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땅 셀세타의 수해를 무대로 펼쳐지는 모험담




이스 셀세타의 수해는 기억을 잃어버린 빨간 머리 '아돌 크리스틴'이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모험. 원작은 초창기 PS 비타지만, PS4 리마스터 버전으로 재출시된 빌드조차 곧 5주년이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분명 요즘 등장하는 RPG와 비교해 눈부신 그래픽 효과는 없지만, 시리즈 특유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적당한 이야기와 등장 인물, 레벨업과 아이템 세팅 등 일방통행 스타일로 따라가는 RPG임에도 짜임새는 여전하다. 그만큼 명작은 시대나 기기의 제약을 받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RPG의 재미를 간직한 작품이기도 하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이스 셀세타의 수해는 'Kai'로 개량, 과거의 투박했던 그래픽이 캐릭터의 모습을 확연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개벽 수준의 게임으로 거듭났다. 물론 이 게임은 그래픽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돌이 기억을 떠올려가면서 마지막 장까지 쭉 달려가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근 등장한 모바일 MMORPG나 수집형 RPG와 달리 성장보다는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전투는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후반으로 갈수록 편한 플레이가 필요하다면 전투를 반복하거나 혹은 초반 난이도를 선택, 이야기 중심과 트로피 작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가급적 1회차는 아돌, 오즈마, 카나, 칸릴리카, 듈렌 등 파티원의 힘을 빌려 주요 미션 공략에 집중하고, 2회차부터 본격적인 트로피에 도전하는 게 좋다.

초반에는 파티가 조촐한 2명에 불과하지만,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와 마을이 등장하면서 게임 진행 속도를 빨라진다. 그래서 초반 전투는 단조롭지만, 아돌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들의 고유 능력에 따라 일종의 퍼즐처럼 플레이 방식이 바뀌는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혹자는 요즘 등장한 RPG와 달리 편의성이 떨어지는 탓에 복잡하고 어려워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이러한 불편함을 오롯이 즐기면서 전진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앞서 언급한 일방통행 스타일의 게임 방식은 오픈 월드와 달리 특출한 플레이가 아닌 이상 크게 헤맬 일은 없다. 일부 맵에서 미로처럼 등장하지만, 몇 번 반복하면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는 패턴을 알게 되므로 이 또한 이스 셀세타의 수해의 재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플레이하면서 일러스트와 캐릭터의 괴리감이 크긴 했어도 반가움이 앞섰던 게임이기도 하다. 오로지 강함을 겨루는 모바일 RPG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세이브와 파티원을 바꿔가며, 맵을 공략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루함이 찾아올 때 필드를 누비면서 몬스터와 벌이는 전투로 서서히 강해지는 모습, 특히 막기는 무적기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공격을 무력화하면서 보스전의 재미도 여전했다.

결국 아돌 크리스틴이 모든 상황을 정리한다는 교과서 같은 이스 시리즈의 참맛을 간만에 느꼈던 작품이다. 때로는 플레이했던 기억이 희미해졌을 때 진정한 '뉴게임 플러스'의 재미를 일깨우고 싶다면 이스 셀세타의 수해처럼 추억의 명작을 곱씹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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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 셀세타의 수해: Kai (한국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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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테스트 빌드 참여 후기




오즈 리라이트(현지 이름, オズ リライト)의 짧았던 일본 테스트가 끝났다. 지금까지 여러 수집형 RPG를 플레이하면서 상향 평준화된 콘텐츠와 레벨 디자인,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 등 교과서처럼 등장했던 단어는 잠시 내려놓고 오즈 리라이트의 소감을 시작한다.

우선 오즈 리라이트의 일본 테스트 빌드는 한글과 영어를 지원하지 않는 오로지 일본어만 지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 테스트를 진행, 현지 특성과 유저 성향 파악에 초점을 둔 순수한 테스트였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연동되는 소프트런칭 빌드가 아닌 탓에 최근 몇 년간 이렇게 꼼꼼하게 플레이한 게임이 있었는 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캐릭터의 설정과 오즈 리라이트의 메인 스트림을 언어의 장벽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마코빌)이 전달하려는 의도와 보여주고 싶은 게임 스타일은 십분 이해했다. 으레 짧은 튜토리얼과 초보자용 선별 뽑기, 강화와 진화 등으로 연결되는 초반 진입 과정은 여느 게임과 다를 바 없었다.

이는 곧 UI와 UX의 힘이 제대로 통했다는 의미다. 언어의 장벽이 존재했음에도 해당 아이콘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수집형 RPG 경험자라면 속칭 '통밥'으로 플레이를 반복하면서 재미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본어를 모르고 일본 여행은 갈 수 있다. 언어를 알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모든 것을 처음 접하게 되므로 신중하거나 혹은 즉흥적으로 움직인다. 이런 맥락에서 오즈 리라이트를 1주일 가까이 플레이하면서 느낌을 두 마디로 축약하면 '또 해보고 싶다'와 '테스트가 왜 이렇게 짧지?'로 귀결된다.

테스트 빌드는 각종 게임 내 재화를 과도하게 제공, 정식 출시 빌드에서 만나볼 캐릭터를 미리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테스터로 참여한 목적이 아니었고, 그저 어떻게 나왔는지 순수한 호기심에서 접근한 터라 수집형 RPG의 기본에 집중했다. 새로운 캐릭터보다 튜토리얼 이후 등장한 파티로 스테이지를 공략했으며, 다소 무모할 정도로 미련하게 플레이했다.

수집형 RPG는 캐릭터가 곧 콘텐츠다. 장비 강화와 무지개 놀이(강화, 진화, 초월)는 부수적인 콘텐츠일 뿐 게임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그래서 플레이 시간과 숙련도, 결제 금액 등에 비례해서 첫인상은 배신한다 혹은 첫인상이 끝까지 간다 등으로 반응이 엇갈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코빌과 하이브IM이 강조한 '감성적인 애니메이션 연출과 몰입도 높은 스토리가 돋보이는 게임'이라는 문구 중에서 언어의 장벽 탓에 스토리는 솔직히 판단 보류다. 그러나 캐릭터의 만듦새와 연출의 이음새,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콘텐츠의 짜임새 등은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워낙 수많은 수집형 RPG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스킵으로 모든 것을 스쳐 넘겼던 것을 떠올린다면 설치부터 실행, 각종 안내로 천천히 곱씹으면서 플레이한 고생은 아깝지 않았다. 도중에 막히면 스크린 샷을 찍고, 이를 파파고로 번역하면서 하나씩 확인하는 번거로움도 테스터의 재미라 생각했다.

재미있었다는 말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지만, 앞으로 나아질 오즈 리라이트를 기다리겠다.

제국의 황제가 되어 칠영웅에 맞서라




오픈 월드 게임과 JRPG를 차이를 묻는다면 자유 여행과 패키지 투어라고 답하고 싶다. 이번에 소개하는 로맨싱 사가 2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이하 로맨싱 사가 2)은 후자에 해당, 숙련 가이드가 명당과 명소, 맛집을 자신만의 투어 상품으로 개발한 '재미 보장 패키지 투어'인 셈이다.

이전까지 오픈 월드 게임의 자유를 만끽했음에도 가끔은 '아 그냥 따라다니고 싶다'는 심정으로 선택한 로맨싱 사가 2는 플레이하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게임 플레이 전에 사전에 검색한 정보는 '1993년에 일본에서 100만 장'이라는 문구가 먼저 들어올 정도로 그만큼 저력을 가진 타이틀이라는 것 외에는 JRPG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플레이를 시작했다.

물론 이전 작품을 플레이한 골수팬이라면 식상할 수도 있지만, 로맨싱 사가 2로 시리즈를 찾아볼 정도로 알찼던 게임으로 기억한다. 상황에 맞게 바뀌는 파티는 진행하는 스토리와 퀘스트에 따라 달라지고, 몬스터와 벌이는 전투도 턴제 방식이라 느긋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기에 산뜻했다.

가히 오랜만에 느껴보는 턴제 전투의 참맛과 미려한 그래픽 효과가 아님에도 전투와 효과음, 배경음악까지 곁들여지며, 레벨보다 레벨업에 집중하는 성장의 묘미를 떠올리게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임 극초반 약간의 지루함을 감내하면 로맨싱 사가 2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미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이라는 제목이 스포일러인 덕분에 플레이하는 내내 레벨과 아이템, 번뜩이는 스킬 봉인 해제보다 칠영웅의 존재를 기다렸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퀘스트와 미션으로 개방되는 영토와 이야기 덕분에 게임 플레이는 매끄럽게 진행됐다.

황제를 보필(?)하는 파티원의 상성과 역할 덕분에 '이 멤버! 리멤버!'처럼 자신의 파티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과 전장에 따라 달라지는 적절한 난이도가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플레이 시간에 비례해서 개방되는 콘텐츠 덕분에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아깝지 않았고, 이러한 매혹은 곳곳에 촘촘하게 콘텐츠를 배치해 만든 성과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로맨싱 사가 2를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캐주얼 난이도로 탐색하고, 시스템 적응을 마쳤다면 최고 난이도 '로맨싱'으로 다회차 플레이 동기를 부여하는 확실한 한방이 있었다.

그동안 RPG의 참된 재미를 잊고 있었다면 로맨싱 사가 2로 다시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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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싱 사가 2 리벤지 오브 더 세븐 - PS4&PS5 (중국어(간체자), 한국어, 중국어(번체자))

1993년에 일본에서 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로맨싱 사가 2』의 풀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이전에 「사가 시리즈」를 플레이했던 분은 물론, 처음 플레이하는 분도 재미있게 즐기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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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마주한 에일로이의 모습은 산뜻했다




에일로이가 안티에이징(?) 크림을 바르고 등장한 호라이즌 제로 던 리마스터(Horizon Zero Dawn Remastered). 기자의 기억에 2017년 2월 말에 출시, 리마스터 버전은 작년 가을에 출시된 이상 리마인드 리뷰도 두 번째다. 

관련 커뮤니티에서 호포웨(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그래픽 효과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전작을 플레이할 때 기분은 설렜다. 게임 옵션으로 설정된 새 게임과 새 게임 플러스가 아닌 진정한 새로운 게임으로 플레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호라이즌 제로 던 리마스터에 어울리는 표현일 정도로 역시나 스크린 샷 맛집으로 태어난 리마스터 버전은 남달랐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데자뷔를 마주하면서 에일로이의 유년기부터 이어진 성장기는 여전했다. 

오히려 엔딩을 본 기억이 희미했던 터라 다시 복기하면서 퀘스트를 진행할 때마다 예전에 플레이하면서 게임을 곱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물론 전작의 플래티넘 트로피 작업을 끝낸 이들에게 리마스터 버전은 '호라이즌 오리진'이라 보일 정도로 적어도 시각적인 효과 면에서 눈이 호강한다. 단순한 눈요기 게임이 아닌 에일로이와 소벡 박사의 인연을 알고 있다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제로 던' 프로젝트 실행 배경과 이면에 감춰진 수수께끼를 다시 풀어내는 것도 감동 소환의 깨알 재미다.

흡사 명화극장처럼 의술(?)의 힘을 빌린 에일로이의 모습보다 그녀가 문명의 이기(利器)를 접하는 순간부터 달라지는 감정선의 변화도 리마스터 버전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을 위한 전사 에일로이였다면 중후반부터 탐색 혹은 탐험가로서 진가를 발휘하는 시커의 자격을 갖춰가는 시련을 겪는 과정이 곧 재미다. 

처음에는 눈이 부실 정도의 그래픽에 놀라서 1레벨부터 꼭대기부터 올라가서 바탕화면 콜렉터 플레이 방식이라면 그래도 RPG와 적당한 파쿠르와 퍼즐, 어드벤처 등 각 장르의 장점만을 추린 게임 본연의 재미에 충실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체험기를 넘버링 방식으로 95번째 리뷰를 2022년 9월 5일에 등록, 호라이즌 제로 던 리마스터는 174번째 리뷰로 작성해 감회가 새롭다.

PS5와 PS5 프로의 성능을 고려한 바탕화면 맛집으로 거듭난 호라이즌 제로 던 리마스터는 희미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 명작으로 이렇게 또 에일로이의 모험은 아쉽게도 막을 내렸다.

이름 없는 영웅이 삼국지의 영걸들과 난세를 함께 하다




삼국무쌍 시리즈는 이전부터 무쌍 특유의 박력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적을 일순간에 쓸어버리는 인간 지우개 그 모습이 콘텐츠이자 매력이다. 이러한 전통과 시리즈 팬층이 두텁지만, 자기 복제의 반복과 진화라 부르기 어려워 타이틀 출시가 거듭될수록 삼국무쌍이 아닌 사골무쌍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정도였다.

하지만 진 삼국무쌍 오리진은 안정적인 무쌍이 아닌 이전 작품들과 결이 미묘하게 다른 시도를 했다. 혹자는 파격이라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삼국무쌍 시리즈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시도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이다.

그럼에도 베일을 벗은 진 삼국무쌍 오리진은 삼국무쌍 특유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무쌍'의 감동을 전달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곳곳에 배치했고, 적어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삼국지 이야기를 녹아내렸다. 이름 없는 영웅으로 묘사된 주인공이 위, 촉, 오나라의 시나리오를 따라 선택에 따라 그들과 함께 떠나는 난세의 여정을 주 무대로 삼았다.

진 삼국무쌍 오리진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삼국지 장수 총출동이 아닌 사용하는 무기로 공격 방식을 변주, 자칫 부족한 장수의 개성을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했다. 무기의 레벨은 곧 주인공의 레벨과 연계,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쌓이는 레벨과 개방되는 지역 등은 곧 난세의 여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분명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일반적인 삼국지 소개 게임은 무조건 황건적으로 시작한다. 물론 진 삼국무쌍 오리진도 마찬가지였지만, 전작과 다른 난세의 인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야기 전개가 달라졌다는 것도 특이한 점으로 꼽힌다.

그렇다. 진 삼국무쌍 오리진이 이전 삼국무쌍이 다른 점이자, 시리즈가 변화를 시도한 부분이다. 이전까지 특정 장수의 시나리오를 따라 교과서처럼 진행, 일방통행 방식으로 흘러가는 탓에 2회차 플레이나 다른 장수의 이야기를 따라갈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반면에 오리진은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방식을 채용, 전면에 나서지 않는 대신 삼국지 장수를 앞과 옆, 뒤를 따라가는 무명 장수의 시선으로 그들과 함께 동맹이 되거나 적으로 설정된다. 게임 초반부터 알 듯 모를 듯 무명영웅의 떡밥을 적당히 풀어내고, 후반에 들어서야 그들의 존재 이유와 위촉오에 왜 붙어있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이 나오면서 '진 삼국무쌍 오리진'의 시나리오는 완성된다.

하지만 진 삼국무쌍 오리진은 적벽대전을 기점으로 이후의 이야기는 없다. 삼국지에서 등장하는 각종 메인 이벤트 규모의 격전이 적벽대전에 그친 점은 아쉽지만, 오히려 모든 삼국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보다 딱 필요한 만큼 보여주고 끝낸 것도 신의 한 수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면, '혹시나 하고 역시나'라는 반응을 예상했었다면 이러한 일말의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이번 작품을 꼭 즐겨봤으면 한다. 적어도 삼국무쌍 팬으로 그동안 애정이 아닌 애증으로 대했다면 진 삼국무쌍 오리진은 다시 애정으로 돌아설 수 있을 정도의 감동과 재미를 보장한다.

진 삼국무쌍 오리진은 내 마음속의 GOT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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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삼국무쌍: ORIGINS - PS5 게임 | PlayStation

PlayStation 공식 웹사이트에서 진・삼국무쌍: ORIGINS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천 단위의 적과 맞서 싸우는 이 액션 무쌍 어드벤처 게임의 최신 트레일러 및 스크린샷, 그리고 게임 특징과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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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삶의 진정한 본질을 경험하세요




예년과 달리 게임의 장르가 명확하지 않고, 두 가지 장르의 핵심만을 추려 출시하는 게임이 많아졌다. 

과거처럼 RPG나 시뮬레이션은 장르 특유의 콘텐츠와 재미로 유혹했지만, 현재는 시뮬레이션에 RPG를 더하면서 장르를 결합해 동시에 두 가지 장르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른바 1+1처럼 시간은 없고, 동시에 게임을 플레이하려는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킹랜드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탐험과 영토 확장, 때로는 적군과 싸우는 시뮬레이션과 레벨업과 장비 파밍에 초점이 맞춰진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스타일도 구현하는 등 일종의 종합 선물 세트처럼 승부수를 띄웠다.

킹랜드의 초반 플레이는 흡사 PC 패키지 게임 '세틀러'처럼 다양한 자원 수집을 위한 탐험이 주류를 이룬다. 사실상 일정 레벨에 도달하기까지 가벼운 튜토리얼이 주류를 이루며, 게임의 감을 익히는 단계다. 그래서 개발사나 퍼블리셔의 의도일지 몰라도 광고 노출의 빈도는 심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후 본격적인 탐험과 영지 확장, 군주의 레벨업과 아이템 세팅이 시작되는 단계가 되면 보상형 광고를 가장한 '팝업 광고'의 노출이 잦아진다. 일종의 전략처럼 광고 제거 버전의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귀찮음을 극복하고 근성으로 극복한다면 20~30초만 감내할 수 있다면 게임의 맥은 끊기지 않는다.

장르의 특성상 속도보다 플레이 성향에 따라 진행되는 시뮬레이션의 요소가 강하고, 당장 싸우지 않는다면 느긋하게 플레이하더라도 크게 지장은 없다. 오히려 좀비 모드는 뱀서 방식이라 정신없이 전투하는 방식으로 유저가 육성하는 군주의 성장이 초점이 맞춰진다. 그 결과 정적으로 플레이하는 탐험과 역동적으로 플레이하는 좀비 모드가 공존, 군주의 레벨과 영지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데 주안점을 둔다.

다만 처음에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튜토리얼과 게임 방식으로 짜증 날 수도 있다. 이후 군주의 레벨과 영지 건물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자원이 증가하면서 고민과 갈등이 시작된다. 이때 플레이 성향에 따라 우선순위를 구분, 천천히 성장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게 그나마 효율적이다. 

게임 실행 후 1레벨이 초라하지만, 플레이 패턴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지는 구간이 오게 되는데 바로 그때가 킹랜드의 엔딩이기도 하다. 모바일 게임에서 엔딩은 모든 미션과 퀘스트가 숙제처럼 다가올 때 기획 의도보다 유저가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시기다. 게임에서 설정된 계정의 만레벨이 아닌 더 이상 새로움을 느끼지 못할 때 속칭은 게임을 접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킹랜드는 지루함과 아쉬움을 느낄 때 '이게 벌써 끝이야?'라는 허무함이 동시에 찾아오는 덕분에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 게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름 : 킹랜드
개발 : Homa
장르 : RPG
과금 : 무료 / 인앱 결제
지원 : 안드로이드 / iOS
비고 : 땅따먹기

다운로드 경로

iOS
https://apple.co/42dgZ8K

안드로이드
https://bit.ly/4aeSZEa

 

킹랜드 - 성 어드벤처 - Google Play 앱

땅을 건설하고 싸우며 확장하십시오. 왕국을 되찾고 왕으로서 떠오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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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랜드 - 성 어드벤처

‎킹랜드: 성의 모험은 왕으로서의 전략적 능력이 봉건 왕국의 운명을 형성하는 서사적인 중세 모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작은 성에서 시작하여 대제국으로 확장하며 자신의 왕국을 처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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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로 환생한 파견사원이 대난동




요즘처럼 불황에 휩싸인 사회 분위기에서 회사원은 하루를 버티는 게 힘든 시기다. 회사 안은 전쟁터, 회사 밖은 지옥이 열린 상황에서 이러한 직장인의 비애를 몬스터 사냥으로 승화하는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이세계 파견 계장님(원제, 異世界派遣の係長)을 소개한다.

이제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 입사(?)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작으로 '이세계'라는 독특한 아이템을 차용, 픽셀 아트 그래픽과 주사위로 진행하는 게임 방식 등 순수한 RPG보다 적절한 턴제 스타일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게임이다.

게임 로비는 사무실, 파견을 나가는 곳은 판타지 세계의 대륙을 주사위로 전진하는 전장이다. 초반 스테이지 3개는 게임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튜토리얼 성격이 강하며, 전투와 골드를 모으는 방법이 주류를 이룬다. 파견직의 등급과 레벨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가 결정되는 탓에 적어도 2-1 스테이지부터 어려움을 느낀다면 적당한 반복 전투가 필요하다.

팀원의 레벨은 곧 생존확률과 직결되므로 골드 파밍이 관건이다. 단 초반과 달리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파견에 필요한 스태미너 소비와 재충전 시간의 차이가 벌어지는 탓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캐릭터의 스펙업이 필요한 게임이지만, 스태미너를 무시한 채 플레이를 이어갈 수 없으므로 메인보다는 서브 게임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

게임에서 전투는 이스의 몸통 박치기로 진행되므로 보상형 광고로 공격력과 공격속도 향상 버프로 한 번에 클리어하는 게 좋다. 도중에 등장하는 여관과 아이템 상점 등의 휴식 구간도 처음에는 필요 없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적절한 타이밍을 골라야 한다. 

주사위는 랜덤이 아닌 3개의 주사위 중에서 자신이 이동할 구간을 선택할 수 있지만, 간혹 디버프와 공격력이 좋은 몬스터와 전투는 상황에 따라 피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피할 수 없다면 광고 시청으로 선택지를 바꾸는 것도 팁이다. 작정하고 몰아치는 스타일이라면 스태미너 부족에 시달릴 수 있으니 느긋하게 플레이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어차피 최종 스테이지가 기다리고 있고, 결국 인앱 결제에서 좋은 등급의 직원을 영입하거나 혹은 기본으로 제공하는 직원의 레벨업과 승진에 집중하는 등 출발이 다를 뿐 엔딩에 도달하는 시점이 다를 뿐이다.

조금은 느긋한 게임과 독특한 매력을 가진 게임을 찾고 있었다면 이세계 파견 계장님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름 : 이세계 파견 계장님(異世界派遣の係長)
개발 : 이그니션 엠(IGNITION M)
장르 : RPG
과금 : 무료 / 인앱 결제
지원 : 안드로이드 / iOS
비고 :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운로드 경로

iOS
https://bit.ly/3NmXQJ5

안드로이드
https://bit.ly/3U6bpjL

 

이세계 파견 계장님 - 도트&리얼 조합!? 이세계RPG - Google Play 앱

도트 감성의 파견 사원이 이세계 환생!? 적을 무쌍하게 만드는 신감각・「주사위 × 오토배틀 RPG」! 누구나 간단, 심심할 때 최고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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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파견 계장님 - 도트&리얼 조합!? 이세계RPG

‎이그니션・엠의 최신작 릴리스! 신감각・「주사위 × 오토배틀 RPG」! ■ 이세계로 환생한 파견사원이 대난동!! 초현실적이고 독특한 파견사원들이 다수 등장! 파견 사원을 이세계로 환생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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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세계로 놀러 온 빨강머리 앤




오 마이 앤 : 퍼즐 & 집 꾸미기(이하 오 마이 앤)는 퍼즐 장르의 전형(典型)을 고스란히 담아낸 게임이다. 과거 애니팡 for Kakao 이후 시작된 속칭 팡류는 라인 드로잉과 매치 퍼즐로 변천사를 거쳤고, 어느 순간부터 SNG 요소 대신 타이쿤의 제한적인 꾸미기와 이야기를 넣기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 내에 퍼즐을 풀어내는 타임 리미트, 경쟁을 앞세운 스테이지 클리어 등과 달리 오 마이 앤은 그냥 느리다. '오늘은 날 잡고 레벨 밀어내는 날이다'와 같은 심정으로 탄력 받아 스테이지를 광속으로 클리어하는 방식보다 그저 주어진 레벨을 하나씩 해결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오 마이 앤에서 '빨간머리 앤'을 걷어내면 맹목적인 스테이지 클리어만 남지만, 완급 조절을 위해 레벨 클리어로 모은 재화로 꾸미기 아이템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그 결과 퍼즐 게임 특유의 '가늘고 길게 간다'는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게임으로 거듭났다.

물론 오 마이 앤이 처음부터 끝까지 독특함으로 무장한 게임은 아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오 마이 앤 이전에도 동종 유사 장르의 게임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퍼즐 게임의 전형이자 본보기를 벗어나지 않았다.

시쳇말로 경험치 이벤트가 시작됐다고 몬스터 사냥에 나선 것도 아니고, 오 마이 앤은 처음부터 끝까지 느림의 미학을 지향한다. 꾸미기에 집중할 것인가 혹은 새로운 에피소드가 추가될 때 등장하는 레벨을 클리어할 것인지는 유저의 선택이다.

매일 접속하는 게 최상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잠시 쉬었다가 돌아와도 밀린 숙제하는 것처럼 각종 아이템으로 순식간에 레벨을 클리어할 수도 있다. 다른 장르에 비해 10분 남짓의 시간만 있어도 한 판을 클리어하는 데 스트레스는 덜하다. 가끔 레벨의 난이도가 튀는 구간에 진입했을 때 결제의 유혹이 강렬해지나 이 또한 견뎌내고 잠시 쉬어갈지 또는 오늘 깨고 만다는 심정으로 밀어낼 지도 선택이다.

기자의 지인 중 퍼즐 게임 장인이 말하길 레벨 799까지는 튜토리얼이고, 레벨 800에 진입하면 히든 스테이지처럼 위장한 별 한 개짜리 레벨이 제일 짜증 났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다만 이것도 P의 거짓에서 검은 토끼단의 평이 엇갈리는 것처럼 '라운드8'내에 난이도 조절 실패를 가장해 괴상한 레벨 디자이너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각설하고 한 마디로 맺는다면 오 마이 앤은 재미있는 퍼즐 게임이다. 단지 재미를 체감하는 난이도가 운칠기삼처럼 랜덤 요소에 따라 달라지고,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잠드는 순간까지 부아가 치밀 정도로 짜증이 나는 것뿐이다. 짬을 내어 폰을 바꿀 때까지 엔딩본다는 거창한 목표보다 언젠가는 끝을 보겠지라는 생각으로 플레이를 시작한다면 오 마이 앤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결정적으로 퍼즐은 RPG와 달리 자신이 클리어했던 레벨을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한 판의 재미가 소중하다는 것만 기억하길 바란다.


이름 : 오 마이 앤
개발 : 라운드8
장르 : 퍼즐
지원 : 안드로이드 / iOS
과금 : 무료 / 인앱 결제
지원 : 눈 떠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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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https://bit.ly/3zs1NZ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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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t.ly/47vPZlw

 

오 마이 앤 : 퍼즐 & 집 꾸미기 - Google Play 앱

퍼즐 게임으로 등장한 빨간 머리 소녀, 앤 ! 블록을 매치하고, 퍼즐을 풀며 초록 지붕 집을 아름답게 꾸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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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앤 : 퍼즐 & 집 꾸미기

‎초록 지붕 집 속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힐링 스토리, Oh my Anne 마릴라와 매슈 남매에게 찾아온 꿈 많은 소녀. 앤! 앤은 마릴라의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앤과 길버트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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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하고 화사한 세계에서 만나는 유쾌한 이야기




리니지 레드나이츠 이후 8년 만에 엔씨 본진에서 출시를 앞둔 수집형 RPG 호연. 전자가 헬로히어로 for Kakao, 몬스터길들이기 for Kakao 시절의 1세대 수집형 RPG로 기준을 정한다면 호연은 대략 4세대에 가깝다.

사실 세대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한 것도 리니지 레드나이츠에 이어 PC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세계관을 반영한 작품인 덕분에 게임 곳곳에 블소의 향기가 소소하게 묻어난다.

이번 리뷰는 미디어 대상 시연 빌드를 토대로 작성, 정식 출시 빌드는 엔씨소프트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미리 일러둔다.

호연은 과거 수집형 RPG가 MO였던 것에 비해 MMO 방식을 채택, 다른 이들과 만날 수 있는 필드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수집형 RPG의 교과서 콘텐츠를 충실하게 반영해 영입, 성장, 강화 등으로 연결된 캐릭터 중심의 RPG로 흘러간다. 그래서 관점에 따라 캐릭터 한 명이 아닌 팀을 꾸려서 이들을 최고의 파티가 될 때까지 이끄는 게 게임의 목표다.

그 결과 속성(화, 수, 독, 뇌, 암, 무)에 따른 상성 관계, 근거리와 원거리, 탱딜힐처럼 구분된 역할에 따라 팀의 구성이 달라진다. 수집형 RPG의 플레이 패턴은 타협과 선택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변한다. 전자는 무과금이나 소과금으로 있는 그대로 뽑아서 운용, 후자는 팀을 최고의 파티(레벨과 아이템 파밍)를 완성해 졸업하는 것이다.

시쳇말로 출시와 동시에 달리기 파티가 아닌 이상 느긋하게 플레이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출시 빌드의 캐릭터 조합 연구가 필요하고, 호연의 오리지널 캐릭터와 블레이드앤소울의 캐릭터 이야기가 연결되는 구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호연의 센터를 맡고 있는 유설의 스펙업 놀이가 호연의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는 동기로 삼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성장은 전투의 반복이다. 초반에는 공략을 논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전투 시스템이지만, 익숙해지면 스펙업 위주의 전투로 단조롭게 변할 수밖에 없다. 만약 MO만 존재하는 수집형 RPG였다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사라지면서 지쳤겠지만, 호연은 필드 보스를 꺼내 들었다.

단순하게 딜 측정기 수준의 보스 레이드라면 식상하겠지만, 시연 버전에서 만난 필드 보스는 모든 스펙업을 완성한 궁극의 파티였음에도 몰살당할 정도로 난이도를 무시할 수 없다. 시연 빌드에서 4인 파티는 부활 3회를 모두 사용하면서 장시간의 혈투, 필드 보스는 언제 죽었는지 모른 채 키보드만 누르기만 했다. 

아마도 나름대로 빌드업이 진행 중인 집단과 스펙업을 완성한 집단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해 보스를 등장시켜 좌절과 성취감이라는 숙제를 던진 듯하다. 속칭 보스도 못 잡는 파티라면 극단적으로 게임을 포기하는 게 아닌 이상 시간이 걸려도 다시 키우러 가기 때문이다.

새로움이 친숙하고, 색다름이 익숙하게 변했을 때 호연의 민낯과 밑천은 드러난다. 수집형 RPG의 성패를 가르는 그 시점에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게임을 떠나지 않도록 이들을 도와주는 게 호연의 책무다.

프로젝트 BSS가 호연(護緣)이라는 어엿한 이름이 생겼을 때부터 누구를 돕고 보호할 지 서비스를 종료하는 그 날까지 잊지 않았으면 한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인연이 모여 세상을 구하는 기적



이번 리뷰는 체험 빌드를 토대로 작성, 개발사인 파우게임즈와 서비스사 네오위즈의 사정에 따라 정식 출시 버전에서 콘텐츠가 변경될 수 있음을 일러둔다. 

추억의 게임이 스마트 폰에서 구현돼 자동 전투와 수집형 RPG로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에 담긴 하얀마녀, 주홍물방울, 바다의 함가 등이 신(新) 트릴로지 시리즈처럼 등장, 추억 여행을 떠나본 것도 이채롭다.

기자의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영웅전설은 당시 게임잡지 '게임피아'의 공략을 보면서 플레이했던 게임 중 하나였다. 특히 시간이 흘렀다고 느낀 것도 현재 같은 이름의 유통사 게임피아가 영웅전설 여의 궤적 시리즈를 패키지로 출시, 묘한 우연이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과거의 IP와 현재의 수집형 RPG가 공존한다. 과거 PC 온라인 게임 시절부터 업계의 불문율로 통하는 게임의 성공 공식 중 '추억과 유행'이 하나의 게임에 담겨야만 감히 흥행과 성공을 논할 수 있는 시대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단 이 게임에서 영웅전설이라는 IP를 걷어내면 이음새와 짜임새가 정교하게 맞춰진 수집형 RPG의 교과서 콘텐츠와 시스템이 남는다.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에 충실해 흔히 말하는 결제와 뽑기로 스테이지를 빠르게 밀어내는 방법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1성부터 느긋하게 천천히 플레이하는 것도 플레이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특정 캐릭터와 등급, 직업과 무기 등에 따라 전투의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반복적인 전투를 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캐릭터의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 열매나 승급을 위한 조각 모으기와 골드 파밍, 장비 슬롯 강화 등 모든 과정에서 골드(게임 머니)와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 수집형 RPG는 보유한 캐릭터의 조합에 따라 재미의 양상이 바뀌지만, 필수 캐릭터가 없다고 해서 스테이지 진행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전 스테이지를 반복하면서 캐릭터의 성장에 치중하면서 다른 부가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것으로 스스로 플레이 동기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겉모습만 본다면 체인 크로니클이나 랑그릿사와 같은 SRPG의 요소를 차용했지만, 속내는 게임의 콘텐츠를 단시간에 극복할 수 없는 레벨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파티(캐릭터 5종)에 속한 직업의 조합에 따라 스테이지를 격파하면서 파티를 최적화, 궁극의 공격대를 구성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플레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루함이 가중되고,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질 수 없다면 수집형 RPG의 일일 퀘스트는 게임이 아닌 숙제로 전락한다. 할 게 없다기보다 더는 할 목적이나 이유를 찾지 못해서 속칭 게임을 접는 탓에 파우게임즈와 네오위즈는 '영웅전설'을 데려왔다.

만약 영웅전설이 없었다면 캐릭터의 서사나 그들의 이야기까지 없었다면 그저 흔하디흔한 뽑기로 점철된 수집형 RPG에 불과했을 것이다. 앞서 영웅전설 기반 모바일 RPG가 등장했지만, 중국산 양산형 게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을 떠올린다면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의 부담도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앞서 언급한 3편의 작품을 게임의 콘텐츠(이야기, 캐릭터)로 녹여내면서 색다름보다 익숙함, 새로움보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추억을 끄집어내는 데 공을 들였다. 다만 근래 익숙해진 수집형 RPG의 시스템에 영웅전설을 접목한 이상 게임에 등장하는 팀의 조합만큼 이들의 조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노골적인 추억 팔이가 아닌 수집형 RPG라는 그릇에 영웅전설이라는 양념을 추가, 아직 미완의 요리에 가깝다. 과거 영웅전설의 팬과 수집형 RPG에 익숙한 집단 사이의 틈을 공감(共感)이라는 요소로 어떻게 매울 것인가에 따라 진정한 트릴로지가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첨언은 게임 옵션에 글씨 크기를 조절하는 게 있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뭐가 보여야 캐릭터 대사나 이야기의 흐름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주 일말의 아쉬움을 빼면 28일이 기다려지는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의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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