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하고 먹먹하다.

영화 플로우는 약 1시간 30분 분량의 CG 영화로 유명한 배우나 전쟁이나 SF, 판타지와 같은 소재도 아니다. 

그저 고양이와 댕댕이, 카피바라와 원숭이 등 동물이 등장하는 생존을 위한 다큐멘터리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쪽에서 먹먹함이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묘한 매력을 가진 영화다.

게임업계의 1인 개발자처럼 혼자서 무료로 공개된 툴로 영화를 제작, 적어도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의 시선에서는 연신 '어떻게, 어떻게'를 외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말 한마디 못 하는 미물이 오로지 본능에 의존, 사람도 견디기 힘든 자연의 시련 앞에서 떠나는 모험보단 살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특히 플로우에 등장하는 그루밍과 헤어볼, 채터링 등은 고양이 집사만 알고 있는 세심한 묘사도 스쳐 지나갈 정도다. 그만큼 주인공(?) 고양이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면서 디테일을 살렸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의 조합은 서로 개연성이 없다. 단지 홍수 탓에 한 곳에 모인 게 전부일 뿐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특히 홍수로 인해 배에 올라타면서 각 동물의 성향에 따른 행동 방식도 제각각이다. 야생동물에게 사회화는 중요한 영역이지만, 적어도 고양이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사실 극장에서 플로우를 관람하는 풍경은 가끔 들리는 팝콘과 콜라 먹는 소리를 제외하면 모두 숨죽이면서 지켜본 게 전부였다. 아마도 이 부분이 여느 스릴러나 공포 장르보다도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고양이의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단순한 관찰 예능이 아니라 위험한 순간에도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인 공포다.

작품 곳곳에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고래나 고양이가 따르는 수리, 친화력 끝판왕 카피바라, 반짝이에 집착하는 원숭이나 대사가 없이도 캐릭터의 역할은 명확하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 고래가 등장해 고양이 일행을 도와줄 때는 흡사 '슈퍼 플레이'처럼 환호성과 손뼉 치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쾌재를 불렀다.

플로우는 그 흔한 말 한마디 없지만, 고양이의 무사 귀환 외에는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애틋했다. 작품 말미 모험을 함께 했던 동물들의 모습이 웅덩이에 비치면서 모험은 끝이 난다. 사실 이 모험도 온전한 끝이 아닌 게 쿠키 영상에서 또 다른 결말을 예고, 플로우를 감상한 관점에 따라 선택지를 남겨 놓은 것은 덤이다. 

고양이 집사라면 보고 난 뒤에 먹먹함과 공포가 공존, 오히려 반려동물을 향한 감정만 더욱 올라오는 탓에 애착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묘한 매력의 작품으로 기억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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