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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 한 통의 쪽지를 받았다. 서비스 종료를 앞둔 게임의 환불과 관련하여 하소연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서비스 종료 기사를 연달아 쓰며, 게임마다 환불 기준과 내용이 달랐던 것을 희한하게 생각했던 기자.

이후 약 한 달에 걸쳐 표본을 수집했다. 기준은 최근 3개월 이내에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과 이들의 서비스 이용 약관을 전수 조사,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취재를 진행한 결과 해당 사연의 주인공에게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금까지 사용한 캐시는 환불이 불가능하며, 잔여 캐시만 환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 천 원 미만은 환불도 처리되지 않는다.

몇천 원도 아니고, 몇백만 원이나 썼는데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유저들은 분노한다. 사실 환불보다 무책임한 태도와 방만한 운영으로 서비스를 종료한 것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은 게임업체에 분노의 화살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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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 도의적인 책임은 있으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서비스 종료에 대해 게임업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출시 이후 의미 있는 매출을 달성하지 못해 유지와 보수 관련 인력을 제외한다면 더 이상 리소스 투입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사전 안내 공지를 거쳐, 서비스 종료와 동시에 환불 절차를 진행한다.

서비스 종료보다 큰 환불에 대한 맹점은 서비스 이용 약관에서 나타난다. 게임 설치 후 실행, 시작할 때 무심코 동의 버튼을 터치하는 순간 환불에 대한 안내를 읽은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게임을 시작할 수 없다.

유저 입장에 따라 불공정 약관과 독소 조항이 숨어있어도 제대로 확인한 후에 플레이하는 유저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 동의 버튼 몇 번이면 시작과 동시에 튜토리얼에 진입, 중요한 과정에 설명은 생략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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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특정 업체 이용 약관 중 '청약 철회 및 구매 대금의 환불'을 살펴보자.


⑥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회원에게 환불을 해 드리는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 환불은 회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 진행됩니다.

- 환불사유: 어플리케이션 또는 아이템 등에 하자가 있거나 회사 서버의 문제로 아이템 등의 데이터가 삭제된 경우
- 환불기준: 회사의 선택에 따라 동일 어플리케이션 또는 아이템 등으로 무상 교환 또는 구매 대금의 전액 환불 단, 애플앱스토어는 애플에서 환불하며 구글플레이 마켓은 구글에서, 기타 오픈마켓의 경우도 각 마켓에서 환불을 진행
- 환불사유: 게임 및 네트워크 서비스의 영구 중단으로 인하여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되는 경우
- 환불기준: 회원이 구매한 아이템 중 네트워크 서비스의 중단 공지 1개월 이내에 구매한 아이템 중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한 기록이 없고 회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납부한 구매대금 전액 환불을 진행


여기서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바로 환불은 무조건이 아닌 신청자에 한해 진행되며, 신청자도 환불 기준에 따라 전액이 아니라 남은 캐시에 대한 것만 진행한다.

그래서 몇몇 업체는 서비스 종료 공지를 등록한 후 파장이 커지자 남은 캐시가 아니라 전액 환불로 급선회를 한다. 이는 나중에 출시될 게임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약관에 의거해서 서비스 종료 사전 공지와 안내, 인앱 결제 차단과 서비스 종료, 환불 신청과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전액 환불해주고 싶지만, 구입해서 사용한 아이템까지 환불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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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서비스 종료가 우리 탓이냐?
유저들은 결제할 때만 고객, 서비스 종료할 때는 관심도 주지 않는 업체들의 행태에 화가 치민다. 오죽하면 결제는 쉽게, 환불은 어렵게라는 말이 커뮤니티에서 통하겠는가. 특히 서비스 종료를 앞둔 게임에서 종료 공지가 뜨는 순간 시쳇말로 멘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업체의 대응은 손해 배상 항목에서 두드러진다. 서비스 이용 약관 중에서 손해 배상 항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 22조 (손해배상)
① 이용자가 본 약관의 규정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 이 약관을 위반한 이용자는 회사에 발생하는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②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행한 불법행위나 본 약관 위반행위로 인하여 회사가 당해 이용자 이외의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또는 소송을 비롯한 각종 이의제기를 받는 경우 당해 이용자는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회사를 면책시켜야 하며, 회사가 면책되지 못한 경우 당해 이용자는 그로 인하여 회사에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③ 회사는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어떠한 손해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단, 회사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손해인 경우는 예외로 합니다.


유저가 회사에 피해를 준다면 손해 배상할 책임이 있고,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일례로, 결제 이슈로 충전 도중에 에러가 나면 신속한 처리를 해주지만,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다.

보통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각종 의견을 취합하여 건의 게시판에 전달한다. 그러나 유저들의 요구에 업체가 답변할 이유는 없다. 그 조차 약관에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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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조 (회원의 피해보상 및 분쟁해결)

① 회사는 유료 콘텐츠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에 따라 처리합니다.

② 회원은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의견이나 불만이 발생하는 경우 홈페이지 또는 게임서비스 화면의 고객센터에서 제시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이러한 회원의 의견이나 불만을 처리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운영합니다. 

③ 회사는 회원으로부터 제기되는 의견이나 불만이 정당하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합리적인 기간 내에 이를 신속하게 처리합니다. 다만, 처리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회원에게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유와 처리일정을 홈페이지 또는 게임서비스 화면에 공지하거나 전자우편, 전화 또는 서면 등으로 통보합니다.


3항에 보면 제기되는 의견이나 불만이 정당하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경우. 즉 불만족한 사항을 정당하고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각종 자료와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유저들과 업체의 간극이 발생한다.

정당하고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서로의 기준이 달라서 항상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 서비스 종료의 책임은 유저가 아니라면 게임업체, 그 책임도 약관에 의해 업체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 종료에 대한 책임만 통감하고, 이후 절차에 대해 그저 법적으로 약관으로 진행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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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다.
2012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바일 게임의 인앱 결제, 즉 판매 중인 상품에 대해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고지한 16개의 업체에 대해서 전자 상거래법 위반 행위를 적발, 시정 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3년 뒤 2015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거짓 사실을 알려 소비자를 유인하고 청약 철회 등을 방해한 7개 모바일 게임 판매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공표명령 포함)과 함께 과태료(3,600만 원)를 부과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작 판매에 열을 올릴 뿐 환불은 뒷전이다. 원래 시작보다 끝맺음이 중요한 법이다. 그렇게 판매에 열을 올리다 정작 사줄 유저가 없다면 게임업체는 누구한테 하소연할 것인가.

당장 눈앞에 보이는 매출을 위해 유저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어설픈 마무리는 유저 괴롭히기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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