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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과 달리 여느 해보다 인디게임이라는 키워드가 회자된 적이 없었다. 때로는 창작의 의지를 불태우는 상징으로 통했고, 때로는 인디의 탈을 쓴 얌체 개발사의 포장지로 쓰이기도 했다. 그만큼 인디게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각자 떠오르는 단어가 다른 탓에 벌어진 현상이다.

연말이 되면 한해를 정리하는 기사가 나오는 가운데 범위를 좁혀 국내 게임업계에서 인디씬에서 벌어진 이슈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적도 없고, 각종 미사여구로 중무장한 채 전방위로 홍보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본 사람으로 2016년 국내 인디씬의 이면을 정리했다.

※ 이슈 선정은 일선 취재 현장에서 직간접 취재를 통해 얻어낸 사실을 정리했다. 관점에 따라 선정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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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로벌 도전기

국내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개발자와 개발팀은 작년보다 글로벌 빌드에 공을 들였다. 메이저 업계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마켓을 장악한 나머지 또 다른 생존방식으로 접근, 오히려 메이저에서 하지 못했던 공격적인 빌드를 출시했다.

예를 들면, 키메이커가 개발한 모바일 액션 RPG는 출시한 지 약 6개월 만에 글로벌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단적인 비교 대상으로 넥슨의 히트는 출시 두 달만에 글로벌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극단적으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비친 500만 다운로드의 의미는 서로에게 다른 의미다. 1인 개발자로 출발한 게임과 다수의 인원이 업무의 효율화를 앞세운 시스템과 경쟁해서 우위를 점한 것이다.

또한 어비스리움을 위시한 다수의 인디게임이 일본에 출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한국의 인디게임을 전파했다.


2. 합종연횡, 인디씬의 세력화

인디게임의 정의가 개발에서 퍼블리셔로 옮겨가는 특이한 과정이 2016년에 벌어졌다. 메이저에서 진행하던 개발-계약-퍼블리싱-서비스-운영 등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각자 잘할 수 있는 특장점으로 승화,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일련의 행동을 보였다.

여기서 말하는 세력의 의미는 카르텔처럼 부정적인 것이 아닌 일종의 맹주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우선 탭 퀘스트부터 이어진 글로벌 진출의 공격적인 사례로 꼽히는 나누컴퍼니는 국내 인디씬에서 스페셜 리스트 그룹으로 통한다. 그저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메이저와 달리 확실한 킬러 콘텐츠만을 선별, 성공 사례로 끌어내고 있다.

또 다에리소프트는 개발사로 시작했음에도 게임 출시 전후를 책임지는 마케팅 전문가 그룹으로 탈바꿈, 다에리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단순히 홍보와 마케팅으로 점철된 과정을 더욱 세분화, 그들 만의 세계에서 게임을 알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접근하여 하나둘씩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집행검 키우기와 파스타로 알려진 넥스트도어즈는 '인디게임 얼라이언스'를 구축, 인디씬의 협동조합처럼 서로 상부상조하는 움직임을 진행했다. 메이저에서 크로스 프로모션과 CPI로 통하는 규모의 경제를 인디씬에서 어울리는 시스템으로 재편했다.

그 결과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품앗이 문화를 전파했다.

이 외에도 부산의 맹주 매직 큐브는 인디게임 퍼블리싱 전문가를 겸업, 개발사와 퍼블리셔라는 1인 2역을 해내고 있다. 헝그리앱에서 괴작으로 평가받는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 시리즈나 웰메이드 게임으로 통하는 스매싱 더 배틀이 이들의 라인업에 포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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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국내 인디씬에서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일명 BIC은 전 세계 인디게임 행사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강렬한 색채를 자랑한다. 앞서 언급한 글로벌 성공 사례로 꼽히는 다크 소드도 BIC 출품작 중의 하나였다.

아직 2회차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출품하는 게임의 규모나 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지고 있으며, 메이저와 달리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물론 BIC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인디게임 행사는 많지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페스티벌이 단시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조직위원회의 힘이었다.

그 결과 3일 동안 작년 대비 약 2.7배(2,380명) 증가한 총 6,391명의 게임유저 및 관람객이 찾아와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다. 전시장에는 스웨덴,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14개국의 신작 인디게임 100여 편이 총출동했다.


4. 클리커와 키우기 열풍 그리고 멀티 플랫폼

현재 국내 양대 오픈 마켓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장르는 RPG다. 이러한 유행은 국내 인디씬에서 클리커와 키우기 게임으로 이어졌으며, 여전히 출시되고 있는 장르 중 하나다.

시간과 인원, 자본의 제약으로 효율을 꾀할 수 있는 장르로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메이저에서 모바일 RPG의 범람으로 제살 깎아먹기와 차별화에 실패한 게임이 많아지는 추세지만, 국내 인디씬은 조금씩 미묘한 다른 콘텐츠와 시스템으로 생존 방법을 모색했다.

또한 콘텐츠의 힘만 있다면 다른 플랫폼에서 통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스마트 폰이 아닌 PC와 콘솔 버전에 최적화된 빌드를 공개, 실제로 출시하는 국내 개발사가 제법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버프스튜디오다. 이들은 개발에 머물지 않고, 실제 출시까지 진행한 실전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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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본 인디게임의 역습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일본 인디게임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복치나 헌트쿡은 게임 뿐만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하는 문화까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뜸해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치열해졌다. 간혹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기준으로 핫이슈 코너에 특이한 게임이 등장한다 싶었다면 일본 게임이 많았다. 

메이저 업계에서 일본에서 성공한 게임들을 공격적으로 출시할 때 틈새 시장을 노린 인디게임도 급격히 유입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어처럼 방치형 시뮬레이션 게임의 강자처럼 다수의 게임을 한글화로 출시할 정도로 일본 게임의 한글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이들이 노리는 지점은 최고 매출 100위가 아닌 300~400위 구간이다. 경쟁자도 적고, 다수의 게임이 한꺼번에 출시되어 동반 상승할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특히 번역기로 어설프게 번역한 문장이 국내에서는 병맛 개그로 통할 정도로 소재와 구성의 참신함이 경쟁력으로 작용, 국내 인디씬에게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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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도 다양한 장르와 색다른 매력을 지닌 모바일 게임이 출시됐다. 계절과 날씨, 낮과 밤에 상관없이 출시된 게임들이 많았지만, 정작 유저들에게 선택을 받은 게임은 소수에 불과했다.

더욱 모바일 게임의 출시일과 수치를 기록하는 것이 무의미한 가운데 거꾸로 서비스 종료 기사는 해를 갈수록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2016년에 출시된 게임이 몇 개나 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힘들지만, 올해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은 대략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기사보다 기록에 의미를 두고, 자체 집계한 결과를 공개한다. 서비스 종료의 기준은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비스 종료가 예정된 게임을 집계했으며, 해외에 진출한 국내 개발사의 게임도 포함했다. 또 iOS 버전만 종료한 게임도 서비스 종료로 분류했으며, 서비스 종료 공지나 환불을 안내하지 않은 일명 먹튀 회사의 게임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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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게임은 107개로 37%

2016년 1월 15일 넷마블게임즈의 액션삼국지 for Kakao를 시작으로 12월 31일에 종료가 예정된 인트라게임즈의 아르케니아 for Kakao까지 총 286개 이상의 게임이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은 11개, 2월은 26개, 3월은 33개, 4월은 40개, 5월은 34개, 6월은 22개, 7월은 20개, 8월은 11개, 9월은 21개, 10월은 13개, 11월은 30개, 12월은 25개 순이다. 

상반기는 4월에 운명을 달리한 게임이 많았으며, 하반기는 집계일을 기준으로 11월이 많았다. 그러나 해를 넘기기 전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임이 많아지는 12월의 저주를 고려한다면 조만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카카오 게임은 107개로 37%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밴드게임은 5개, 아프리카 게임은 1개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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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 서비스 종료는 게임빌 24개

서비스 社를 기준으로 게임빌이 24개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뒤를 이어 넷마블게임즈 21개, 넥슨 12개, 네시삼십삼분 10개, 구름컴퍼니 8개, 아이덴티티 모바일 8개, 컴투스 8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8개,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7개 순이었다.

이면을 살펴보면 게임빌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피처폰 시절에 이식된 게임을 4월에 17개를 종료하여 실질적인 수치는 7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올 한해 실질적으로 게임 서비스를 종료한 회사는 넷마블게임즈가 제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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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 기간 서비스 종료 35일

2016년 최단 기간 서비스 종료는 슈퍼지니어스게임즈의 클래시오브탱크 for Kaka로 2016년 8월 30일에 출시, 10월 3일(35일)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비공식적인 기록은 서비스 출시 당일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마켓에서 사라진 R사의 G 게임이다. 

이에 비해 장수 게임으로 수명을 다한 컴투스의 9이닝스 2016 프로야구가 2016년 12월 30일에 서비스를 종료,  9 Innings: Pro Baseball 2009라는 이름으로 출시하여 약 7년 9개월(2,819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분명 전년 대비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숫자에 불과하다. 여전히 서비스 종료 공지도 없이 먹튀를 일삼는 회사가 많으며, 심지어 종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결제 이벤트를 강행하는 회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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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4일 [기획] 1월 1주, 인디 게임 리턴즈 TOP5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헝그리앱의 인디게임 프로젝트가 11월 28일에 종료되었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정규 편성으로 꾸준히 소개했으며, 때로는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인디게임 관련 행사에 등장한 게임만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신작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따로 인디게임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고, 게임을 꾸준히 소개할 수 있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일종의 사명감처럼 묵묵히 해보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2016년에 소개된 게임의 수는 485개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장르 기준에 따라 액션, 어드벤처, 아케이드, 보드, 카드, 카지노, 캐주얼, 교육, 뮤직, 퍼즐, 레이싱, RPG, 시뮬레이션, 스포츠, 전략, 퀴즈 등 총 17개 장르 중에서 카지노를 제외한 16개의 장르에서 선택, 지금까지 게임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흔히 유수 퍼블리셔가 포진한 메이저 업계처럼 국내 인디씬도 특정 장르에 몰리거나 인기에 편승하는 게임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클리커나 키우기, 방치형 스타일의 게임은 꾸준히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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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헝그리앱의 인디 유닛은 장르의 중복을 피하고자 매번 소개하는 게임의 장르를 명확하게 구분, 되도록 다양한 장르의 신기한 게임을 소개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잡았습니다. 그 결과 익숙함보다 신선함을 앞세운 게임들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보람찬 일이었습니다.

또 개발팀에서 제공하는 소개하는 자료보다 인디 유닛이 직접 플레이, 짤막한 평가와 함께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간혹 개발팀의 의도와 다른 성격으로 게임을 소개하여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힌 적도 있습니다.

핑계를 댄다면 매번 소개하는 5개도 수량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대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중에서도 다시 플레이하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인디 유닛의 숙련도를 갖추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숙련도는 타성에 젖을 수 있고, 자칫 인디 유닛의 변화와 도전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의식을 경계하면서 플레이, 게임을 소개하는 과정을 반복했던 것에 대한 지루함을 탈피하고자 12월 한 달 동안 휴식과 재정비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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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앱 취재팀이 접근하는 인디게임의 기준은 단 하나 '홍보할 인력이 없는 개발팀이나 개발자의 게임'입니다. 이는 개발사의 규모나 자본금과 상관없이 최대한 넓은 범위에서 게임을 찾아낼 때 좋은 기준이 됩니다. 특히 소개된 게임을 플레이하는 그 순간 만큼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개인마다 인디게임에 대한 기준이 모두 다르고, 공식이나 정의처럼 정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인디 유닛에게 광범위한 기준에서 접근하라는 기준점이 있었기에 많은 게임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2017년에 진행할 인디게임 리턴즈도 반영될 예정이며, 헝그리앱 취재팀 내의 인디유닛에게 불변의 진리로 존재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든 분들의 도움이 있어 헝그리앱이 성장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도움과 지원을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사명감으로 헝그리앱은 전진하겠습니다. 

2017년 1월 2일 '1월 1주, 인디게임 리턴즈 TOP5'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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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넥서스의 세븐나이츠가 한일 양국에서 1000-1000클럽에 입성한다. 

국내는 세븐나이츠 for Kakao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1,000일(11월 29일)을 앞두고 있으며, 일본은 セブンナイツ라는 이름으로 누적 다운로드 1000만 다운로드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미 10월 22일을 기준으로 일본에서 9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최근 진행된 데빌 메이 크라이 스페셜 에디션 콜라보를 통해 다운로드 추이가 무섭게 상승, 11월 22일 이후에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서비스 1,000일의 의미는 남다르다. 국내 모바일의 수명을 논할 때 장수 게임이라는 칭호를 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비록 약 3년이라는 시간을 채우지 못했지만, 업계에서는 2년 이상의 서비스를 유지한 게임을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입을 모은다.

예년과 달리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짧아지는 상황에서 플랫폼을 탑재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넷마블게임즈는 세븐나이츠로 다양한 실험을 계속했다.

예를 들면, 신 서버 추가와 글로벌 버전, 일본 버전, 콜라보 등의 이전과 다른 방식의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그 결과 글로벌 버전은 국내와 일본 버전 못지 않게 훌륭한 보험으로 성장했으며, 일본 유수 게임사와 진행한 콜라보레이션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일본에서 세븐나이츠가 보여준 성과는 또 하나의 신화를 썼다. 정식 출시를 앞두고 진행한 CBT 이전부터 미디어 믹스를 통한 현지화 전개로 국내 게임의 일본 진출이 아닌 일본 게임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그 결과 일본에 진출한 국내 모바일 게임 중에서 매출 부문에서 의미 있는 순위와 함께 누적 다운로드 1,000만 돌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정동진 기자(jdj@mo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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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등장하는 키워드는 역대 최대 규모와 성공적으로 마무리, 바로 지스타다. 국내 최대 게임쇼라는 자부심으로 참여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지만, 이번 지스타2016은 유난히 초라하게 느껴졌다.

분명 각종 수치는 지스타2016의 흥행 척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정작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더욱 미디어가 아닌 업계 관계자들이 체감하는 강도는 위기의 임계점을 돌파했다. 바꿔 말하면 숫자의 함정에 불감증까지 더해지며, 행사의 방향성을 잃고 있다.

이번 지스타2016의 문제는 쇼와 비즈니스의 불균형이다. 시쳇말로 '밸런스 패치가 시급합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언가 뒤틀려버렸다. 참고로 쇼 비즈니스는 하나의 단어이지만, 지스타에게 하나의 단어를 투영할 가치는 없다.

그 이유는 누구를 위한 쇼와 비즈니스인가라는 측면에서 누구의 존재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최 장소가 부산이라는 점과 전혀 상관이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위한 배려는 뒷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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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스타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닌 나침반이 고장나버린 배와 같다. 단위 면적당 신작의 비율은 B2C가 아닌 B2B가 높았으며, 과연 제대로 된 신작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게임이 있었는가도 의문이다.

특히 B2B관에 참여한 해외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한국 게임과 한국 게임 시장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게임은 이제 관심 대상이 아니며, 지역 대비 결제 비율이 월등히 높은 특이한 시장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예전부터 있었으며, 단지 각종 성과와 포장으로 철저하게 위장이 되고 있었을 뿐이다. 이미 피부로 느낄 정도라면 늦어버린 셈이다. 

국내 게임이 더이상 매력이 없다는 것은 정말로 큰 위기다.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상품의 가치로 평가받을 수도 없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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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시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행사가 정말 말 그대로 '쇼'를 하는 수준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게임처럼 지스타도 제대로 된 도약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쇼와 비즈니스, 이럴 거면 차라리 쇼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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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에서 베끼면 벤치마킹이고, 마이너는 카피캣 취급하는 이유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말은 예전에 진행했던 공식 인터뷰가 아닌 비공식 인터뷰에서 나온 한 개발사 대표의 일갈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열등감의 폭발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는 예년과 달리 국내 게임 시장 그것도 모바일 게임이 봇물 터지듯 등장할 때 거품이 빠진 뒤 평준화가 진행한 뒤에 나타난 현상이다. 게임과 관련된 사업이라면 어느 순간부터 기준이 명확하게 세워졌고, 이러한 기준은 색안경이 되어 돌아왔다.

특히 특정 게임의 성공 이후 제2의 XX이라는 말 대신에 벤치마킹과 오랫동안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한 양산형 게임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확산성 밀리언 아서, 캔디 크러시 사가, 퍼즐앤드래곤, 클래시오브클랜, 도탑전기 등이다.

이들의 성공 이후 하나의 게임은 또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게임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영감이나 영향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의 수준 미달의 게임이 쏟아졌고, 악순환의 고리도 함께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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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PC 온라인 게임을 논할 때 게임성과 타격감이 좋아야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이던 시기가 있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나 사업하는 관계자들도 "이 게임은 게임성은 좋은데 타격감이 좀 아쉽네", "타격감은 정말 좋은데 게임성이 별로네"처럼 극단적인 시각으로 게임을 평가했다.

이러한 이분법적 논리는 모바일 게임, 유난히 많아진 모바일 RPG로 범위가 넓어졌다. 모바일 RPG 이전에 퍼즐과 카드 RPG가 범람하던 시절을 떠올린다면 당시 수없이 등장했던 카피캣이 많았다.

당연히 카피캣은 겉모습만 흉내를 낸 것에 불과했고, 실패 노하우와 성장통을 경험하지 못한 양산형 게임의 미래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조기 서비스 종료 선언이라는 도태되기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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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은 존중받아야 하고, 누군가 그 유지를 받들어 이어가야 한다.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서 빛 좋은 개살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개발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게임 출시 전에 진행한 CBT에서 "이거 완전 도탑 베껴놓고 뭘 차별화? 지랄하네", "베낄 거면 제대로 베끼던가"라고 평가를 들으며, 정식으로 출시하더라도 "정신 못 차리고 베낀 거 가지고 장사하네", "너넨 별 1개도 아깝다!", "데이터가 아깝다 XX들아" 등이 별 1개와 함께 따라온다.

그럴 때마다 "이것들아, 우리한테 10억이나 줘봐라 1년 안에 제대로 뽑힌다. 돈 그리 받고 질질 끌면서 정작 나온건 카피캣인데 메이저라고 벤치마킹이라 포장하고, 안되면 다 사업팀 탓이래. 줘도 못 먹는 애들보다 우리 애들이 잘하거든"이라고 적고 싶을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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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t와 Can이 다른 것처럼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저 유수 퍼블리셔에서 출시하는 게임과 국내 인디씬의 대립각으로 몰아가기엔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국내 인디씬은 다양성과 실험을 앞세워 실패하면 없어진다는 위협을 느낀 채 개발에 전념하고, 인하우스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개발에 전념하는 개발팀의 온도 차이는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사례다. 시도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이러한 시도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에 따라 생존이 결정된다면 누가 게임을 개발할 것인가. 

출시 첫날 퍼블리셔의 SDK 적용했더니 서버 점검에 연장 점검, 피쳐드 받으니 경쟁사라 의심되는 별점 테러, 살아볼 요량으로 판권 회수하려니 계약 파기 불가 통보, 계약 파기를 위한 소프트 런칭 등 각종 고초를 겪고 있는 개발사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정기자 나 그냥 다시 들어갈까. 거기 가면 욕은 먹지만, 돈은 벌잖아. 근데 여기는 욕만 먹고 돈도 못 벌어. 아니 왜 우리만 가지고 지랄이냐고! 기자면 이런 거 써야 되는 거 아냐? 눈에 진짜 안 보이는 거야? 보기 싫은 거야? 아! 말 좀 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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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게임과 일절 관계가 없는 게임이 자신보다 먼저 노출된다면?

국내 게임업계에서 암묵적으로 쉬쉬하던 키워드 분탕질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네이버에서 클릭 초이스나 파워링크의 키워드 선점 추태가 국내 오픈 마켓에서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예전부터 알음알음 진행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이해할 만한 수준에 그쳤지만, 어느 순간 도를 넘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여길 정도로 남용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실제 벌어지는 키워드 분탕질의 예를 들어본다.


기존에 출시된 게임 A와 이제 갓 출시된 게임 B. 또 A는 안드로이드 버전만 출시된 상태이며, B는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한 상태다. B는 애플 앱스토어에 게임을 등록하며,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A의 이름을 검색 키워드로 설정했다.

참고로 이러한 검색어 설정은 애플 앱스토어 개발자 콘솔에서 등록자만 진행하며, 일반적인 유저들은 확인할 수 없다. 이러한 항목은 애플 앱스토어 리뷰 가이드라인에서 메타 데이터 항목으로 명시되어 있다.


애플 앱스토어 리뷰 가이드라인

3.Metadata(2016년 6월 3일 이전)
- 3.9 개발자는 자신의 앱에 적합한 키워드를 부여할 책임이 있다. 부적합한 키워드는 애플이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2.3 Accurate Metadata((2016년 6월 3일 기준)
- 2.3.7 독특한 앱 이름과 정확한 키워드를 지정해야 한다. 부적절한 키워드는 애플에 의해 변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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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이드라인의 맹점이다. 키워드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애플이 아닌 개발자에게 부여, 개발자의 양심에 따라 검색 결과가 달라지는 여지를 마련해놓은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의 게임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게임의 키워드로 검색 결과에 혼동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사안을 두고 게임을 알리기 위한 전략으로 접근할 것인지 혹은 남들도 다하는데 과연 문제가 되는가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한다. 앞서 언급한 애플의 가이드라인이 전적으로 개발자의 양심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 사각지대가 된 셈이다.

이는 전략과 유행을 떠나 검색 중립성(search neutrality)을 훼손한 것이다. 키워드를 선점해서 검색 결과에 영향을 줬다면 결과를 위해 과정을 합리화한 것으로 상도의를 어긋난다.

혹자는 키워드 선정은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과정에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떳떳하다면 자신이 출시한 게임의 동종 유사장르인 모바일 RPG에 세븐나이츠와 몬스터길들이기, 퍼즐은 캔디크러시사가와 애니팡, 카드는 하스스톤이나 매직더개더링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된다.

입력해도 문제가 없다면 전략이나 문제가 생긴다면 정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커피 자판기를 스타벅스 앞에 세워두면 문제가 되고, 개인이 하는 카페 앞에 세워두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릴 시기다.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이제 국내 인디씬에게 성역(聖域)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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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국내 인디씬에서 이전과 다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메이저 게임업계에서 사용하는 크로스 프로모션이나 콜라보레이션처럼 하나의 뜻을 모아서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스페셜리스트 나누컴퍼니, 다에리 유니버스의 다에리 소프트, 넥스트도어즈의 얼라이언스다. 이들은 게임 퍼블리싱, 리파인 프로젝트, 협업 체제 구축 등 각각의 방향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특히 이들의 모습은 이전과 달라진 국내 인디게임씬의 현실에 근거한다. 더 이상 인디게임이라는 키워드로 버프나 관심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전문가 그룹이다.

그저 자본력이라는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메이저 게임업계보다 한 발짝 빠르게 움직이는 신속성을 담보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 결과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자신들의 뜻에 어울리는 파트너를 찾았고, 빠르지 않으나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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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스트 그룹, 나누컴퍼니
탭 퀘스트, 파이널 탭타지, 다크 소드로 알려진 나누컴퍼니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특유의 서비스 능력을 나타내며, 소수 정예의 게임을 이끌고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라인업의 숫자가 아닌 확실한 킬러 콘텐츠다.

그래서 게임을 알아보는 선견지명을 앞세워 개발사와 협업을 진행, 개발사와 서비스사라는 메이저의 퍼블리싱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성공을 위한 목표를 위해 철저한 분업으로 업무 속도를 증강,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나누컴퍼니는 자신들과 함께 하는 게임 자체를 플랫폼처럼 구축하는 능력을 보유했다. 그래서 인디씬에서 보기 힘든 경이로운 수치인 '누적 다운로드 100만 돌파'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나누컴퍼니는 메이저의 갑과 을이라는 불리는 관계를 국내 인디씬에서 그들만의 능력으로 '스페셜 리스트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움직이는 전문가 집단으로 변모시켰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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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에리 유니버스, 다에리소프트
다에리 유니버스의 개념은 리파인(refine)에서 출발한다. 다에리소프트가 소개하는 게임은 이전에 선보였던 게임, 즉 중고 신인이다. 현재 유니버스에 합류한 게임의 이면을 살펴보면 게임 외적인 요인에 의해 존재를 모른 체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게임들이 태반이다.

과연 이 게임이 재미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인가? 그게 아니라면 정말 시장에서 게임의 이름도 모르고 종료한 것인가? 라는 일반적인 물음에서 유니버스가 출발했다.

그래서 게임의 이름부터 알리는 기본부터 시작한다. 원래 리파인은 이전에 생각했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재편,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게임의 이름을 미묘하게 바꾸거나 출시 이후 이전 버전에서 하지 못했던 운영의 묘를 살리는 데 승부수를 던진다.

사실상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 엔진 최적화)로 점철된 홍보와 마케팅 능력은 인디씬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보유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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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얼라이언스, 넥스트도어즈
지난 8월 말에 시작된 넥스트도어즈의 얼라이언스는 서로 도울 수 있는 게임과 개발사의 입장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함께 더불어 살자!'라는 취지에서 5인 이하+자체 출시 게임,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게임 순위 540위 이내, 다운로드 엠블럼 1만 이상, 동시 노출 수 최소 30일 이상 유지 등의 조건이 존재한다.

이러한 조건은 차별이 아니라 정말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를 찾는 일종의 매칭이다. 넥스트도어즈가 1인 개발자로 출발한 덕분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강한 유대감을 앞세워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 번쯤 생각했고,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국내 인디씬의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는 평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나누컴퍼니, 다에리소프트, 넥스트도어즈는 국내 인디씬을 삼분지계로 구분한 이들이 아니다. 단지 남들보다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위치에서 시작했고, 서로의 영역에서 No.1을 향해 달려가는 주자에 불과하다. 살아남겠다는 말 한마디로 각종 음해와 모략, 추잡한 행태로 움직이는 메이저와 다른 움직임이다.

예년과 달리 국내 인디씬도 정글의 법칙처럼 생존을 위한 전략이 절실해졌고,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 집단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존재 이유만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는 개발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6년 9월, 길지 않은 국내 인디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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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개최된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 2016. 작년에 출품한 게임의 수나 개최된 장소의 규모나 1회차 행사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 있었고, 행사 기간에 알차게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알차게 신경쓴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화려한 조명이나 유명한 연예인이나 그 흔한 부스걸도 없었지만, 여느 때보다 행사에 참여한 개발자나 참가자들이나 열정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석양이 지는 배경을 뒤로 한 채 게임 화면을 응시하는 모습도 한 폭의 풍광으로 남았다.

게임을 판매하려는 세일즈 행사가 아닌 덕분에 쇼보다 축제에 가까웠다. 해외 개발자들은 자신의 부스보다 다른 게임 부스에 가서 시연도 모자라 상세한 설명까지 해주는 도우미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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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집주인이 이웃한테 '나들이 다녀옴!'이라는 짧은 말만 남긴 채 다른 집으로 놀러 간 셈이다. 더욱 몇 번의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파악, 다른 부스에 찾아온 참가자에게 설명을 해주는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아직 국내 개발자에게 낯선 풍경이었지만, 말 그대로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게임쇼의 선을 긋는 확실한 매력이자 콘텐츠인 셈이다. 아마도 이러한 풍경과 행사를 대하는 방식은 국내 개발자들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그래서 조직위원회는 일반 전시 이전에 개발자 프로그램을 운영, 일종의 체험단처럼 서로 다른 그룹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개인적으로 나서는 것보다 시간을 쪼개 다른 스타일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좋은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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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재산은 신선한 자극을 의미한다. '무엇 때문에 게임 개발자의 길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할 수 있는 확신과 함께 좋은 자극은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행사에 참가한 몇몇 개발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정말 재미있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했을까?", "지금까지 노력한 것보다 몇 배는 노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부럽네요" 등의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그만큼 미디어나 시장의 평가보다 개발자가 직접 느끼는 자극만큼 확실한 충격요법은 없다. 더욱 인디게임이라는 키워드로 뭉친 이들이기에 게임 개발에 대한 업을 냉정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BIC2016이 단순한 게임의 전시가 아닌 국내 게임 개발자의 각성을 도와주는 디딤돌을 자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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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외적으로 미디어가 국내 인디게임을 접근하는 관점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힘들고 척박한 환경에서 개발하고, 성공 이면에 감춰진 실패 히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국내 인디게임이 미래라는 대안론은 위험한 관점이다. 이들에게 그런 사치스러운 희망 고문은 필요 없다. 

아마추어 창작가 집단이 아닌 이상 이들도 프로와 경쟁하는 프로 집단이며, 프로는 후광보다 게임이라는 콘텐츠로 인정받아야 한다. 개발의 시작이 단순한 창작이라면 오픈 마켓에 등록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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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디게임도 메이저 게임업계와 다를 바 없는 정글이다.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살아남은 소수의 게임이 국내 인디게임의 미래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지난해 BIC2015에 참가한 국내 인디게임의 생존률은 처참하다. 그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힘들거나 어려울 때 잡아주는 도움의 손길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싸늘한 시선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녕 불쌍하다는 일말의 동정심을 느낀다면 시장의 논리를 맡겨두는 것이 상책이다. 

메이저나 인디나 개발자들이 흘린 땀의 가치는 같다. 인디 개발자도 프로인 이상 연민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자신과 자신의 게임을 낮추는 순간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다.

D.T.D는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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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다양한 장르와 유수 퍼블리셔와 신흥 퍼블리셔, 얼라이언스 등을 통해 신작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작은 출시되고 있으며, 서비스 종료 공지도 없이 먹튀로 일관하는 게임과 게임사도 많아지고 있다.

한 해 출시되는 국내 모바일 게임의 수치를 확인할 수 없지만, 반대로 서비스 종료 공지는 관련 법규에 따라 알리는 것을 의무화하여 그나마 집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예년부터 헝그리앱은 서비스 종료 기사를 통해 유저들의 또 다른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기획은 2016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비스를 종료한 모바일 게임을 정리했다. 서비스 종료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공지와 게임 실행 여부로 자체 집계했으며, 종료 공지도 없이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은 모두 제외했다.

또 iOS 버전만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도 포함했으며, 대상은 국내 서비스와 국내 게임사가 해외 서비스까지 진행한 경우를 일부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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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게임은 65개로 42%

2016년 1월 15일 넷마블게임즈의 액션 삼국지 for Kakao 서비스 종료를 시작으로 6월 30일에 서비스를 종료한 넥슨의 프로야구마스터까지 총 153개 이상의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6년 6월 30일(182일)을 기준으로 하루에 한 개씩 서비스를 종료한 셈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은 13개, 2월은 26개, 3월은 34개, 4월은 25개, 5월은 33개, 6월은 22개로 3월에 운명을 달리한 게임들이 많았다. 특히 월초보다 2월 29일 10개, 3월 31일은 9개, 4월 30일은 10개, 6월 30일은 5개로 월말에 서비스를 종료한 사례가 많았다.

또 카카오 게임은 전체 153개 중에서 65개의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 42%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밴드 게임은 핑거 파이어, 역전 맞짱탁구, 퍼즐이냥 등 총 3개의 게임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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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 서비스 종료는 게임빌 23개

서비스 업체를 기준으로 게임빌이 23개의 게임을 종료했다. 그러나 피처폰 시절의 게임을 스마트 폰에 이식한 게임들이 대부분이고, 실질적으로 7개의 게임을 종료했다.

순수한 종료로 접근한다면 넷마블게임즈가 9개로 제일 많다. 뒤를 이어 넥슨이 7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6개, 네시삼십삼분 6개, 컴투스 6개,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5개, SK네트웍스 서비스가 4개로 집계됐다.

또 2개 이상의 게임을 종료한 게임업체는 NHN엔터테인먼트, 그라비티, 네오싸이언, 아이덴티티 모바일, 아프리카TV, 엔트리브 소프트, 와이디온라인, 피닉스게임즈, 인플레이 인터랙티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에 진출한 해외 지사 중에서 구름 컴퍼니가 7개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누적 서비스 종료가 6개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상반기에만 작년보다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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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 기간 서비스는 작은별 제임스

2016년 상반기 최단 기간 서비스는 작은별 제임스로 2016년 2월 3일에 출시, 4월 11일(69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에 비해 2010년 8월 31일에 출시한 컴투스의 슬라이스잇!은 5월 9일에 원스토어 서비스를 종료, 약 5년 8개월(2,079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 출시연도를 기준으로 2012년 6개, 2013년 17개, 2014년 44개, 2015년 77개로 해를 거듭할수록 서비스 종료 게임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시장의 유행이 이전보다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종료 기사로 인해 환불의 번거로움과 회사의 이미지만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삭제를 요구한 회사를 위해 또 하나의 취재를 병행한다. 서비스 종료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은폐하려는 시도로 간주하여 2016년 7월 1일부터 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2016년 한국소비자원이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 핵심과제로 진행 중인 '소비자가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기반 조성'과 게임사의 약관에 명시된 '홈페이지·공식카페·게임서비스 내에서만 고지되는 서비스 종료 사실'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회사가 해당한다.

결제할 때만 고객,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환불을 요청하면 악성 민원으로 취급하는 생각을 바꿀 시기다. 

정동진 기자(jdj@mo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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