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 메이플과 펫 시럽, 그리고 단풍나무 길드 모험기
'아픈 건 싫으니까 방어력에 올인하려고 합니다'는 제목 그대로 가상 세계 '뉴 월드 온라인'을 시작한 카에데가 선택한 캐릭터 메이플과 길드 마스터로 활동하는 단풍나무 길드의 에피소드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분위기를 십분 살리면서 메이플의 코믹 활극과 악독한 빌런조차 없는 평화로운 이야기가 이어지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PC 온라인 MMORPG에서 캐릭터의 겉모습과 힘과 방어력 등의 스테이터스를 정하는 과정에서 균등이나 무작위를 선택하지만, 평화로운 메이플은 오로지 방어력에 집중했다. 그 결과 공격은 포기한 대신 방어력은 살아 움직이는 바위처럼 괴물이 탄생했다.
이 작품은 바로 메이플의 방어력에서 출발한다. 일종의 기인처럼 설정된 캐릭터의 방어 특화 덕분에 게임을 처음 소개해 준 '카에데'의 안내가 없었던 탓에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막을 수 없었다. 그저 몬스터에게 맞기 싫어서 선택한 기형적인 스탯 분배였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먼치킨이 되어가는 메이플의 모험기가 게임의 퀘스트처럼 짜임새 있게 전개된다.


기자의 기억에도 과거 리니지나 뮤 온라인 시절의 피기사를 떠올리게 한 플레이 방식이었지만, 애니메이션은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는다. 파티를 책임지는 탱커보다 그저 움직이는 철벽에 가깝기 때문에 길드에 합류하는 이들도 메이플을 경이로운 시선을 쳐다보는 게 전부다.
특히 작중에서 등장하는 패러디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고질라나 건담, 에반게리온 등의 명장면을 메이플의 변신으로 풀어낸 것도 센스가 넘쳐흐른다. 대표적으로 메이플의 기계신 모드는 '기동전사 건담 시드 데스티니'의 미티어와 흔히 덴짱이라 불리는 건담 시작 3호기를 모에화, 작가의 시선으로 색다르게 해석한 부분이다.


다만 전개 방식은 엉뚱한 초보자가 시작한 괴이한 방어력 특화 캐릭터가 퀘스트와 미션, 이벤트 등을 거치면서 점차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탓에 강함의 존재는 점차 의미가 없어진다. 또 작중에 등장하는 라이벌 길드와도 친목을 다지는 덕분에 리니지 시절의 반왕-성혈-중립 등의 서버 삼분지계도 결국 모두 다 친구가 된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PK서버보다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에 집중하다가 레이드까지 정점을 찍고,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닌 마을 안에서 석상 놀이나 하면서 채팅만 즐기는 메신저로 변신한 게임으로 변해간다. 분명 애니메이션도 흔한 패턴으로 진행되지만, 이상하게도 '아픈 건 싫으니까 방어력에 올인하려고 합니다'는 질리지 않고, 다음 회의 에피소드가 기다려지는 묘한 기대감이 앞선다.


또 작중에 흐르는 OST도 청량하고 산뜻한 느낌이 물씬 풍겨 메이플과 작품의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는 데 최고의 양념이다.
진지함이 없어도 메이플의 뚝심이 곧 '아픈 건 싫으니까 방어력에 올인하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투영된 덕분에 1기부터 2기까지 쭉 정주행하더라도 질릴 틈이 없을 작품으로 기억할 것이다.
넷플릭스
https://www.netflix.com/kr/title/81234294
아픈 건 싫으니까 방어력에 올인하려고 합니다 | 넷플릭스
가상현실 MMORPG 초보 유저 카에데. 힘도 지능도 민첩성도 제로인 탓에 마을 앞 잡몹마저 사냥 못해 쩔쩔맨다. 그래도 방어력에 집중한 덕에 하나도 아프지가 않네? 이젠 어떤 몬스터도 두렵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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