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생각하는 지옥의 모습은 달랐다
지옥 시즌2는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이 지배했다. 평범함이 대범해지다 못해 비범해지면서 광기가 지배하는 캐릭터로 분한 문근영의 모습은 오지원 그 자체였다.
시즌 2는 부활자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 화살촉 오지원의 남편 천세형, 대통령 정무수석 이수경, 화살촉이 빚어낸 신념을 넘어선 집착이 메인 스트림이다. 분명 새진리회와 화살촉, 소도 등은 흡사 과거 플레이했던 리니지의 반왕, 성혈, 중립의 대립각이 투영돼 더욱 몰입했던 작품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정반합에 따라 갈등과 반목, 서로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에서 정점은 정무수석 이수경이었다. 자신이 설계한 판을 자꾸 헤집으려는 변호사 민혜진의 존재는 소도 내부에서조차 대응을 두고 언쟁을 벌일 정도로 대립 구도가 시즌 2를 이끌어가는 쟁점이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이상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만, 현실은 자꾸 소도의 아이콘이나 전사보다 '나는 변호사다'라고 올곧이 항변한 민혜진은 시즌 2에 새 얼굴로 등장한 이들과 항상 부딪혔다.
특히 햇살반 선생님과 접점이 소도에서 활동하는 천세형뿐임에도 그녀가 마주한 인물들의 기구한 사연이 또 다른 지옥을 예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즉 지옥은 현실과 분리된 것이 아닌 정진수 의장부터 화살촉까지 각자 생각하는 미래가 달랐다는 가정하에 바꾸기 힘든 현실과 이를 방해하는 이들이 주변에 산재하는 탓에 내가 있는 곳이 지옥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시즌 2를 나눈다면 박정자가 대중 앞에 나서는 4화를 기점으로 1~3화, 4~6화의 양상이 아예 다르다. 전자는 페이즈 1처럼 판을 짜고 설계하는 밑밥을 까는 수준이었다면 후자는 박정자의 대사가 암시한 '어차피 세상은 망한다'는 지옥의 재림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평범한 캐릭터와 일상 공간에서 벌어진 시즌 1과 달리 시즌 2는 새진리회의 본거지가 중심이다. 그래서 시즌 1의 막연함을 시즌 2는 각자 다른 인물의 신념에 따라 지옥의 개념이 달라졌다. 특정 시점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시연과 고지가 아닌 신의 개입이 없어도 현실은 지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3년 전 공개된 시즌 1과 연결된 이야기의 고리는 부활자였지만, 오히려 평범했던 부부가 신의 고지와 시연을 마주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이 지옥 시즌 2의 백미였다. 그래서 특정 배역에 매몰되지 않은 덕분에 지옥의 개념은 특정 상황이나 분위기, 이념과 대립 등 캐릭터마다 받아들이는 지옥의 정의가 달랐기에 6화로 구성된 시즌 2의 완성도가 눈부셨다.
오히려 시즌 2는 시즌 1과 별개의 이음새로 설계된 것처럼 1편 복습 후 2편 정주행이 아닌 2편을 보고, 1편을 다시 보게 되는 역주행의 재미도 쏠쏠했던 작품으로 기억하겠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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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어느 날 기이한 존재로부터 지옥행을 선고받은 사람들.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인 도시에 대혼란의 시대가 도래한다. 신의 심판을 외치며 세를 확장하려는 종교단체와 진실을 파헤치는 자들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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