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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개최된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 2016. 작년에 출품한 게임의 수나 개최된 장소의 규모나 1회차 행사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 있었고, 행사 기간에 알차게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알차게 신경쓴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화려한 조명이나 유명한 연예인이나 그 흔한 부스걸도 없었지만, 여느 때보다 행사에 참여한 개발자나 참가자들이나 열정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석양이 지는 배경을 뒤로 한 채 게임 화면을 응시하는 모습도 한 폭의 풍광으로 남았다.

게임을 판매하려는 세일즈 행사가 아닌 덕분에 쇼보다 축제에 가까웠다. 해외 개발자들은 자신의 부스보다 다른 게임 부스에 가서 시연도 모자라 상세한 설명까지 해주는 도우미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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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집주인이 이웃한테 '나들이 다녀옴!'이라는 짧은 말만 남긴 채 다른 집으로 놀러 간 셈이다. 더욱 몇 번의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파악, 다른 부스에 찾아온 참가자에게 설명을 해주는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아직 국내 개발자에게 낯선 풍경이었지만, 말 그대로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게임쇼의 선을 긋는 확실한 매력이자 콘텐츠인 셈이다. 아마도 이러한 풍경과 행사를 대하는 방식은 국내 개발자들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그래서 조직위원회는 일반 전시 이전에 개발자 프로그램을 운영, 일종의 체험단처럼 서로 다른 그룹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개인적으로 나서는 것보다 시간을 쪼개 다른 스타일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좋은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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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재산은 신선한 자극을 의미한다. '무엇 때문에 게임 개발자의 길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할 수 있는 확신과 함께 좋은 자극은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행사에 참가한 몇몇 개발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정말 재미있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했을까?", "지금까지 노력한 것보다 몇 배는 노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부럽네요" 등의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그만큼 미디어나 시장의 평가보다 개발자가 직접 느끼는 자극만큼 확실한 충격요법은 없다. 더욱 인디게임이라는 키워드로 뭉친 이들이기에 게임 개발에 대한 업을 냉정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BIC2016이 단순한 게임의 전시가 아닌 국내 게임 개발자의 각성을 도와주는 디딤돌을 자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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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외적으로 미디어가 국내 인디게임을 접근하는 관점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힘들고 척박한 환경에서 개발하고, 성공 이면에 감춰진 실패 히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국내 인디게임이 미래라는 대안론은 위험한 관점이다. 이들에게 그런 사치스러운 희망 고문은 필요 없다. 

아마추어 창작가 집단이 아닌 이상 이들도 프로와 경쟁하는 프로 집단이며, 프로는 후광보다 게임이라는 콘텐츠로 인정받아야 한다. 개발의 시작이 단순한 창작이라면 오픈 마켓에 등록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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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디게임도 메이저 게임업계와 다를 바 없는 정글이다.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살아남은 소수의 게임이 국내 인디게임의 미래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지난해 BIC2015에 참가한 국내 인디게임의 생존률은 처참하다. 그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힘들거나 어려울 때 잡아주는 도움의 손길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싸늘한 시선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녕 불쌍하다는 일말의 동정심을 느낀다면 시장의 논리를 맡겨두는 것이 상책이다. 

메이저나 인디나 개발자들이 흘린 땀의 가치는 같다. 인디 개발자도 프로인 이상 연민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자신과 자신의 게임을 낮추는 순간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다.

D.T.D는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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