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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이 병태가 완벽한 부여 짱으로 거듭나기 시작하는데...



"이~, 그류, 그려~"라는 말은 소년시대에서 줄기차게 들었던 말이다. 

극중 배경이 부여로 설정된 덕분에 기자에게 친숙한 말투가 드라마에서 쉼 없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때로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거닐던 학교 가는 논둑을 떠올리게 했던 드라마였다.

앞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충남 토박이로 분한 배우들의 사투리는 흔히 '영혼'이 없었지만, 장병태 역을 연기한 임시완의 연기는 생활 연기 그 자체였다. 비록 과장된 감이 있긴 하나 1화부터 10화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미묘한 감정선 또한 웃음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생명력을 불어넣은 그의 힘이다.

소년시대를 관통하는 충남 부여의 사투리는 영화 피끓는 청춘과 거북이 달린다의 배경으로 설정된 홍성과 예산보다 도시 말처럼 느껴진다. 농고, 상고, 공고 등으로 구분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아이템이나 소재 등이 적어도 시대극(?)의 고증은 제대로 됐다는 느낌이 드라마에 녹아들었다.

물론 사투리를 앞세웠지만, 정작 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희화화하지 않고도 장병태의 시각에서 풀어낸 메인 스트림과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야기도 극의 완급 조절에 보탬이 됐다.

특히 학폭의 부정적인 이미지 부각이나 미화보다는 그냥 친구들끼리 어울리는 장소와 대화로 간결하게 묘사했다. 초중반은 으름장을 놓는 일부 친구들의 비행이나 일탈이었지만, 이들에게 사연이나 배경을 설명하는 시간을 따로 배정하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맥락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병태만큼이나 병태와 어울리는 찌질이 그룹의 용기 있는 행동과 위로가 되는 말투 등이 무조건적인 권선징악의 드라마와 궤를 달리했다. 더욱 후반에 보여주는 도장 깨기와 이를 도와주는 흑거미는 과거 복수를 다짐하는 이들의 성장 과정을 화면으로 압축, 어차피 '될놈될' 스타일의 호쾌한 복수의 성공기 또한 이명우 감독은 비틀기를 시도한 듯하다.

이미 1화부터 아산 백호와 최종결전에서 승리가 보장된 장병태였지만, 초반부터 보여준 주변 인물과의 전략(?)을 승부처로 삼아 대처하는 그의 생존 전략이 작중의 웃음 포인트로 작용했다. 일례로 플라이어, 삼각자, 몽키스패너, 완스강 등처럼 닉네임으로 로 설정된 배역과 대치하는 모습이 초반을 이끌었다면 중후반에는 '육룡이 나르샤'로 점철된 찌질이 그룹의 성장기도 빛을 발했다.

드라마에서 매회 등장한 흡연 장면은 공중파가 아닌 쿠팡 OTT라 가능했고, 담배라는 아이템 자체가 일탈의 상징으로 비친 감독의 애환도 심히 공감이 간다. 첫 등장부터 클리세만 범벅한 흔하디 흔한 추억팔이 드라마로 치부될 뻔했음에도 간만에 추억과 웃음을 짓게 만드는 좋은 드라마로 기억될 듯하다.

배우의 이름보다 이들이 연기한 배역 이름만 기억에 남는 게 쿠팡 오리지널 '소년시대'의 힘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제목 : 소년시대(Boyhood)
제공 : 쿠팡플레이
제작 : 더스튜디오엠
감독 : 이명우
극본 : 김재환
출연 : 임시완, 이선빈, 이시우,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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