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카드 RPG가 대세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모바일 RPG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의 위기설을 제기한다. 장르의 다양성과 실험 정신이 사라진 지 오래며, 무늬만 신작인 작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출로 게임의 재미가 결정되는 현실이 위기를 자초한다는 의견과 일본 게임 시장의 어두운 면을 부각한 갈라파고스 현상이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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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없나?

현재 분위기에서 해법은 극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자고로 예전부터 경쟁은 혁신과 창조를 유도했지만, 적어도 국내 게임 시장은 그러하지 못했다. 혁신 대신 답습을 선택했고, 창조 대신에 교과서 콘텐츠로 포장된 카피캣이 난무했다.

여기에 억대 매출, 1위 달성, 사전 등록 50만 돌파라는 각종 미사여구로 시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키워드를 강조, 성공의 지름길로 갈 수 있는 티켓을 판매했다.

각종 세미나와 컨퍼런스는 실패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아닌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는 프랜차이즈 설명회로 전락했다. 우스갯소리로 시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세미나가 아닌 삼삼오오 모여앉은 술자리에서 나왔다.

몇몇 게임의 예를 들며, 국내 모바일 게임이 전 세계에서도 통한다고 강조한다. 이면을 살펴보면 성공보다 실패한 게임이 부지기수고 도전과 공략이라는 출사표로 포장했지만, 결과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단적인 예가 for Kakao에서 국민 게임의 칭호를 들었던 게임들이 LINE과 함께 출정했지만, 살아남은 게임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만큼 우물 안 개구리처럼 수준에 불과한 국내 시장을 각종 지표와 통계로 포장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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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이미 시작!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최고 매출만 살펴본다면 기형적이다. 간혹 보이는 퍼즐과 시뮬레이션을 제외하고, 대부분 RPG가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마케터는 "전성과 대세도 시간이 흐르면 고인 물이 된다. 더 이상 시장의 발전이 없다면 굳이 국내를 겨냥할 필요가 없다. 우리같은 중소 게임사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버틸 수 있는 재간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반면에 수요가 있으니 공급을 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개발사 입장에서 투자받기도 쉽고, 단시간에 매출을 달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장르가 RPG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유저가 자신들의 게임을 열성적으로 할 것이라는 장담과 확신이 아닌 막연한 기대심리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자 그렇다면 이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어떻게 포장했는지 키워드로 살펴보자.

중독성, 익숙함, 대작, 액션의 진수, 다양한 영웅, 풍부한 콘텐츠, 극강의 타격감, 화려한 그래픽, 전략의 묘미

위에 모아놓은 키워드가 아니더라도 포장하기 위한 미사여구는 많다. 수식어는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다. 유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무분별한 키워드를 남발했다는 점이다.

속내를 살펴보면 그래픽 효과만 다른 RPG가 줄을 선다. 예전 카피캣을 XX 스타일이라 불렸던 것을 생각하면, 이제는 누가 원조인지 아류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지금 분위기라면 봇물 터지듯이 등장한 모바일 RPG가 망해야 시장이 살아난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RPG가 있기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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