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승인 심사 기준 강화, 카피캣 논란으로 국제 망신 의식
텀블벅이 블러디 레이첼 사태와 관련해 칼을 빼들었다. 이전부터 반복된 크라우드 펀딩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급하게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학생들로 추정되는 개발팀 '비포 디 아미'가 석연찮은 입장을 반복하고,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측은 "확인해보겠다"는 관계자의 전언 외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텀블벅이 먼저 움직였다.
10일 텀블벅에 따르면 블러디 레이첼 펀딩과 관련해 텀블벅의 이용 약관 위반 여부, 표절 논란에 따른 대처 방안, 원작자 요청 시 프로젝트 즉각 중단 등 후속 조치와 대처 방안을 밝혔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텀블벅은 관망 자세를 유지했지만, '원작자 요청 시 프로젝트 즉각 중단'이라는 강경책으로 돌아설 정도로 텀블벅 내부에서는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텀블벅 관계자는 "권리자로부터 신고자료를 접수하면, 당사는 프로젝트 게시를 즉시 중단하고 권리자와 프로젝트 창작자, 프로젝트 후원자에게 중단 사실을 통보할 것"이라며 "프로젝트 창작자에게는 프로젝트 게시가 정당한 권리에 의한 것임을 소명하여 재게시를 요구할 수 있음을 알릴 것이며, 창작자가 일시 중단 통지 후 30일 내에 적법한 소명서와 재개요청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해당 프로젝트의 게시를 영구 중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텀블벅 측은 블러디 레이첼로 촉발된 사태 해결을 위해 '프로젝트 심사' 구조와 방식을 변경한다. 이는 제2의 블러디 레이첼과 같은 유사한 프로젝트가 등록될 수 없도록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텀블벅의 프로젝트 승인은 내부 심사를 거쳐 게시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블러디 레이첼의 펀딩 페이지가 공개되기 전 '카타나 제로'의 존재를 텀블벅이 알고 있었다면 개발팀 '비포 디 아미'에게 소명 자료를 요청하거나 거부했을 것이다.
실제 텀블벅 약관에 따르면 '범죄적 행위, 국익 또는 사회적 공익을 저해하려는 목적이 있지는 않은가'의 항목이 프로젝트 승인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이다.
텀블벅 관계자는 "현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창작자와 이해당사자 양측과 충분히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게임 분야는 실행부터 완성까지 금전적, 시간적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뢰도 향상을 위해 심사 과정에서 데모 버전을 필수로 확인하는 등 기준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며, 이달 중 공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텀블벅이 경계하는 것은 '카타나 제로'의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국내의 법적 대리인 혹은 직접 서류를 접수하는 것이다. 단순한 프로젝트의 카피캣 대응이 아닌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벌어진 국외 게임업체의 요청이 자칫 국제적으로 망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러디 레이첼 프로젝트 커뮤니티에는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학교, 교수, 재학생 그리고 현재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졸업생들의 작품까지 큰 피해를 끼쳤음을 인정하길 바란다"고 개발팀의 반성과 사태 파악 등을 호소하고 있다.
텀블벅 관계자는 "법적으로 권리침해 여부가 결정된 상황이 아니라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용약관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고, 약관에 규정된 창작자의 책임 이행의 관점에서 소통, 관리하고 있다"며 "권리자가 텀블벅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권리 침해 신고 절차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 권리자의 문의가 아닌 경우 권리자가 직접 텀블벅에 신고를 접수할 수 있도록 소통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 상황에서 텀블벅은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요청하면 프로젝트를 즉각 중단시키겠다는 입장을 표명, 적어도 블러디 레이첼 사태가 초래할 파장에서 빗겨갈 수 있는 탈출구는 확보했다.
개발팀과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측이 침묵하는 사이에 국내 게임업계에서 '청강문화산업대학교는 OOO'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지 않으려면 양측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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