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그리앱 여러분 안녕하세요.
현재 골드파우치라는 팀에서 까칠한네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뱀혀입니다.
지난주에 1부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소재 선정과 데이터 설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지난 기사 읽기
1. 먼저 전작의 성과를 둘러보자.
- 고고히어로즈에서 아쉬웠던 점으로, 게임의 전략적인 부분에 욕심을 내다보니 게임의 규칙을 완전히 학습하는 데에 장벽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게임이 만들어지긴 할까?'를 걱정했던 고민이 오히려 거꾸로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진 꼴입니다. 메인 콘텐츠였던 전투를 제외하고도 튜토리얼과 보조 컨텐츠들이 약해, 게임이 마음에 들어도 즐길 거리 역시 많이 부족한 감이 있었습니다.
- 좋았던 점으로는 일종의 '이스터 에그'로 볼 수 있는 부분인데요. 전작에는 실제 지인들이 캐릭터로 등장하거나 좋아하는 게임을 패러디한 요소들이 다분히 들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설 영웅 세명의 이름이 혼돈, 파괴, 망가... 아니, 망각이라던가...)
알아봐 주신 분들은 거의 없겠지만(...), 그런데 의외로 재밌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실제 주변인들의 별명을 참고로 만들어진 캐릭터들)
영웅으로 등장시킨 실제 지인분들이 '내가 나오는 게임'이 출시되었어요!', '이게 내 캐릭터에요!'하면서, SNS에서 공유하는 등 자연스럽게 이야깃거리가 되는 부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 아무래도 인디게임은 큰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통념의 마케팅과 홍보라는 부분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기껏해야 게임을 좋아할만한 커뮤니티에 가서 '제가 만든 게임입니다. '한번 플레이해주세요'라고 조심조심 글을 올려보는 정도... (이것마저도 눈치 보여서 어렵습니다 ㅜㅜ)

그런 부분에서 이 자연스러움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지하철에 대문짝만한 포스터가 붙지 않아도, TV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이 게임을 소개해주지 않아도 게임 리뷰 게시판에 누가 봐도 뻔한 구성으로 소위 알바들이 도배를 하지 않아도 우리 게임이 관심을 끌 수 있을 만한 콘텐츠가 된다면... 심지어 무자본으로 시도 해 볼 수 있다면?
일반 회사에서는 당연히 일률적으로 진행 될 부분을 과감히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이런 부분 역시 인디게임 개발만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메인 프로젝트 과제로 두고 정리해 봤습니다.
ㄱ. 유저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재로 개발과정을 공유하고 / 출시 이후에도 궁금하고, 말하고 싶게 만들자.
ㄴ. 전작보다 훨씬 쉽고 대중적이면서도 즐길 거리를 많게 하자.
ㄷ. 튜토리얼을 강화, 전체적인 UI를 인지하기 쉽도록 개선하자.
좋아 보입니다. 자 그럼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소재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네티 얘기뿐인 소재 회의...)
우리는 고양이 '네티'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네티'는 우리 개발팀 모두에게 최고의 공통 관심사였습니다. 바로 우리 팀 프로그래머가 키우던 고양이 부부의 새끼 고양이를 제가 분양받은 관계로... 모두가 틈만 나면 고양이 얘기를 하던 때였습니다.
이것은 돌려 말하면 팀원 모두 애정을 가득 쏟을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개발 과정에서 게임의 핵심 주제를 팀원 모두가 열정적으로 공유할만한 이슈로 선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다는 전제로 개발과정이란 역설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심지어 '인디게임' 개발에서도 쉽지 않은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완벽하다시피 어울리는 조합에 팀원 모두 만족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모두 사랑하는 '네티'를 게임의 주인공으로 만든다는 생각에 아주 들떴습니다. 첫날부터 빨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만들고 싶은 게임. 우리 게임의 제작 과정이 되는 순간입니다.
2. 다시 정리 해봅시다.
프로젝트 과제
ㄱ. 유저의 실제 고양이를 게임에 등장시키자. / 출시 이후에도 자랑하고 싶게 만들자!
ㄴ. 전작보다 훨씬 쉽고 대중적이면서도 즐길 거리를 많게 하자.
ㄷ. 튜토리얼을 강화, 전체적인 UI를 인지하기 쉽도록 개선하자.
좋은 소재가 명확히 주어지니 쉽게 제작할 게임의 모습을 연상하게 됩니다. 좀 더 개념을 확장하여 네티 뿐만 아니라 다른 고양이들, 심지어 모든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게임의 소재를 넓힙니다. 소재의 출처는 우리 게임의 유저들!
3. 지식을 정보로 가공하는 과정
자,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됩니다. 여러분 혹시 '지식'과 '정보'의 차이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이것은 게임의 데이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지식'(data)은 단순한 데이터를 뜻합니다. '정보'(information)는 그 데이터 이상의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가공되기도 하고, 그 데이터가 뜻하는 의미로 무언가 활용되기도 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실존하는 고양이 '네티'가 있습니다. '네티'는 이 고양이의 이름입니다. 나이는 이제 1년이 되었고, 성별은 암컷입니다. 플라스틱 병뚜껑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습니다.
이것을 알고 있는 것은 '네티'에 관한 '지식'이 됩니다. 게임에서 단순히 이런 데이터를 고양이의 설명으로 보여주기만 한다면 '네티'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멋진 게임은, 정보로써 네티의 데이터가 활용되기를 원합니다.
아래 두 가지 예시는 실제 게임에 변화되어 적용 중인 개념들입니다.
ㄱ. 네티가 '좋아하는 물건' 인 [병뚜껑]은 게임의 아이템이 되어 플레이어가 수집하는 15종의 [보물]이라는 개념 중 하나가 됩니다. 모든 고양이는 원하는 [보물]을 충분히 수집해야만 다음 단계로 성장 할 수 있으며 저마다 다른 [보물]을 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보물을 모아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ㄴ. 네티의 성격인 [애교 있는] 은 게임에서 10종의 [타입]이라는 개념 중 하나가 됩니다. 모든 고양이는 한가지의 [타입]을 갖고 있으며 타입에 따라 특정 능력치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기도 합니다.
유저는 이제 네티의 좋아하는 물건 [병뚜껑]을 보고 게임 내에서 병뚜껑 아이템을 수집하고 싶은 동기를 부여받습니다. 또 네티의 성격 [애교 있는]을 알고 나서 어떤 타입의 캐릭터인지 파악하고 전략적인 활용을 궁리하게 됩니다. 같은 데이터가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기 시작합니다.
이런 작업은 실제 소재가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며, 그 자체가 재밌는 게임성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단순한 '지식'이 게임성을 이루는 '정보'로 변환된 것입니다.
- 이렇게 실제 고양이들의 특징을 최대한 게임에 재미있게 적용하려고, 게임을 이룰 모든 데이터를 추가 설계한 뒤에, 저희팀의 개발 블로그에서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모집 형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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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양이 이름 / 성별 / 품종 / 주인님 이름(닉네임 무관)
2. 전신 사진 (500*500 이상, 너무 크지 않은 이미지로 첨부해주세요)
(사진을 참고로 외형을 묘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첫 만남
예) 길고양이로 엄마를 잃어버리고 빗속에서 떨고 있는 '나비'를 주워 키우게 되었어요.
예) 펫샵에서 첫눈에 반해서 '나비'를 만나 키우게 되었어요.
4. 가장 행복한 순간
예) 처음 레이저 포인터를 사서 밤새 놀았던 추억이 있어요.
5. 가장 슬펐던 순간
예) 병원에가서 예방 접종 주사를 맞힐 때 무서웠던 기억이 있어요.
6. 독특한 울음소리
예) 그릉그릉그릉~/푸르릉? 푸르릉!
7. 가장 좋아하는 것 (반드시 아래 15종중 하나를 선택해서 적어주세요)
1. 페트병 뚜껑
2. 쥐돌이
3. 박스
4. 강아지풀
5. 캣잎
6. 인형
7. 오뎅꼬치
8. 레이저포인터
9. 신발
10. 스크래처
11. 벌레
12. 간식
13. 깃털
14. 생선
15. 캣그라스
8. 타입 (반드시 아래 10개 타입중 하나를 선택해서 적어주세요)
1. 까칠한
2. 애교있는
3. 개냥이
4. 돼냥이
5. 얌전한
6. 겁쟁이
7. 장난꾸러기
8. 잠꾸러기
9. 말썽쟁이
10. 난폭한
4. 유저와 함께 만드는 게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유저분의 고양이와 물고기...?)
- 많은 분들의 성원 덕분에 성공적으로 출시까지 예정되어있던 모든 리소스를 제작 완료했습니다.
- 외형, 이름, 특징 등 모집 조건의 유저분들의 데이터는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정보'로써 그 역할이 있습니다.
- 두 번째 프로젝트의 목표는 결국 개발 과정부터 출시까지 유저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 역시 수익이 최우선 목적이 아니며 더 멋진 게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 더 자세한 정보는 골드파우치 개발로그 에서도 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 3부에는 보다 게임을 극적으로 만들어 줄 존재 [냥살단]과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또 다른 개발 과정을 소개 해 드릴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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