 908,970,100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업비트의 변경 계획서상 2027년 11월 유통량은 10월 대비 무려 17억 897만 100개가 증가한 57억 8,471만 7,614개로 치솟는다. 재단의 공지 및 거래소의 안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숫자다. 1년 전 유예된 8억 개와 당월 기본분만 반영될 것이라는 정상적 계산과 달리, 10월까지 매달 1억 개씩 풀리던 물량이 한 달 만에 약 16배나 폭증하는 것이다.
이 17억 개의 산출 과정을 분해해보면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2026년 11월에 미뤘던 1차 해제분(8억 개)과 지난 1년간 지급을 보류한 12개월 치 월간 분할 누적분(8억 개), 그리고 2027년 11월 당월 기본 물량(1억 897만 개)을 단일 월에 한꺼번에 쏟아부은 17.08억 개. 특히 2027년 11월 누적 유통량은 변경 전 57억 8,471만 7,606개, 변경 후 57억 8,471만 7,614개로 집계된다.
두 계획서 간의 누적 유통량 오차는 단 8개에 불과하다. 결국 재단은 락업 일정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묶어두었던 총 16억 개의 밀린 물량을 만기 시점에 털어 넣어 기존 누적 목표치에 숫자를 강제로 짜 맞춘 셈이다. 속된 말로 2년 치에 해당하는 팀·투자자 물량을 단 한 달만에 한꺼번에 쏟아부은 꼴이다.

업비트는 "해당 일정은 재단 측 자료이며, 월말 기준 최대로 유통될 수 있는 수치를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공시된 계획서 자체가 1년 뒤 17억 개의 물량 해제를 공식 예고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온체인상에 강제 락업 코드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유통 한도 확대는 언제든 시장에 쏟아질 수 있는 대규모 물량이 압축된 시한폭탄이다.
"베스팅 구조를 유지한 채 일정만 옮겼다"는 재단의 발표와, 1년 치 유예 물량을 단 한 달에 몰아넣어 강제 동기화한 업비트의 변경 계획서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일각에서는 바이낸스와 업비트에 동시 상장한 프로젝트의 토크노믹스에 허점이 있을 리 없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결코 허술해서가 아니다. 공시된 유통량 계획서의 수치를 단순 역산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기이한 수치들은, 재단의 왜곡된 덧셈과 뺄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놓쳤음을 방증한다.
적어도 둘 중 하나는 홀더를 속였다.
백서 게임 6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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