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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앱 여러분 안녕하세요.
현재 골드파우치라는 팀에서 까칠한네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뱀혀'입니다.
저희 팀은 지난 12월에 고고히어로즈라는 게임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첫 출시 했고, 현재 3명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인디게임 개발팀입니다. 헝그리앱에서도 좋은 반응 보여주셔서 큰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개발에 몰두하던 중에 이렇게 개발일지를 공유할 기회가 생겨서 기쁜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까칠한 네티' 를 만들면서 고민했던 흔적들과 또 어떻게 게임이 만들어지는지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유저분들도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도록, 함께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게임도 재미있지만, 게임을 만드는 일도 정말 재밌는 일입니다.
1.왜 인디게임을 만드는가?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인디게임은 무엇이고? 왜 인디게임을 만드는걸까?
사실 '인디게임을 만든다!'라는 말부터 조금 애매합니다. 이것은 어떤 장르를 지칭하는 말이 아닙니다. 또 어떤 인디게임만의 규칙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참 많이 쓰입니다. 인디게임, 우리는 인디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인디게임은 '게임'의 어떤 공통점을 모아놓은 집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공통점이냐고요?
아이러니하게도 뭔가 특별하고 독특한 게임을 지칭하는 것 같은 뉘앙스와 반대로 바로 어떠한 간섭도 받지않는다는 것입니다.
저희팀은 작년 10월에 본격적으로 게임개발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모두 각각 다른 회사에서 다른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회사의 게임을 열심히 만드는 것도 보람 있고 훌륭한 일이지만, 말 그대로 인디게임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수많은 간섭입니다. 아니 거꾸로 간섭들을 모두 내포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든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험난한 길입니다. 많은 전문가와 하나의 콘텐츠를 위해 팀워크를 갖추고, 그것이 멋지게 완성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수많은 사람을 프로페셔널하게 움직이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하게 되고, 자본과 사람들이 얽히면 자연히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사장님이 꼭 넣고 싶은 아이디어부터 퍼블리셔 A그룹의 요구, 공식처럼 정해져 있는 대박 게임의 필수 조건 등 이런 자잘한 간섭들이 심지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통째로 변형시키거나 없었던 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고생고생해서 게임을 출시하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 이거 내가 생각했던 게임이 아닌데... 이 게임을 내가 만든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인디게임은 독창적이고 매니악 해야한다?
인디게임의 정의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자니 마치 과도한 수익구조나 유행하는 게임의 반(反)하는 독립투사같은 느낌으로 들립니다. 무언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나만의 아이디어를 갖고 쫄쫄 굶는 한이 있더라도 현대 게임 시장을 비판하고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이 게임의 방향성을 좌우한다면 그것 역시 '인디게임'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개발자 외에 간섭 없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뿐입니다.
반대로 아주 아주 수익성을 높게 추구하는 게임도, 전혀 독창적이지 않은 아류작도 (이건 정말 얄밉지만) 인디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개발자 스스로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이 그것이라면 말입니다.
2. 모든 게임 개발자들은 잠재적인 인디게임 개발자!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개발'을 한다고요?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이 직업을 선택한 근본적인 이유에는 '게임을 좋아해서'가 1순위로 꼽히지 않을까 생각 해봅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게임을 실컷 만드는 게임 개발자들은 모두 자신의 직업에 만족스러워할까요?
게임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것과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이 두 가지 문장의 거리는 현실을 마주할수록 한없이 멀어집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은 취미로 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에 공감하는 분들 많이 계신가요?
프로가 된다는 것.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슬프게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과 정 반대의 개념입니다.
- 그냥 하고싶은 거 하면서 먹고 살 수는 없을까?
여기서 인디게임은 시작됩니다. 퍼블리셔의 요구, 대표님의 세상에 둘도 없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 반드시 붙여야 하는 플랫폼, 투자자들의 입맛, 요즘 유행하는 수익구조, 다가오는 연봉 협상, 팀 내부의 갈등, 점점 산으로 가는 프로젝트... 그리고 그렇게 겨우겨우 완성될 때마다 돌아오는 생각의 메아리.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은 이런 게 아닌데...'
그래서 모든 게임 개발자들은 잠재적인 인디게임 개발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개발과정이 보편화 되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독립적인 개발로 돌아설 것입니다. 바로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한 번 만들어 보려고 말이죠.
3. 그렇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까?
이렇게 회사생활에 지치고, 정작 출시된 게임은 내 생각과 너무나 달라서 속상했던 개발자 둘이 만났습니다. 우리는 굳이 소위 대박을 목적으로 게임을 설계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회사 프로젝트는 결코 '내 프로젝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회사의 대박 역시 나의 대박이 아니라는 사실에 열정이 식어가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 대박이 나지 않으면 실패한 프로젝트?
그렇게 대박만을 쫓아 성과가 좋으면 보기 좋은 이력 한 줄, 성과가 없으면 실패한 프로젝트가 됩니다. 말 그대로 그 프로젝트만의 목적을 달성한 '성공한 프로젝트'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까?
일반적으로 게임 개발을 연상할 때 '아이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특히 외적인 컨셉에 관해서...) 사실 개인적으로는 아이디어는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어떤 게임을 만들까? 라는 물음의 '어떤'은 '어떤 것'(what)이 아니라 '어떻게'(How)를 뜻합니다.
먼저 아래 리스트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어떤 것'의 정의입니다. 바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인디가 됩니다.
ㄱ. 우리는 '대박'나지 않아도 성공하는 진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ㄴ. 첫 번째 프로젝트의 목적은 우리 둘이서 게임이 만들어지는가?(독립이 가능한가) 기간은 두 달.
ㄷ. 수익구조, 충분한 전략성이 생길 수 있는 구조, 매력적인 아트 등이 추가로 붙었습니다.
쉬워 보이는 도전과제라도 막상 프로젝트(그것도 모험적인)에 돌입하고 나면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은 무수히 생겨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주어진 조건으로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가'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알고는 있었지만, 그전까지 같이 일을 해 본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정해진 목표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프로젝트의 목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게임을 잘 만들어보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신뢰할만한 동료인지, 팀워크에 문제는 없는지, 또 실제로 목표치의 얼마만큼 구현 해낼 수 있는지를 테스트 해보는 것 역시 중요한 프로젝트 목표가 되었습니다.
- 열악한 조건에서 강행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당시에 서로 만나서 작업 가능한 시간은 일주일에 주말을 포함해서 3일 뿐! 그마저도 작업 공간이 없어서 카페를 전전하며 회의하고 그 자리에서 노트북으로 진행 했습니다. 진행이 확정된 부분은 집으로 돌아가 각각 숙제처럼 진행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잘 돌아갈 수 없는 조건임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보다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팀 확장을 결정!
아트부분을 강점으로 세우기로 합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아티스트 '다시기'님을 끌어들여 합류합니다.
> 비로소 3인 체제로 파트를 완전히 분담하게 됩니다.
> 다시기님은 저와 오랜 시간동안 모 프로젝트를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어 팀워크가 좋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항상 성공하는 프로젝트?
첫번째 프로젝트의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골드파우치 팀의 '고고히어로즈'는 성공적으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출시했고, 헝그리앱에서도 몇 주간이나 순위권 안에 드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작업 기간에 어떤 간섭도 받지 않았고 의도한 조건들을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구현해냈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여느 게임처럼 수익성으로 성과를 평가했다면 역시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었을 것입니다.
프로젝트가 다음 단계를 위한 거름이 되느냐, 뽑히지 않은 복권처럼 휴짓조각이 되느냐가 갈리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이제 항상 성공하는 프로젝트를 만드는 비결을 알아냈습니다.
작업 기간에 서로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고, 게임에 적용하도록 팀워크를 맞추는 일도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일주일에 며칠씩 불안정하게 진행되는 일정에 나태해지지는 않을까 했던 걱정도 사라졌습니다. 모두에게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였으며 진행될수록 에너지가 가득했습니다.
결국엔 일주일 내내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도 우리게임을 만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오! 그렇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이 게임을 우리게임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 우리 게임
이 첫 번째 프로젝트는 그렇게 '이게 삼촌이 만든 게임이야'라고 조카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첫 번째 게임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 게임은 팀원 모두에게도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 첫 번째 게임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프로젝트 이후에 완전히 이른바 '인디게임 개발자'로 전향하게 됩니다.
4. 이제부터가 진짜!
걱정과 달리 팀워크는 매우 만족스러웠고 첫번째 게임 출시 이후 작고 허름하지만, 작업공간도 생겼습니다. 현재 저희 팀은 팀의 확립과 동시에 5개의 게임을, 각각 수익이 최우선 목적이 아닌 소기의 목적을 위해 완성하기로 설계했습니다.
그 중 두 번째 게임이 이제 연재와 함께 여러분께 중점적으로 소개해드릴 까칠한 네티입니다.
첫 번째 개발일지 투고로, 인디게임에 대한 이야기와 저희 팀의 소개를 중점적으로 적어보게 되었는데, 본래 취지에서 조금 멀어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주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뭔가 자세한 개발 과정을 엿보고 싶으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심심한 사과를(...)
2부 일지부터는 현재 제작 중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더 자세한 개발 내용을 정리해서 소개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시까지 분량은 크게 5부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발일정과 병행해서 소개해드리고 나면 출시일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에 더욱 알차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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