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하고 화사한 세계에서 만나는 유쾌한 이야기




리니지 레드나이츠 이후 8년 만에 엔씨 본진에서 출시를 앞둔 수집형 RPG 호연. 전자가 헬로히어로 for Kakao, 몬스터길들이기 for Kakao 시절의 1세대 수집형 RPG로 기준을 정한다면 호연은 대략 4세대에 가깝다.

사실 세대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한 것도 리니지 레드나이츠에 이어 PC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세계관을 반영한 작품인 덕분에 게임 곳곳에 블소의 향기가 소소하게 묻어난다.

이번 리뷰는 미디어 대상 시연 빌드를 토대로 작성, 정식 출시 빌드는 엔씨소프트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미리 일러둔다.

호연은 과거 수집형 RPG가 MO였던 것에 비해 MMO 방식을 채택, 다른 이들과 만날 수 있는 필드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수집형 RPG의 교과서 콘텐츠를 충실하게 반영해 영입, 성장, 강화 등으로 연결된 캐릭터 중심의 RPG로 흘러간다. 그래서 관점에 따라 캐릭터 한 명이 아닌 팀을 꾸려서 이들을 최고의 파티가 될 때까지 이끄는 게 게임의 목표다.

그 결과 속성(화, 수, 독, 뇌, 암, 무)에 따른 상성 관계, 근거리와 원거리, 탱딜힐처럼 구분된 역할에 따라 팀의 구성이 달라진다. 수집형 RPG의 플레이 패턴은 타협과 선택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변한다. 전자는 무과금이나 소과금으로 있는 그대로 뽑아서 운용, 후자는 팀을 최고의 파티(레벨과 아이템 파밍)를 완성해 졸업하는 것이다.

시쳇말로 출시와 동시에 달리기 파티가 아닌 이상 느긋하게 플레이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출시 빌드의 캐릭터 조합 연구가 필요하고, 호연의 오리지널 캐릭터와 블레이드앤소울의 캐릭터 이야기가 연결되는 구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호연의 센터를 맡고 있는 유설의 스펙업 놀이가 호연의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는 동기로 삼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성장은 전투의 반복이다. 초반에는 공략을 논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전투 시스템이지만, 익숙해지면 스펙업 위주의 전투로 단조롭게 변할 수밖에 없다. 만약 MO만 존재하는 수집형 RPG였다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사라지면서 지쳤겠지만, 호연은 필드 보스를 꺼내 들었다.

단순하게 딜 측정기 수준의 보스 레이드라면 식상하겠지만, 시연 버전에서 만난 필드 보스는 모든 스펙업을 완성한 궁극의 파티였음에도 몰살당할 정도로 난이도를 무시할 수 없다. 시연 빌드에서 4인 파티는 부활 3회를 모두 사용하면서 장시간의 혈투, 필드 보스는 언제 죽었는지 모른 채 키보드만 누르기만 했다. 

아마도 나름대로 빌드업이 진행 중인 집단과 스펙업을 완성한 집단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해 보스를 등장시켜 좌절과 성취감이라는 숙제를 던진 듯하다. 속칭 보스도 못 잡는 파티라면 극단적으로 게임을 포기하는 게 아닌 이상 시간이 걸려도 다시 키우러 가기 때문이다.

새로움이 친숙하고, 색다름이 익숙하게 변했을 때 호연의 민낯과 밑천은 드러난다. 수집형 RPG의 성패를 가르는 그 시점에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게임을 떠나지 않도록 이들을 도와주는 게 호연의 책무다.

프로젝트 BSS가 호연(護緣)이라는 어엿한 이름이 생겼을 때부터 누구를 돕고 보호할 지 서비스를 종료하는 그 날까지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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