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 우려 속 가상자산위원회 논의 후 숙제 산적




여느 때보다 국내 코인판이 불타오르고 있다. 트럼프 랠리로 몇 년 만에 찾아온 시장이 혼탁해지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하루 거래량 15조 원에 육박하는 거래 수수료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이면에 오로지 개인의 현물 거래로 쌓아 올린 거래량인 탓에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래서 특금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규제 프레임워크가 일차적으로 구축된 이후 법인 실명계좌 발급 현실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일 일본 금융청, JVCEA 등에 따르면 일본 1종 암호자산 거래소는 2곳 이상의 실명계좌를 사용한다. 개인과 법인 회원을 구분하며, 법인은 개인과 달리 별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이용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도 다르다.

이는 국내 거래소 업계의 바스프 1곳과 실명계좌 발급 은행 1곳이라는 1+1 방식이 아니다. 

예를 들면, GMO 코인은 GMO 아오조라 넷 뱅크(GMO Aozora Net Bank), 라쿠텐 뱅크 등을 사용하며, 비트플라이어는 SBO 스미신 넷 뱅크(SBI Sumishin Net Bank)와 SMBC(미쓰이스미토모은행)를 지원한다. 또 코인체크와 비트뱅크, 바이낸스 재팬 등은 GMO 아오조라 넷 뱅크와 SBI 스미신 넷 뱅크를 실명계좌로 사용한다. 

특히 GMO 인터넷 그룹의 GMO 코인과 GMO 아오조라 뱅크는 계열사다. 국내는 은산분리 규제 탓에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바스프와 은행이 한 팀으로 묶이면서 30여 개에 달하는 1종 암호자산 거래소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통한다. 향후 일본 은산분리와 거래소의 이해관계는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

이전부터 국내 거래소 업계는 법인이나 기관 투자자가 시장에 합류하기를 기대했다. 자칫 개인 홀더를 위협하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치부하지만, 그때는 특금법이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무법지대였고 현재는 다르다. 

우선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국세청은 원화마켓이 존재하는 바스프에게 일 평균가액을 제출받는다. 즉 KYC가 완료된 개인은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모든 내역이 국세청에 전송되며, 이러한 기록은 홈택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암호화폐는 이름과 코드 네임과 다른 국세청 분류코드로 표기되며, 거래 내역을 숨길 수가 없다. 심지어 거래소의 스테이킹 서비스도 홈택스에서 세금계산서가 발행 중이므로 거래 투명성을 확보, 자금세탁의 위험성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이미 이상거래가 발생하면 의심거래보고제도(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STR)에 의해 국내 거래소는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거래소는 각자 취급하는 암호화폐 주소를 금융당국에 제출, 거래소 지갑에서 대규모 이동 입출금 정황을 스캐너나 스코프 수준으로 들여다본다. 

특히 STR에 따라 ▲검찰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등 법 집행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으므로 자금세탁의 위험성을 차단할 수 있는 규제는 구축된 지 오래다.

그래서 가상자산위원회가 우려하는 법인 유입으로 인한 자금세탁 위험성은 우려 수준보다 법리 체계에 따라 규제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을 보유한 기업은 주석공시를 의무화, 분기와 반기에 공개되는 재무제표에 회계처리를 권고한 상황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넥슨처럼 비트코인을 보유하려면 출처와 목적, 시장 매입가격을 표기할 수 없다. 하지만 해외 법인 그것도 일본 법인이라면 현지 1종 암호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자회사와 계열사인 관계로 국내 전자공시에 해외법인의 비트코인 수량이 공개될 뿐이다.

비록 권고 수준에 불과하지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보유한 사업자나 자회사 혹은 계열사가 재단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자도 회계처리 감독지침에 따라 공시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 게임업계의 넷마블과 컴투스는 원가 모형, 네오위즈는 재평가 모형으로 계상(階上)해 공개 중이다.

결정적으로 거래소는 법인 실명계좌 발급과 동시에 거래소 자체 레이어2 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 이미 국외 거래소 업계는 코인베이스의 베이스, 크라켄의 잉크, 비트플라이어의 미야비 등 별도의 레이어2를 구축해 오입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원활한 대규모 입출금을 대비한 시스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법인이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서 거래소에서 시장 가격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매수와 매도하는 게 시장 개입으로 해석한다면 그냥 코인판이다. 시장에서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법령과 규제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기존에 구축된 규제의 틀에서 실험이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퇴행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는 곧 금융당국이 국내 거래소 업계를 규제하는 법령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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