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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9일부터 카카오 게임이 종전 2회에서 1회 출시로 바뀐다. 

지난 2013년 9월 10일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출시했던 정책에서 종전대로 회귀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탈 카카오 현상에 대한 안전장치로 해석하는 이도 있고, 이전과 달라진 카카오 게임의 위상에 대해 위기가 찾아왔다고 의견이 분분하다.

카카오 게임 정책 히스토리

2013년 1월, 31일 동안 같은 친구에게 초대 메시지 발송 금지
2013년 3월,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 동시 출시 권고
2013년 7월, 무심사와 심사 면제 조항 추가
2014년 5월, 안드로이드 버전 선행 출시 인정, 2개월 내 iOS 버전 출시 권고


플랫폼의 위기일까?
애니팡의 성공 신화와 함께 성장한 카카오 게임은 기존 경쟁자와 후발 주자까지 무찔렀다. 한 때 호령했던 이통사 마켓은 하나의 마켓으로 통합을 준비 중이고, 밴드 게임과 아프리카TV 게임센터는 화려한 시작과 좋은 결과를 맺지 못했다.

그러나 라인의 약진과 함께 성장한 라인 게임은 탄탄한 라인업을 채워나가기 시작했고, 후발주자 중에서 제일 약했다고 평가받았던 네이버 앱스토어가 카카오 게임 위기론의 단초가 되었다.

사실 카카오 게임의 문제는 높은 수수료와 스팸과 같은 메시지가 아니다. 높은 수수료는 어디까지나 무료로 배포한 카카오톡의 입장권 개념이었으며, 스팸으로 분류된 스팸 메시지는 개발사가 원했던 바이럴 마케팅의 도구였을 뿐이다.

플랫폼은 우리말로 바꾸면 터전이라 불리는 터다. 어디까지나 플랫폼의 역할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자리에 불과할 뿐 이를 조절하려는 순간 플랫폼은 '그들만의 리그'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재 역할을 기대했던 카카오 게임은 초창기 게임을 알리는 터전에 만족했다.

카카오 게임은 초창기 팡류와 퍼즐, 숱한 카피캣의 악재 속에서 출시를 허가했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노점에서 짝퉁을 판매하다 적발됐다면 관리에 소홀한 백화점과 노점 상인도 문제가 된다. 누가 더 잘못이 큰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문제보다 수수료가 중요했다."고 꼬집는다.

즉 문제에 직접 관여,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외친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그 당시 입점 게임 심사에 대해 냉정하게 대처했다면 특정 장르에 대한 쏠림과 백마진(애플과 구글이 허용하지 않은 결제 수단)에 대한 후유증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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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21%의 명암
탈 카카오 현상의 단적인 증거로 수수료 21%가 항상 회자가 된다.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5:5의 비율로 계약했을 때 카카오 게임은 21%의 수수료만 가져간다. 오히려 개발사가 24.5%로 카카오 게임보다 많이 가져간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산술적으로 살펴본 숫자의 함정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과 잡비를 제외하면 현격히 달라진다. 또 구글의 30% 이면에는 이통사의 수수료가 숨어있지만,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카카오 게임 수수료 예시

구글 30%, 카카오 21%, 개발사 49%
구글 30%, 카카오 21%, 퍼블리셔 24.5%, 개발사 24.5% (계약 5:5)
구글 30%, 카카오 21%, 퍼블리셔 29.4%, 개발사 19.6% (계약 6:4)
구글 30%, 카카오 21%, 퍼블리셔 34.3%, 개발사 14.7% (계약 7:3)


21%가 과연 과도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텐센트를 통해서 중국에 진출하려면 9:1로 계약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정하지 못한 계약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그럼 중국에 진출할 때는 가능성을 보고 노예 계약으로 팔려나가는 것은 괜찮은 것이며, 국내 카카오 게임은 21%라서 불공정하다는 논리는 개연성이 없다.

애초에 모바일 게임은 제로섬(zero-sum)이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그저 수수료 21%가 과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후에 등장했던 후발 주자들이 수수료를 유독 강조했기 때문이다.

한때 수수료 논란으로 불거졌던 음원 사이트와 배달 앱의 수수료 수치는 단적으로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 이들이 부담했던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과도하게 책정된 수수료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저곳보다 싸요!'라고 현혹했던 후발 주자들이 판매했던 상품의 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만약 초기에 책정한 수수료가 21%가 아니라 그보다 높았거나 낮았다면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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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카카오가 아닌 플랫폼의 본색을 기억
플랫폼은 좋은 의미로 터전이지만, 나쁜 의미로 쓰인다면 장악이다. 처음에는 각종 혜택을 앞세워 업계 지향형 플랫폼이라는 것을 내세우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한다면 플랫폼의 본색이 나타난다.

for Kakao가 with naver로 바뀌더라도 과연 끝까지 기조를 유지할까. 이전에 등장했던 wit Band와 for afreecaTV도 상대적으로 업계 지향 플랫폼이었지만, 정작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플랫폼 전쟁은 이들의 네트워크 전쟁이 아니라 킬러 콘텐츠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과거 콘솔 게임의 배타적 성격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단적인 예로 국내에 존재하는 통신사 3개와 삼성의 갤럭시 S6. 새로운 스마트 폰을 특정 통신사에 몰아준다면 당연히 2개의 이통사는 가입자를 넋 놓고 뺏기는 것만 봐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탈 카카오는 with naver의 약진이 아니라 레이븐(상품)의 상품 가치를 높게 평가, 많이 팔아줄 장사꾼을 찾았던 것에 불과하다. 

어차피 카카오 게임을 비롯한 다른 플랫폼은 그저 판매대에 불과하다. 몇몇 일부 게임사가 자체 마켓을 구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수료를 줄이고자 한 직거래와 비슷한 이치다. 

현재 상황은 업계 관계자들의 기우에 불과할 수 있다. 이를 바라보는 유저들은 '아이고 의미 없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관심 없고, 게임만 좋으면 결제한다!'는 원칙을 지킬 뿐이다.

어차피 플랫폼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결국 이들도 애플과 구글이 설치한 감옥에 갇혀 싸우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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