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업체는 자뻑 마케팅의 근원지를 찾겠다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회사와 게임에 악의적인 소문과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이유다. 문제는 소문의 실체는 없고, 소문의 주인공만 부각됐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는 진행 여부에 상관없이 발끈하고 나선 상태며, 그저 소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자뻑 마케팅은 피쳐폰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다만 예산의 규모도 커졌고,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현재 포털에서 '모바일 게임 마케팅'이라는 키워드만 입력해도 각종 대행사가 클라이언트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은 게임 뿐만 아니라 차트와 순위가 존재하는 상품이 있는 곳이라면 통용된다. 단지 이름이 세련된 차트 마케팅이나 부스팅, 사재기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는 것뿐이다.

신작이 출시됨과 동시에 개발사는 각종 메일을 받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클릭 농장과 리워드 앱, CPI부터 CPL까지 각종 마케팅 상품과 함께 친절한 소개서도 같이 첨부된다. 이와 함께 오픈 마켓의 순위 알고리즘을 파악했다는 문구와 함께 목표 도달시에는 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확언과 함께 제안한다.

대부분 스팸성 메일로 치부하긴 하지만, 실제로 부스팅은 이루어진다. 현재 알려진 업계 최저 수수료는 10%, 1억 원의 매출을 순간적으로 발생하여 천만 원을 대행 수수료로 가져간다. 이들이 사용하는 '주말 부스팅, 스팟 1억'처럼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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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CPI와 CPA가 합쳐진 또 다른 패키지가 추가된다. 

바로 TOP 10, TOP 25, TOP 50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기준으로 최고 매출 순위 커트 라인을 설정, 턱걸이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상품 소개서를 보면 TOP 10 진입을 목표로 미국은 11만 달러(약 1억 2천만 원), 국내는 4만 2천 달러(약 4,500만 원)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사업을 전개 중인 대행사의 표본이다. 대부분의 부스팅은 암묵적으로 진행,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혹시 모를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어느 누가 비정상적인 마케팅을 세금 계산서까지 발행할까.

지금 이 순간에도 부스팅은 자행되고 있다. 다만 실체를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안 보려는 것에 불과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어차피 없애지 못할 것이라면 좋은 쪽으로 이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한 마케터는 "자신의 스마트 폰에서 매출 100위까지 내려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스크롤 되는 화면에 자사의 게임이 없다면 마케터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순위를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설령 그게 나쁜 행동이라고 욕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이를 해석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차트에 따라 게임을 결정하는 수동적인 습관도 무시할 수 없다고 풀이된다. 

또 "어차피 적당한 스팟과 부스팅은 매출 순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1위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TOP 20 진입이 목표로 진행하는 마케팅에 불과하다. 부스팅은 나쁘다고 치부한다면 그럼 다운로드 순위를 끌어올리는 각종 CPI와 CPL, CPA는 정당한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헝그리앱은 부스팅 업체에 연락, 견적서를 받아보기로 했다. 요청한 사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구글 기준 신규 인기 무료 10위 진입 의뢰, 초기 비용은 5억, *추가비용은 견적 받고 검토
2. 구글 기준 최고 매출 50위 진입 의뢰, 초기 비용은 10억, *순위 유지 및 상승 비용 요청
3. 구글 기준 최고 매출 40위 진입 의뢰, 주말 스팟, 비용 4억, *주말 전용 상품 요청
4. 로컬 기준 최고 매출 10위 진입 의뢰, 비용 5억, *목표 달성 시 추가 집행 예정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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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전투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키우는 게 RPG가 맞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예전 PC 온라인을 개발할 때만 하더라도 오토는 계정 블럭이 당연시됐고, 이를 피하고자 USB 오토마우스를 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즐기는 모바일 RPG에서 자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이것이 없으면 답답하다고 난리를 치고 사업팀도 그냥 넣으라는 주문만 합니다."

이 말은 최근 저녁 자리에서 만난 개발자의 하소연이다. 어떤 게임부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자동 전투의 영향은 엄청났다. 장르를 불문하고 도입한 자동 전투는 편리함과 더불어 주는 폐해도 어마어마했다.

카피캣과 더불어 항상 회자되고 있는 자동 전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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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자동 전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동차도 결국 자동이 아닌 수동이다. 운전 방식에서 자동과 수동에 나뉠 뿐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다운로드와 설치, 실행부터 캐릭터 생성과 팀 세팅, 각종 아이템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디까지나 전투를 위한 사전 준비다.

단적으로 모바일 RPG의 자동 전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과거 PC 온라인 MMORPG에서 레벨업은 고난의 연속이자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은 상황이 다르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등장하는 게임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게임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고, 좋아하는 장르도 분명하다. 이들에게 자동 전투가 도입된 게임은 성장하는 과정도 재밌으며,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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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재미를 레벨업이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물론 자동 전투를 무조건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으로 도입된 것이라면 자동 전투를 이용하는 것이고, 시스템이 없다면 기존 방식대로 진행하는 것이 전부다.

한 개발자는 "시장이 원하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은 PC에서 즐기던 쾌감을 모바일 게임에서 구현하고자 도입한 것에 불과하다. 기술이 발전했는데 과거에 연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더욱 게임은 예술도 아니고, 철저한 상품이다. 좋은 포장지와 고급 기술이 있다면 쓰는 것이 맞고, 자동 전투 하나로 게임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한다. 

남들보다 빨리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고 싶은 심리와 편의성은 자동 전투가 대세라고 생각하기 이르렀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애용하는 시스템이지만, 때로는 애물 단지로 전락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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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성장? 지켜보는 것으로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가?
자동 전투에 반감을 느끼는 이유는 'play'가 아닌 'see'에 있다. 즉 동물원에 놀러간 것처럼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을 재미라고 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더욱 모바일 RPG라 등장한 게임들도 결국은 매니지먼트 장르의 라이트 버전이나 흡사 보드 게임과 비슷한 플레이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저 성능이 좋은 카드(캐릭터)로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고포류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다.

특히 RPG라는 장르가 주는 보편적인 재미가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이상 자동 전투는 약이 아닌 독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오히려 자동 전투는 1.5배, 2배속 전투를 만들어냈고, 결국은 게임의 콘텐츠를 갉아먹어 수명을 단축하는 폐해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이들에게 자동 전투는 게이머의 감성을 잃어버리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몰아세운다. 

한 기획자는 "자동 전투의 도입을 두고 회의를 오랫동안 한 적이 있다. 애초에 스마트 폰에서 터치로 손 맛을 구현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을 알고 있었고, 자동과 반자동을 통한 선택적 도입을 건의했다. 편리함은 인정하지만, 오히려 자동 전투의 폐해를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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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모든 자동 전투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원해서 기술이 발달해서, 게이머의 감성 등의 찬반 설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게임을 즐기는 기준이 다른 이상 항상 설전은 오고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모바일 게임에 자동 전투를 채택했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가 좋지 못하면 각종 기교나 기술이 화려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자동 전투의 적용 여부를 떠나 게임이 가진 힘이 약하면 자동 전투 탓에 콘텐츠 소모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우스갯소리로 출시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최종 스테이지 보스 클리어 스샷이 올라온다면 '자동 전투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비겁하다.

결국 게임의 조작이 재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부터 생각하는 우선이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자동 전투로 게임의 재미를 포장하는 것은 그만둘 때가 됐다. 이는 손맛과 다른 경계로 일부 격투 게임은 자동 전투를 도입했지만, 선택에 따라 수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타협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스마트 폰에서 즐기는 게임은 이전보다 좋아진 것이 아니라 편해진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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