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들을 건드리면 복수가 시작된다




가족(家族)의 원래 의미는 피로 연결된 최소한의 사회다. 이러한 본질적인 개념은 바뀌지 않지만, 연결 고리가 혈연이 아닌 다른 것으로 엮어도 가족으로 묶이기 마련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쿠팡 오리지널의 가족계획은 후자의 개념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은 일반적인 가족과 같지만, 가족을 지키는 방식은 잔혹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선도 '누군가 가족을 건드렸을 때'는 바로 역린이 되어 이를 응징하는 모습에서 잔인한 장면보다는 필히 그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앞선다.

가족계획에 등장하는 한영수로 분한 배두나, 백철희로 분한 류승범은 부부가 아니다. 오히려 후반부에 들어서야 백철희도 한영수의 '지금부터 주목'에 현혹,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이 헌신보다 기계적인 명령을 따랐음을 알게 된다. 물론 현혹에 앞서 같은 훈련생 시절부터 좋아한 덕분에 스스럼없이 빠진 것도 이해가 간다.

할아버지와 부부, 손자와 손녀 등 일반적인 5인 가족이지만, 가족계획에 등장하는 가족은 남달랐다. 저마다 특출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남들처럼 일반적인 가정과 가족을 지탱하는 힘은 결국 동정보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열망 그 자체였다.

오히려 빌런 소굴로 설정된 금수열망교회의 목사와 집사, 권사와 장로 등이 추구하는 열망과 한영수가 꿈꾸는 열망의 결이 달랐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1화부터 시작된 재개발 지역의 빌런 '개발이'도 누군가가 설계한 아바타에 불과했고, 금수열망교회는 한영수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또 다른 훈련인 것처럼 시즌 2 떡밥을 남겼다.

가족계획의 무대로 설정된 경기도 금수시, 금수열망교회, 금수경찰서 등 단순한 가상의 지역이지만, 금수(禽獸)라는 동음이의어가 묘한 우연의 일치다. 극 중에 등장하는 빌런을 악의 상징보다 '금수만도 못한 XX'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나쁨을 수준을 넘어선 악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계획은 6화까지 시즌 2의 떡밥보다는 한영수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볼품없는 인스턴트 음식과 간단한 반찬이지만, 같이 밥을 먹는 식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식탁에서 벌어지는 반찬 투정과 푸념, 그리고 다 먹은 빈 그릇과 '엄마'라고 부를 때 한영수의 입꼬리는 올라간다.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이자, 행복을 느끼는 소박한 단어였기에 쌍둥이 남매로 설정된 백지훈과 백지우가 위기(?)에 처했을 때 엄마로서 감정 변화는 컸다. 하지만 이내 빌런 퇴치에서 보여준 특교대 10호의 모습은 인간적인 감정보다는 단순한 훈련의 반복에 그칠 정도로 무덤덤하게 처리했다. 

자신을 구하고자 달려온 백철희의 순정을 확인했을 때 그때야 감독은 시청자에게 백철희와 한영수의 시작을 살짝 보여준다. 누가 더 강한 능력을 보유한 인간병기의 모습보다 가족을 위해서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복수의 쾌감을 선사했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쿠팡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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