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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잔인한 11월에 찾아왔다. 

작년 이맘때 불리언게임즈의 다크 어벤저 2와 썸에이지의 영웅 for Kakao, 엠씨드의 더 소울이 격돌했을 당시보다 더욱 치열해지고, 시쳇말로 자비가 없는 게임들로 11월이 채워진 셈이다.

아이덴티티모바일의 던전 스트라이커 비긴즈, 넥슨GT의 슈퍼 판타지 워, 넷마블앤파크의 이데아, 넷게임즈의 히트까지 11월 초순에 포문이 열린 이후 모바일 대작 RPG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규모 마케팅과 전방위로 진행하는 물량 공세까지 이어지며, 사실상 유수 퍼블리셔의 총력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업체마다 명예와 자존심을 앞세우며,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최고 매출 부문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홍보와 마케팅도 이전보다 강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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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면에는 이전과 달라진 시장의 풍속도를 알 수 있는 모습이 존재한다. 출시와 동시에 차트에 진입하고,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것은 흡사 한때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간 음원 시장이 스쳐 지나간다.

그만큼 속도에 민감해지고, 업데이트 주기도 이전보다 빨라졌다. 과거 PC 온라인 게임 시절에 '콘텐츠 소모 속도'를 걱정하며, 업데이트와 패치로 제동을 걸었음에도 이를 극복하는 유저들의 플레이 숙련도였다.

현재 위에 언급된 게임들도 마찬가지다. 출시와 동시에 초강수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 붙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시쳇말로 대열에서 이탈하면 다시 선두 그룹에 합류하려면 이전보다 2배의 힘으로 달려야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물론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게임이 봇물 터지듯 등장하는 것은 조용했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더욱 국내 모바일 RPG의 수준이 평준화된 상황에서 이들의 등장은 여느 해보다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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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들의 공통점을 축약해서 유저의 체감 플레이 수준을 Easy, Exciting, Expert로 설명할 수 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플레이할 수 있는 Easy 단계를 거쳐 결제할 수 있는 경제력과 플레이 숙련도가 균형을 이룰 때 느끼는 Exciting 단계, 이후에 게임의 업데이트 패턴을 예측할 수 있는 Expert 단계까지 섭렵한다. 

이는 그동안 여러 게임들과 게임사들이 시장의 대세와 유저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명목으로 열심히 교육시킨 결과다. 이전에 등장했던 양산형 모바일 RPG는 출시와 동시에 최종 스테이지 인증 샷까지 올라오기까지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유저들의 플레이 성향이 레벨 디자인을 앞섰다는 증거다.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하고, 콘텐츠를 촘촘히 배치하더라도 진입 장벽이 낮아진 이상 콘텐츠 소모 속도를 막아설 수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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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1년 뒤는 장담할 수 없다. 1년 뒤에 어떤 게임이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4년 봄에 등장한 모바일 RPG의 생존 여부다.

당시 별이되어라 for Kakao를 시작으로 용의 심장, 아크스피어와 영웅의 군단, 불멸의 전사 for Kakao와 무적의 용병단, 서머너즈 워까지 몰리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1년이 흐른 지금 결과는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도 있고, 글로벌 빌드를 통해 전 세계로 영역을 넓힌 게임도 있다.

최대 격전지가 되어버린 2015년 11월, 업데이트를 통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그들. 단기전에 승부한다면 지금의 총공세가 정공법이지만, 오랫동안 서비스를 유지하고 싶다면 게임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레일을 벗어난 폭주 기관차의 끝을 유저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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