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기사는 '웃자고 시작한 일에 죽자고 덤빈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시쳇말로 뻘짓이라 불리는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 의미 있는 소득보다는 기사를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그래서 결론은?'이라는 의문만 계속 맴돌고 있다.
4월 어느 날 한 통의 쪽지가 날아왔다. 제목은 '님 속성 관계가 뭔가요? 그거 알려주면 잘보고 갑니다 적어드릴께'라는 짧은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삭제하려다 무심코 '그러게 속성 관계가 뭐지?'라는 질문과 함께 취재 준비에 들어갔다.
대충 알고 있는 불과 물의 관계는 알고 있는데. 이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초점은 설명보다 속성 관계의 유래에 대해서 접근하기로 했다.

속성 관계의 유래, 음양오행설인가?
현재 게임업계에서 속성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해줄 이는 없지만, 암묵적으로 음양오행설에서 시작했을 것으로 받아들인다. 현재 음양오행설로 통용되지만, 학술적으로 음양오행설은 오행사상과 음양이원론이 합쳐진 사상이다.
음양오행설의 기본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등 총 5가지다. 이는 모바일 RPG나 카드 RPG에서 속성과 상성 관계로 등장, 효율적인 전투를 진행하기 위한 뼈대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가끔 기자도 인터뷰를 통해 속성 관계에 대한 설명보다 게임에 속성 관계를 집어넣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때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 같다.
"아무래도 게임의 스토리가 부실해서 갈등과 대립, 경쟁 구도의 토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음양오행설에서 5가지 요소를 접목, 이러한 설정을 세력과 캐릭터로 풀어내서 구도를 만든다. 그다음에는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상성 관계가 형성되고, 게임의 밸런스를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디딤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답변은 음양오행설의 도입 취지보다 그냥 추가한 것이라 보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미 비슷한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속성 관계는 강화와 진화, 사냥과 레이드처럼 교과서 콘텐츠로 굳어진 지 오래다.
속성 관계가 존재하는 모든 게임에서 음양오행설, 위대한 사상을 정립시킨 사람은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추연(騶衍)이다. 세부적으로 파고든다면 중국 제자백가 중 음양가라는 학파가 존재했고, 그 학파에 소속된 인물이었다.
굳이 쉽게 설명한다면 반장이나 과대표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해가 빠르다.
여기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속성 관계에 등장하는 상극, 특정 속성에 강함과 약함을 보이는 설정이 나라의 이름까지 정하는 사용되기도 했다. 일명 이전의 정권을 부정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정권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음양오행설을 근거로 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상극과 함께 상생이 작용한다. 예를 들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는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상생이지만, 수(水)와 화(火)는 상극이다.
이 중에서 상극은 수(水)<->화(火), 상생은 수(水)->목(木->화(火) 순이다. 상생을 풀이한다면 물이 나무를 키우고, 나무는 불을 잘 타오를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궁예는 김(金)씨 왕조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로 수덕만세(水德萬歲)를 사용했으며, 명나라가 싫었던 만주족은 나라 이름을 청나라로 정했다. 명나라는 밝을 명(明), 여기서 밝음을 불을 의미, 청나라는 불의 상극인 물이 포함된 청(淸)을 사용한 것이다.

상생과 상성까지 공부했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영어를 사용하는 서양이다. 아시아는 한자 문화권으로 묶여있어서 음양오행설로 접근할 수 있더라도 영어 문화권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게임로프트의 던전룬스는 속성 관계가 등장한다. 그러나 게임로프트의 본사는 프랑스, 프랑스가 음양오행설을 알 턱이 없다. 여기서 기자는 게임로프트의 본사 프랑스를 두고 영화 제 5원소를 떠올렸다.
그래서 나온 것이 흙, 물, 공기, 불로 통하는 4원소 설이다.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알려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지했던 4대 원소는 음양오행설과 상충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몇몇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조선 시대의 천주교가 4대 원소설을 기반한 것이고, 그 당시 조선은 음양오행설이 있어 4대 원소를 부정함과 동시에 천주교까지 비판했다는 설도 나온다.

▲ 4대 원소설, 공기는 확실하다!
기자는 잠정적으로 속성 관계를 동양의 음양오행설과 서양의 4원소설에서 비롯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과거 학자들의 연구와 토론이 없었다면 모바일 게임의 속성 관계는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도 함께 내렸다.
비록 의미 있는 결과는 얻을 수 없었지만, 역사 서적과 각종 블로그와 위키와 백과 사전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적어도 속성 관계가 왜 등장했는지 확실한 이유는 알게 됐기 때문이다.
혹여나 여기에 빠진 무속성은 무엇인가요 묻는다면 그때는 과감히 가즈나이트의 이경영 작가님에게 메일을 보내기를 바란다. 가즈나이트에 무속성 캐릭터 '리오 스나이퍼'가 등장, 기자보다는 친절한 답변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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