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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규제 논란 속 증권가만 반색



지난 6일 증권형 토큰(STO)이 토큰 증권(Security Token)으로 명칭이 바뀌는 금융위의 발표로 국내 암호화폐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자금세탁 방지에 목적을 둔 특금법보다 금융투자업에 따라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자본시장법이 업계에 영향을 끼쳐 업계는 토큰 증권 선정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거래소 업계는 리서치센터와 투자자 보호센터의 자료 조사와 모니터링을 시작했고, 암호화폐 공시관련 업계도 각자의 기준에 따라 선별된 토큰 증권으로 의심되는 프로젝트를 분류 중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관련업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ICO가 IPO를 본떠 만든 업계의 마케팅 용어로 자금조달 방식이 공모(Public Offering)에 해당하고, 거래소 입성 전 진행하는 프리세일의 부작용이 속출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2017년 9월 4일 ICO가 금지됐으며, 2021년 3월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위가 ICO 금지를 재차 강조할 정도로 자금 조달 방식에 불법성이 의심되면 투기로 의심한다.

금융당국은 토큰 증권을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을 취급한다. 그래서 자본시장법의 증권과 특금법의 가상자산으로 구분, 전자는 투자자의 권리를 가진 금융상품으로 후자는 스마트 콘트랙트로 전송되는 토큰에 불과하다.

이미 특금법에 명시된 가상자산의 범위를 설정하면서 전자금융거래법의 전자화폐, 전자증권법의 주식, 전자어음법의 약속 어름 등이 제외, 이때부터 자본시장법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물론 토큰 증권이나 증권형 토큰은 암호화폐의 성격과 기능을 논한다면 담보의 성격에 따라 암호화폐, 현물, 무담보 등으로 구분했을 때 스테이블 코인에 가깝다. 

국내 암호화폐 업계는 퍼블릭 블록체인 중에서 증권사가 프라이빗 체인으로 구축,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거래하면 가상자산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금융 당국과 거래소 업계의 혼선을 제쳐두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전부터 FATF는 자금세탁의 위험성을 논하면서 스테이블 코인과 NFT, 디파이 등을 공식 보고서에 언급하기 시작했다. 기술이 아닌 마케팅 용어라고 규정지으며,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FATF 총회에서 단어의 정의와 범위를 구체화하고 있으므로 향후 특금법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버추얼 에셋, 바스프, 본인 확인 인증(KYC)과 트래블 룰 등이 협의에 따라 도출된 용어로 암호화폐 관련 규제에 포함됐다. 하지만 증권형 토큰과 토큰 증권은 언급된 사례가 없다. 단지 과거 ICO를 언급하면서, 자금 조달 방식을 문제삼아 일부 국가가 ICO 천국에서 ICO 금지 국가로 전환된 사례만 존재할 뿐이다.

현재 금융 당국과 거래소 업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선별하는 기준과 제재 방안의 부재가 크다. 앞서 언급한 특금법이 네거티브 규제라면 금융위가 발표한 '토큰 증권(Security Token)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은 포지티브 규제로 앞서 조각투자를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해 숨통을 틔워준 것도 일종의 밑밥이라 보는 이도 적지 않다.

또 토큰 증권은 글로벌 스탠다드, 인터내셔널, 내셔널 중에서 내셔널에 가깝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보다 국내 자본시장법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리플(XRP)의 증권성 판단 여부를 두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내 금융당국도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 업계가 단순히 수치로 위험성 지수를 구분, 토큰 증권을 가려내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암호자산 거래소를 자금 결제법과 금융상품 거래법으로 규제한다. 일본 게임업체도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자금 결제법의 규제를 받지만, 스테이킹과 파생 상품의 존재로 금상법이 거래소를 감시하고 있다. 이를 국내에 적용한다면 업비트나 빗썸이 서비스하는 스테이킹 상품, 프로젝트 팀이 디파이 상품을 홍보하는 것 자체가 자본시장법의 개입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이중 규제도 모자라 중복 규제까지 겹치면서 숨이 막힌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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