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영화로 무대를 옮긴 세포들의 열혈 모험기




내 몸의 백혈구와 적혈구를 소중히 아끼는 일하는 세포가 실사 영화로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지난해 일본 현지서 개봉한 영화지만, OTT에 공개된 원작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가 '일하는 세포' 테마로 묶여 한 번에 볼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영화 일하는 세포는 원작의 팬이라면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미세하게 달라진 결을 확인할 수 있고, 원작의 존재를 모르고 접한 시청자라면 계몽 영화 내지 거꾸로 원작을 찾아가는 역주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초반에 등장하는 각종 병균(?)의 모습은 흡사 특촬물의 빌런처럼 기괴한 복장과 CG가 어우러지며, 자칫 B급 영화의 감성을 가진 작품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작의 주인공이자 백혈구 1146과 적혈구 AE3803의 모습은 여전했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칫 오글거림과 진지함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대사를 내뱉는 모습 또한 원작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원작의 특정 에피소드보다는 이야기의 큰 흐름에 주요 에피소드를 녹여낸 구성을 채택,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평범한 오락 영화로 거듭났다. 백혈구 1146이 살벌한 대사를 읊어가면서 호전적인 캐릭터를 묘사한 것도 원작이나 영화나 백혈구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또 시쳇말로 하루 종일 짐 나르기에 바쁜 적혈구의 모습도 각자 맡은 지역(?)에 따라 희생되거나 산소 택배에 집중하는 것도 적혈구의 기능에 의미를 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체의 신비를 탐험하는 학습용 영화라 무방할 정도로 원작 재현도 잊지 않았다.

다만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면서 캐릭터의 역할과 성격을 규정했던 원작에 비해 실사 영화는 압축본에 가까운 탓에 백혈구와 적혈구,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생략된 점이 아쉽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처럼 시즌제 드라마처럼 구성했다면 스쳐 지나가는 역할보다는 이야기의 이음새가 매끄러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고자 리즈(?) 시절의 백혈구와 적혈구, 그들이 눌러쓴 모자에 깨알같이 적힌 일련번호까지 원작의 매력을 살리고자 세세한 소품까지 신경 쓴 점은 후한 점수를 준다. 특히 아버지와 딸의 상황에서 복통으로 인한 절망과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밀어내기와 클럽 파티로 자연스럽게 연결한 설정은 일하는 세포만 할 수 있는 한 편의 시트콤이었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설정보다는 한 편의 과학 영화처럼 때로는 진지하고, 가볍지 않게 각종 캐릭터를 앞세워 몸의 소중함을 일깨운 일하는 세포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넷플릭스
https://www.netflix.com/kr/title/81779207

 

일하는 세포 | 넷플릭스

호시탐탐 인간의 몸에 침입하려는 각종 세균과 병원균 그리고 끊이지 않는 갖가지 위험 요소들. 새내기 적혈구와 냉철한 백혈구가 신체를 지키기 위해 몸 안에서 사상 최대의 전쟁을 시작한다.

www.netfl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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