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인연이 모여 세상을 구하는 기적



이번 리뷰는 체험 빌드를 토대로 작성, 개발사인 파우게임즈와 서비스사 네오위즈의 사정에 따라 정식 출시 버전에서 콘텐츠가 변경될 수 있음을 일러둔다. 

추억의 게임이 스마트 폰에서 구현돼 자동 전투와 수집형 RPG로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에 담긴 하얀마녀, 주홍물방울, 바다의 함가 등이 신(新) 트릴로지 시리즈처럼 등장, 추억 여행을 떠나본 것도 이채롭다.

기자의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영웅전설은 당시 게임잡지 '게임피아'의 공략을 보면서 플레이했던 게임 중 하나였다. 특히 시간이 흘렀다고 느낀 것도 현재 같은 이름의 유통사 게임피아가 영웅전설 여의 궤적 시리즈를 패키지로 출시, 묘한 우연이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과거의 IP와 현재의 수집형 RPG가 공존한다. 과거 PC 온라인 게임 시절부터 업계의 불문율로 통하는 게임의 성공 공식 중 '추억과 유행'이 하나의 게임에 담겨야만 감히 흥행과 성공을 논할 수 있는 시대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단 이 게임에서 영웅전설이라는 IP를 걷어내면 이음새와 짜임새가 정교하게 맞춰진 수집형 RPG의 교과서 콘텐츠와 시스템이 남는다.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에 충실해 흔히 말하는 결제와 뽑기로 스테이지를 빠르게 밀어내는 방법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1성부터 느긋하게 천천히 플레이하는 것도 플레이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특정 캐릭터와 등급, 직업과 무기 등에 따라 전투의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반복적인 전투를 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캐릭터의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 열매나 승급을 위한 조각 모으기와 골드 파밍, 장비 슬롯 강화 등 모든 과정에서 골드(게임 머니)와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 수집형 RPG는 보유한 캐릭터의 조합에 따라 재미의 양상이 바뀌지만, 필수 캐릭터가 없다고 해서 스테이지 진행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전 스테이지를 반복하면서 캐릭터의 성장에 치중하면서 다른 부가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것으로 스스로 플레이 동기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겉모습만 본다면 체인 크로니클이나 랑그릿사와 같은 SRPG의 요소를 차용했지만, 속내는 게임의 콘텐츠를 단시간에 극복할 수 없는 레벨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파티(캐릭터 5종)에 속한 직업의 조합에 따라 스테이지를 격파하면서 파티를 최적화, 궁극의 공격대를 구성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플레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루함이 가중되고,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질 수 없다면 수집형 RPG의 일일 퀘스트는 게임이 아닌 숙제로 전락한다. 할 게 없다기보다 더는 할 목적이나 이유를 찾지 못해서 속칭 게임을 접는 탓에 파우게임즈와 네오위즈는 '영웅전설'을 데려왔다.

만약 영웅전설이 없었다면 캐릭터의 서사나 그들의 이야기까지 없었다면 그저 흔하디흔한 뽑기로 점철된 수집형 RPG에 불과했을 것이다. 앞서 영웅전설 기반 모바일 RPG가 등장했지만, 중국산 양산형 게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을 떠올린다면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의 부담도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앞서 언급한 3편의 작품을 게임의 콘텐츠(이야기, 캐릭터)로 녹여내면서 색다름보다 익숙함, 새로움보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추억을 끄집어내는 데 공을 들였다. 다만 근래 익숙해진 수집형 RPG의 시스템에 영웅전설을 접목한 이상 게임에 등장하는 팀의 조합만큼 이들의 조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노골적인 추억 팔이가 아닌 수집형 RPG라는 그릇에 영웅전설이라는 양념을 추가, 아직 미완의 요리에 가깝다. 과거 영웅전설의 팬과 수집형 RPG에 익숙한 집단 사이의 틈을 공감(共感)이라는 요소로 어떻게 매울 것인가에 따라 진정한 트릴로지가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첨언은 게임 옵션에 글씨 크기를 조절하는 게 있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뭐가 보여야 캐릭터 대사나 이야기의 흐름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주 일말의 아쉬움을 빼면 28일이 기다려지는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의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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