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계좌 발급받은 6곳이 육의전(六矣廛)인가



특금법이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 뿌리를 내린 지 2년 5개월이다. 하지만 현실은 금융위는 요지부동, 금융정보분석원은 표리부동, DAXA는 비리부동으로 아주 개판 오 분 전이다.

시행령과 감독규정으로 인해 다크코인과 셀프상장이 사라졌고, KYC와 트래블 룰까지 더해지는 자금 흐름의 투명성도 이전보다 강해졌다. 하지만 거래소 업계의 숙원 중 하나인 실명계좌 발급은 어느새 소원으로 변한 지 오래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는 ▲업비트-케이뱅크 ▲빗썸-NH농협은행 ▲코인원-카카오뱅크 ▲코빗-신한은행 ▲고팍스-전북은행 등 5곳이며, 한빗코가 광주은행의 실명계좌를 발급받으면서 원화마켓을 개설할 수 있는 여섯 번째 거래소라는 것 외에는 감감무소식이다.

이 중에서 한빗코를 제외한 5곳은 DAXA의 회원사로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어용(御用) 단체라는 비아냥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지지부진한 실명계좌 발급과 까다로운 심사로 인해 실명계좌가 절실한 사업자를 말려 죽이는 형국을 초래해 반쪽짜리 트래블 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의 역사처럼 실명계좌를 독점한 육의전이 시전상인처럼 난전을 단속, 특정 사업자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의 존립 여부를 시장의 논리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육의전도 업비트를 대한민국 대표 거래소로 만들기 위한 커다란 밑그림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매년 5월마다 터진 거래소 업계의 저주 탓에 주홍글씨가 찍혔고, 이래저래 눈치만 보느라 경쟁이 아닌 경연에 그칠 수밖에 없어 암호화폐 산업의 시계는 느려졌다.

거래소의 수수료는 들쭉날쭉에 유통량 이슈를 대하는 이중잣대까지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 외에는 품질 경쟁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쯤 되면 기회라도 주고, 경쟁력 없는 사업자는 과감히 내치는 결단이라도 해라.


난립하는 거래소로 인한 시장 혼탁, 라이센스 규제 강화 절실


깜깜이 상장, 무통보 상장 폐지, 상폐 남발, 기획 파산, 가두리 메타, 벌집 계좌 등으로 대변되는 국내 암호화폐 업계의 씁쓸한 현실은 특금법 통과로 변혁을 맞이한다.

문제는 ISMS 인증을 획득하고 실명 계좌를 받은 거래소는 단 4곳▲ IBK기업은행(업비트) ▲NH농협은행(빗썸, 코인원) ▲신한은행(코빗) 등에 불과하다. ISMS 인증까지 범위를 넓히면 고팍스와 한빗코에 포함된 6곳이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조선시대의 육의전이 생각난다. 지전(한지), 어물전(수산물), 포전(삼베), 선전(비단), 면포전(면포), 면주전(명주) 등 6개 시전과 비슷한 형태의 디지털 시전상인이 조선시대 한양이 아닌 서울의 테헤란로에 터를 잡고 있다.

이미 특금법 통과 후 제도권 진입 후 안전지대에 속한 거래소 BIG 4외에 나머지 거래소의 언론 플레이가 한창이다. 보안 현황부터 원화마켓 운영, 커스터디 사업, 수수료 비교, 원화 입출금까지 비교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정부의 ICO(Initial Coin Offering) 전면 금지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 형태와 방식이 미묘하게 다를 뿐 국내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의 상장러시는 이어지고 있다.

2017년 9월 4일 정부는 '지분증권‧채무증권 등 증권발행 형식으로 가상통화를 이용하여 자금조달(ICO)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한다'고 밝혔다.

당시 구성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는 금융위원회(전자금융과, FIU 기획협력팀), 국무조정실(금융정책과), 기획재정부(외환제도과, 금융세제과), 공정거래위원회(특수거래과), 법무부(상사법무과), 방송통신위원회(개인정보침해조사과), 국세청(부가가치세과), 경찰청(사이버수사과), 한국은행(금융결제국), 금융감독원(IT금융정보보호단), 인터넷진흥원(개인정보대응센터) 등이다.

ICO 전면 금지로 법의 공백으로 기술 유출과 페이퍼 컴퍼니 남발로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2020년 5월도 여전하다. 단지 2017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특금법'의 존재다.

특금법 통과 전 '관련 법이 없으니 우리는 어긴 게 없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거래소 관계자의 자신감도 사라진지 오래다. 

현재 분위기라면 국내 암호화폐 업계도 소위 '역관광'을 당할 분위기다. 특금법 통과 전까지 대책이나 법도 없이 ICO만 금지해 피해가 막심하다는 업계의 고충은 동정표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제도권 진입 후 정부는 디지털 '금난전권'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규제의 강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6대 거래소가 속한 단체에 디지털 육의전처럼 '금난전권'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제도권에 편입한 시전이 난전(亂廛)을 정리하기 시작하면 규제의 틀이 잡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그에 따른 시장의 폐해는 불가피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난립하는 거래소와 혼탁해진 시장 질서를 협회로 바로잡으면 그만이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 후 국내 암호화폐 업계를 향한 정부의 '역관광'을 기대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