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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게임즈가 세븐나이츠를 통해 기묘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때 유행처럼 불었던 글로벌 원빌드도 아닌 현지화라는 명목으로 로컬 빌드를 별도로 구분, 같은 게임 다른 스타일로 현지화를 공략하고 나선 것.

이전에 국민 카카오 게임 3종을 일본에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정작 살아남은 것은 모두의 마블이었다. 이후 거침없이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신 결과 세븐나이츠의 일본 입성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다.

그 결과 세븐나이츠는 일본 양대 오픈 마켓에서 선전하며, 유의미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나 이전에 출시했던 몬스터 길들이기의 한(恨)을 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 RPG 스타일을 버렸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븐나이츠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텐센트를 통해 진출했던 세븐 나이츠의 중국 버전(七骑士 - 全球第一画面)은 2015년 12월 31일에 사라졌다. 야심차게 대륙 정벌에 나섰지만, 텐센트의 후광과 별도로 과거에 진출했던 국내 모바일 게임처럼 중국 시장 입성이 무위에 그쳐버린 셈이다.

중국 버전이 사라졌어도 넷마블게임즈는 세븐나이츠 for Kakao, Seven Knights, セブンナイツ 등 3개의 빌드로 서비스 중이다. 지난 2월 5일에 일본 양대 오픈 마켓에 출시된 일본 버전은 철저한 로컬 버전을 앞세워 이전과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카카오 버전과 글로벌 버전은 한국을 제외하고, 세계 곳곳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버전이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 버전도 매출 차트에서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은 두 개의 버전이 격돌을 벌이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참고로 세븐나이츠의 글로벌 버전은 2015년 10월 동남아시아 지역부터 공략에 나선 바 있다. 글로벌 버전 정식 출시에 앞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능성을 타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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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능성은 공교롭게 세븐나이츠 for Kakao의 매출 지표가 영향을 줬다. 국내 서비스 전용이 아닌 덕분에 해외에서 접속을 개방, 매출이 발생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더욱 지원하는 언어가 한국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언어의 장벽도 콘텐츠로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 남았다.

당시 넷마블게임즈 관계자는 "세븐나이츠는 해외에서 접속을 차단하지 않았다. 과테말라 지역에서 매출 2위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해당 지역의 언어로 현지화를 하지 않아 한글 버전으로 즐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한 바 있다.

결국 글로벌 버전은 국내 버전의 지표를 통해 확인, 성공 가능성을 내다본 지역부터 확실하게 잡고 들어간 셈이다. 특히 글로벌 버전은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핫타임(평일 기준 오후 8~10시)을 재편했다.

기존 방식은 국내 버전처럼 특정 시간에 핫타임을 활성화했지만, 재편된 방식은 유저의 선택에 따라 핫타임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지역 적용보다 더욱 세분화, 유저들의 플레이 성향을 제대로 반영한 핫타임으로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이다. 글로벌 버전도 일본 버전처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넷마블게임즈는 출시 777일을 기념한 신규 서버 계획을 공표했다. 대규모 업데이트나 시즌의 개념이 아닌 같은 게임의 다른 서버를 운영, 신규 유저의 정착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2010년에 넥슨에서 시도했던 마비노기 영웅전 XE와 비슷한 개념이다.

넥슨은 마비노기 영웅전과 XE 버전을 구분, 독특한 장점을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전보다 쉬워진 버전을 선보인 바 있다. 4년 만에 프리미어와 XE 서버를 통합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형평성을 고려한 신서버 오픈의 선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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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에 오픈할 세븐나이츠의 신 서버는 크리스, 기존 서버는 루디라는 이름이 확정된 상태다. 현재 소식이 전해진 후 관련 커뮤니티는 유저들의 의견으로 분분하다. 이러한 방식은 적어도 국내 모바일 RPG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전개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기존과 확연히 다른 신 서버 추가 계획에 유저들이 당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세븐나이츠 for Kakao의 상황을 본다면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나 다름없다. 2014년 3월 7일에 출시된 세븐나이츠 for Kakao는 카카오와 계약 기간이 11개월을 남겨둔 상태다. 불과 1년도 남아있지 않은 시점에서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었고, 모두의 마블 for Kakao처럼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일종의 선제공격이다.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할 때 for Kakao를 포기하고, 글로벌 버전을 국내 오픈 마켓에 출시했을 때 상황을 미리 카카오 버전에서 지켜보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 이유는 넷마블게임즈와 카카오의 재계약 확정이 아닌 불발로 흘러갔을 때 글로벌 버전에 한국 서버를 추가,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결기를 내세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살(카카오 버전 유저)을 베어 내주고, 상대(카카오)의 뼈를 끊을 수 있는 시나리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신규 서버 추가 계획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기존 방식으로 진출한 중국 버전의 실패, 플랫폼보다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한 독립된 일본 버전, 국내 버전의 지표를 토대로 동남아시아 지역을 거점삼아 영역을 확장한 글로벌 버전. 그리고 약 1년의 계약 기간을 남겨준 국내 버전의 신규 서버 오픈 계획까지...

넷마블게임즈가 포석 하나는 잘 깔았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한 철저한 예행 연습을 크리스 서버로 해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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