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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과 달리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이전과 달라진 풍경이 있다. 바로 모바일 게임으로 CBT를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이는 출시와 동시에 상용화에 돌입했던 이전과 달리 PC 온라인 게임처럼 CBT를 통해 콘텐츠를 검증,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모든 모바일 게임이 CBT를 통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CBT만 진행한 채 사라지는 게임도 제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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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T는 왜?
최근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은 과거 PC 온라인 게임처럼 규모가 커졌다. 흔히 인디씬을 제외한다면 규모가 제법 있는 회사라면 PC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것과 비슷한 스펙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개발 기간과 비용, 참여 인원이 늘어나 소규모에서 중-대규모로 늘어난 지 오래다. 그래서 예전보다 치열해진 만큼 출시 일정을 조율하면서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을 줄이고자 CBT를 진행하는 셈이다.

물론 모든 회사가 CBT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유수 퍼블리셔나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CBT를 통해 일종의 간을 본다. 시쳇말로 기미(幾微)를 느끼며, 시장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당연히 시장의 동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서비스 종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일례로 5월의 한 주에는 9개의 모바일 게임이 CBT를 진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CBT를 하더라도 유저들이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비록 사전 등록 앱과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가 있지만, 유저 스스로 유심히 지켜보지 않는다면 CBT를 진행한 사실도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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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T는 사전 등록의 창구로 활용
예전이나 지금이나 카카오 게임은 출시 빌드 검수를 통과, 홍보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기껏 1~2주만 진행하고, 출시하기에는 사전 등록 참여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몇몇 업체는 CBT를 사전 등록의 창구로 활용한다. 그 이유는 '그냥 묻지 말고 전화번호만 입력하세요'라는 뉘앙스로 진행하는 사전 등록이 많았다. 그 결과 유저들은 게임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마당에 무조건 전화번호부터 입력하는 일련의 과정이 탐탁지 않았다.

이에 비해 CBT에 참여하면 정식으로 출시하면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미리 체험, 가치를 평가한다. 일종의 선체험 후등록이다. 막연히 3만 원 상당의 캐시나 최고급 카드 소환권도 평가의 기준이 없다면 스쳐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CBT가 끝나더라도 정식 출시 전까지 사전 등록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고, 공식 커뮤니티에서 좋은 반응을 가진 채 출시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개발사에서 선호한다.

CBT는 모든 데이터가 초기화되는 탓에 개발사도 마음껏 보상과 푸시 알림을 테스트한다. 콘텐츠 검증과 서버 안정성을 테스트하지만, 속내는 게임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CBT가 항상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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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T는 테스트일 뿐 정식 버전은 아니다!
CBT의 목적은 유저들의 피드백 수집과 사전 등록,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단지 사전 등록과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테스트라면 무늬만 테스트인 경우가 태반이다.

정작 테스트의 목적과 테스터의 본문을 망각한 채 제대로 된 테스트를 하지 않고, 출시했다면 게임의 콘텐츠는 정교해질 수가 없다. 또 CBT에서 수집한 피드백을 100% 반영한다면 개발사의 방향성도 틀어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시쳇말로 CBT를 개발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을 조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게임을 배로 비유한다면 한쪽에 쏠렸을 때 배는 침몰한다. 하지만 현실은 조율보다 평행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혹자는 개발사가 유저들의 의견을 무시하면 고집이 세다고 하고, 정작 피드백을 반영한 것으로 정식 출시하면 정작 해보는 유저는 드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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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CBT는 썸만 잠깐 타는 것일 뿐 연애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다른 게임의 CBT를 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모바일 게임의 CBT 러시는 줄을 잇고 있다. 분명 이전과 달라진 상황 탓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지만, 테스트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면 결과는 뻔하다.

유저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반영할지 고민하는 개발사의 시름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단 장사꾼은 예외다. 좋은 물건 팔아서 신뢰를 쌓는 것보다 그냥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라는 생각이 강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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