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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굳건할 것으로 생각했고,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언제나 뚝심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평소에 매출 차트를 볼 일이 없었지만, 최근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세븐나이츠 for Kakao(이하 세븐나이츠)의 자리가 차트 첫 화면에서 사라졌다. 스마트 폰의 화면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크롤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는 차트가 실질적인 대세들이다.


현재 갤럭시 노트 8 스마트 폰의 화면을 기준으로 세븐나이츠 for Kakao는 10위다. 한때 TOP 10을 안방처럼 뛰어놀던 세븐나이츠가 밀려나는 형국이다. 헬로 히어로 for Kakao와 몬스터 길들이기 for Kakao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수집형 RPG의 교과서 세븐나이츠가 10위로 밀린 것을 확인했을 때 충격이 컸다.


관련 기획, 개발, 사업팀은 아니었지만, 출시한 이후에 쭈욱 플레이한 유저 중 한 명으로 자존심은 구겨졌다. 출시한 이후에 각종 신작이 그렇게 출시되었어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던 게임이기에 일종의 감정이 투영(投影)된 셈이다.



취향에 따라 이러한 감정이 계속되면 서서히 인생 게임이라는 말을 꺼낸다. '누군가 모바일 게임 중에 인생 게임이 있었어?'라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세나지!'라고 답할 수 있다. 한때 미쳤던 시절에는 결제보다 글로벌, 일본, 중문, 카카오 버전까지 동시에 4개까지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었다.


특히 중국과 일본 테스터까지 참여, 국내와 다른 모습의 세나를 확인하는 것이 의무감이라 생각했다. 이는 '까도 내가 깐다!'라는 고집까지 발동, 세세하게 다른 모습을 확인하는 데 열을 올렸다.


여기에 여느 수집형 RPG가 등장할 때마다 확실한 기준이 세워진 덕분에 비교가 쉬웠다. 단적으로 세나 같네, 세나보다 못한, 세나랑 맘먹는, 세나만 흉내를 내는 등처럼 국내에 출시된 수집형 RPG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랬던 세나가 TOP10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11월 28일 테라M과 오버히트가 출시된다면 영락없이 밀려나는 형국이다. 업계에서 모바일 MMORPG가 대세라고 말할 때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세븐나이츠다.



현재 세븐나이츠는 위기다. 만레벨 상향과 신 캐릭터 추가, 각성과 초월, 잠재 능력 등 캐릭터와 관련된 콘텐츠를 사실상 개방했다. 현재 각성이 맛보기라면 진(眞)이 나오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성장 동력은 없다.


특히 서버를 분리한 것은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세나컵보다 실패한 악수다. 1+1=3이 아닌 1+1=0이라는 것을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


상위 그룹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무기, 방어구, 악세사리, 보석, 전용 무기, 잠재능력을 업데이트와 동시에 개방, 결투장 메타를 바꿔버린다. 약한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함보다 더욱 강함을 선보여, 밸런스 패치를 오버 밸런스로 가닥을 잡아서 지금까지 이끌고 왔다.


이러한 방식은 초보자가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다. 실제 초보자에게 세븐나이츠는 진입 장벽이 높다. 그냥 높은 수준이 아니라 넘볼 수 없는 장벽이 만들어진다.



그저 영웅 한 마리 던져주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6성급 영웅도 일반과 사황이 다르고, 강화-초월-각성, 코스튬, 보석, 전용무기까지 최고 등급을 착용하지 않으면 그냥 장식이다. 일례로 장비 체계도 세나-사황-레이드-보스-혁명단-수호자처럼 모험에서 영웅만 수집할 것이 아니라면 준비할 것이 많다.


단지 쫄작을 통한 루비작이 그나마 쉽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수집형 RPG는 결제하더라도 처음부터 나아질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비해 모바일 MMORPG는 초보자나 장비 패키지를 결제하고 시작하면 바로 전장에 뛰어드는 식이다.


수집형 RPG가 계단처럼 쌓아 올려서 노력을 시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비해 모바일 MMORPG는 엘리베이터다. 같은 노력 대비 시간을 투자, 초반 진입은 후자가 유리하다.


단지 스마트 폰의 성능과 실시간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 모바일 MMORPG를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진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세븐나이츠는 같은 게임을 같이 할 수 없고, 세븐나이츠2는 같은 게임을 같이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같이'는 게임의 같은 공간을 의미한다.


다만 막연한 설레발이 있다면 모바일 MMORPG의 피로도다. 본인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으로 접근한다면 모바일 MMORPG는 중하위 그룹의 성장이 멈춘다.


흔히 1% 귀족이라 불리는 과금 집단을 제외한다면 자동 전투와 숙제처럼 진행하는 일일 퀘스트 탓에 이탈이 발생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순간은 모바일 MMORPG가 빨리 찾아온다. 예전에 레벨과 장비가 깡패인 시절에 확실한 경제력까지 따라오지 못한다면 중간에 쉽게 질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알고 있었던 모바일 MMORPG는 세븐나이츠에 밀렸지만, 다른 대안을 모색했던 게임은 세나를 앞질렀다.



비록 리니지 형제로 인해 TOP 10의 매출이 기형적으로 바뀌었음에도 순위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차트가 존재하는 한 수치가 주는 의미는 입성과 출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성과 출성은 자신의 경쟁력과 의지로 충분히 극복하다. 또 출성은 자의에 의해 진행하는 것이므로 퇴출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단지 대세와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뿐이다.


자 그럼 누릴 것을 다 누려 한이 없는 세븐나이츠가 이 정도라면 오버히트는 세나가 겪어온 3년 성장통을 한 순간에 극복할 수 있을까. 그래픽 효과를 걷어낸 민낯이라면 세븐나이츠보다 못한 게임일텐데 말이다.


리뷰10K(review10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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