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운명이 달린 프로젝트 버터플라이에 합류한 안티 히어로




2021년 개봉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반짝이 가면 피스메이커(배우 존 시나)가 어엿한 주인공(?)으로 등장, HBO에서 공개된 드라마다. 국내는 웨이브를 통해 공개됐었지만, 최근에는 쿠팡 플레이가 HBO와 계약으로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DC 코믹스의 암울함 대신 괴짜와 괴상함을 덧씌워 독특한 드라마로 등장했다.

영화에서 등장한 피스메이커는 영웅보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2팀 소속임에도 악에 가까웠지만, 정작 드라마는 그의 행보보다 주변 인물과 이야기와 설정 등이 부각된 덕분에 정신세계가 오묘한 코믹 캐릭터로 거듭났다. 

다만 코믹도 웃기기 위한 캐릭터가 아닌 프로젝트 버터플라이 팀원조차 정상인의 범주와 거리가 먼 탓에 상대적으로 멀쩡해 보이는 캐릭터로 설정된 것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이름 그대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반려동물 독수리와 교감을 주고받거나 심지어 외계인(?)과 동화되는 특유의 친밀감까지 더해지며, 의외의 매력을 뽐낸다. 자꾸 '친해지길 바라'처럼 상황극을 찍는 비질란테와 주고받는 농담과 진담, 열혈 팀원 제니퍼와 묘한 기류가 흐르는 등 적당한 허당기와 무모함이 공존하는 엉뚱 매력 그 자체다.

하지만 허당미를 앞세운 피스메이커와 달리 드라마 피스메이커 시즌 1은 일부 격투와 전투 장면에서 가감 없이 잔인한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 캐릭터가 내뱉는 대사도 바른 생활과 친절과는 거리가 멀다. 

아마도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외전으로 설정된 탓에 대사 표현 수준이나 수위가 청소년 이용불가로 설정, 드라마도 영화의 설정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영웅과 먼 또 다른 개념으로 프로젝트 버터플라이 합류 전후로 바뀌는 심리 묘사로 일품이다. 앞서 언급한 수단과 방법도 어린이 몸속에 숨어든 버터플라이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망설일 정도로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지극히 현실주의자로 설정,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피스메이커 시즌 1은 8화 분량의 드라마로 1화부터 8화까지 한 번에 정주행할 수 있는 묘한 매력이 곳곳에 묻어난다. 한낱 스쳐 지나갈 뻔한 캐릭터를 별도의 시리즈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피스메이커의 캐릭터가 매력이 넘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마지막 회에 등장하는 저스티스 리그와 만나 피스메이커 특유의 말투로 내뱉는 대사로 팬 서비스까지 잊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마블의 바른 영웅보다 선의 개념과 기준이 남다른 안티 히어로가 '삐뚤어질 테다!'를 몸소 실천하는 DC 코믹스가 감독 버프로 살아난 것도 이전과 달라진 것도 이채롭다.

슬프지만, 웃기면서 엉뚱한 친구들과 함께 떠난 독수리 아빠의 이야기를 짬을 내어 정주행에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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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재윤과 사회 초년생 영주의 전쟁 같은 사랑




좀비는 게임이나 드라마에서 단순한 몬스터나 NPC, 생존을 위한 몸부림 등으로 쓰이는 좋은 소재다. 전자는 레벨업과 언데드 특화 마법, 후자는 좀비 섬멸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본능에 충실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좋은 장치이기도 하다.

뉴토피아는 이재윤(배우 박정민)과 강영주(배우 지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전쟁 같은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원작 소설 인플루엔자와 달리 배우가 호흡을 불어넣으면서 단순한 좀비물에 그치지 않고, 코믹 로맨틱 코미디를 가미하면서 적당한 웃음과 좀비 장르 특유의 세기말 감성도 녹여냈다.

이재윤으로 분한 박정민은 이전부터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이자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생기를 불어넣는 특유의 감성으로 일병 이재윤으로 거듭났다. 뉴토피아의 골격은 간단하다. 군대로 남자친구를 보낸 여자친구의 기다림이 결국 세상이 망하고, 좀비가 창궐해도 사랑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하지만 뻔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 대신에 뉴토피아는 여기에 잔혹함을 더했다. 1화부터 이어진 잔혹함은 좀비 도륙이나 좀비가 인간을 공격해 살을 서슴없이 물어뜯기는 장면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다. 특히 지하철역에서 대열에 밀려 스크린 도어와 선로에 짓이기는 장면의 서슬 퍼런 장면은 식겁할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적어도 OTT에서 보여준 최고 수위가 아닐까 생각하며, 맛보기 1화에서 시작된 좀비 랠리는 2화부터 본격적으로 질주를 시작한다. 이미 각종 좀비 소재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극단적인 상황은 극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본능과 본성을 일깨우는 충실한 도구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고문관 라인호는 기지를 발휘하는 만능캐, 애런 팍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사기캐, 영주의 새로운 남자친구가 될 기회를 노리는 서진욱은 오줌싸개로 변하는 식이다. 특히 좀비와 마주한 폐쇄적인 군대의 모습은 생존 본능보다 파병을 경험한 부사관의 경험을 토대로 진행, 지상 1층에 도달하는 게 일종의 작전처럼 느껴진다.

소대장이 좀비로 변하고, 특히 알렉스와 함께 좀비화의 속도를 늦추는 단서로 등장한 삼수의 킬링 포인트까지 더해지면서 뉴토피아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린다. 비록 삼수는 운전 면허가 없이 오줌싸개와 영주를 구조하는 천재성을 발휘했지만, 본인 스스로 좀비가 되어간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정작 애런 팍은 주변의 도움으로 술고래 수준의 고량주를 들이부으면서 버텨내는 식이다.

다만 뉴토피아는 8부작으로 편성된 탓에 개연성은 약한 편이다. 좀비 사태가 어디서부터 어떤 원인으로 시작됐고, 어떻게 마무리가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다. 그래서 특정 캐릭터와 상황을 두고 벌어지는 시트콤처럼 연출, 이야기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게 흠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흔치 않은 수위 높은 장면을 곳곳에 배치할 정도로 좀비라는 소재를 십분 활용, '안전하세요'라는 말이 새삼 뉴토피아가 보여주려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몇 주간 기다리면서 감상했던 뉴토피아의 아쉬움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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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들을 건드리면 복수가 시작된다




가족(家族)의 원래 의미는 피로 연결된 최소한의 사회다. 이러한 본질적인 개념은 바뀌지 않지만, 연결 고리가 혈연이 아닌 다른 것으로 엮어도 가족으로 묶이기 마련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쿠팡 오리지널의 가족계획은 후자의 개념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은 일반적인 가족과 같지만, 가족을 지키는 방식은 잔혹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선도 '누군가 가족을 건드렸을 때'는 바로 역린이 되어 이를 응징하는 모습에서 잔인한 장면보다는 필히 그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앞선다.

가족계획에 등장하는 한영수로 분한 배두나, 백철희로 분한 류승범은 부부가 아니다. 오히려 후반부에 들어서야 백철희도 한영수의 '지금부터 주목'에 현혹,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이 헌신보다 기계적인 명령을 따랐음을 알게 된다. 물론 현혹에 앞서 같은 훈련생 시절부터 좋아한 덕분에 스스럼없이 빠진 것도 이해가 간다.

할아버지와 부부, 손자와 손녀 등 일반적인 5인 가족이지만, 가족계획에 등장하는 가족은 남달랐다. 저마다 특출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남들처럼 일반적인 가정과 가족을 지탱하는 힘은 결국 동정보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열망 그 자체였다.

오히려 빌런 소굴로 설정된 금수열망교회의 목사와 집사, 권사와 장로 등이 추구하는 열망과 한영수가 꿈꾸는 열망의 결이 달랐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1화부터 시작된 재개발 지역의 빌런 '개발이'도 누군가가 설계한 아바타에 불과했고, 금수열망교회는 한영수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또 다른 훈련인 것처럼 시즌 2 떡밥을 남겼다.

가족계획의 무대로 설정된 경기도 금수시, 금수열망교회, 금수경찰서 등 단순한 가상의 지역이지만, 금수(禽獸)라는 동음이의어가 묘한 우연의 일치다. 극 중에 등장하는 빌런을 악의 상징보다 '금수만도 못한 XX'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나쁨을 수준을 넘어선 악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계획은 6화까지 시즌 2의 떡밥보다는 한영수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볼품없는 인스턴트 음식과 간단한 반찬이지만, 같이 밥을 먹는 식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식탁에서 벌어지는 반찬 투정과 푸념, 그리고 다 먹은 빈 그릇과 '엄마'라고 부를 때 한영수의 입꼬리는 올라간다.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이자, 행복을 느끼는 소박한 단어였기에 쌍둥이 남매로 설정된 백지훈과 백지우가 위기(?)에 처했을 때 엄마로서 감정 변화는 컸다. 하지만 이내 빌런 퇴치에서 보여준 특교대 10호의 모습은 인간적인 감정보다는 단순한 훈련의 반복에 그칠 정도로 무덤덤하게 처리했다. 

자신을 구하고자 달려온 백철희의 순정을 확인했을 때 그때야 감독은 시청자에게 백철희와 한영수의 시작을 살짝 보여준다. 누가 더 강한 능력을 보유한 인간병기의 모습보다 가족을 위해서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복수의 쾌감을 선사했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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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이 병태가 완벽한 부여 짱으로 거듭나기 시작하는데...



"이~, 그류, 그려~"라는 말은 소년시대에서 줄기차게 들었던 말이다. 

극중 배경이 부여로 설정된 덕분에 기자에게 친숙한 말투가 드라마에서 쉼 없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때로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거닐던 학교 가는 논둑을 떠올리게 했던 드라마였다.

앞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충남 토박이로 분한 배우들의 사투리는 흔히 '영혼'이 없었지만, 장병태 역을 연기한 임시완의 연기는 생활 연기 그 자체였다. 비록 과장된 감이 있긴 하나 1화부터 10화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미묘한 감정선 또한 웃음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생명력을 불어넣은 그의 힘이다.

소년시대를 관통하는 충남 부여의 사투리는 영화 피끓는 청춘과 거북이 달린다의 배경으로 설정된 홍성과 예산보다 도시 말처럼 느껴진다. 농고, 상고, 공고 등으로 구분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아이템이나 소재 등이 적어도 시대극(?)의 고증은 제대로 됐다는 느낌이 드라마에 녹아들었다.

물론 사투리를 앞세웠지만, 정작 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희화화하지 않고도 장병태의 시각에서 풀어낸 메인 스트림과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야기도 극의 완급 조절에 보탬이 됐다.

특히 학폭의 부정적인 이미지 부각이나 미화보다는 그냥 친구들끼리 어울리는 장소와 대화로 간결하게 묘사했다. 초중반은 으름장을 놓는 일부 친구들의 비행이나 일탈이었지만, 이들에게 사연이나 배경을 설명하는 시간을 따로 배정하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맥락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병태만큼이나 병태와 어울리는 찌질이 그룹의 용기 있는 행동과 위로가 되는 말투 등이 무조건적인 권선징악의 드라마와 궤를 달리했다. 더욱 후반에 보여주는 도장 깨기와 이를 도와주는 흑거미는 과거 복수를 다짐하는 이들의 성장 과정을 화면으로 압축, 어차피 '될놈될' 스타일의 호쾌한 복수의 성공기 또한 이명우 감독은 비틀기를 시도한 듯하다.

이미 1화부터 아산 백호와 최종결전에서 승리가 보장된 장병태였지만, 초반부터 보여준 주변 인물과의 전략(?)을 승부처로 삼아 대처하는 그의 생존 전략이 작중의 웃음 포인트로 작용했다. 일례로 플라이어, 삼각자, 몽키스패너, 완스강 등처럼 닉네임으로 로 설정된 배역과 대치하는 모습이 초반을 이끌었다면 중후반에는 '육룡이 나르샤'로 점철된 찌질이 그룹의 성장기도 빛을 발했다.

드라마에서 매회 등장한 흡연 장면은 공중파가 아닌 쿠팡 OTT라 가능했고, 담배라는 아이템 자체가 일탈의 상징으로 비친 감독의 애환도 심히 공감이 간다. 첫 등장부터 클리세만 범벅한 흔하디 흔한 추억팔이 드라마로 치부될 뻔했음에도 간만에 추억과 웃음을 짓게 만드는 좋은 드라마로 기억될 듯하다.

배우의 이름보다 이들이 연기한 배역 이름만 기억에 남는 게 쿠팡 오리지널 '소년시대'의 힘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제목 : 소년시대(Boyhood)
제공 : 쿠팡플레이
제작 : 더스튜디오엠
감독 : 이명우
극본 : 김재환
출연 : 임시완, 이선빈, 이시우,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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