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트래블 룰 적용 앞두고 표준화 부재 속 리플 랩스 주목




거래소 폐업과 대규모 상장 폐지 등 특금법 시행에 따른 성장통이 이어지며, 국내에서 영업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의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프라이버시 코인 퇴출에 이어 올해는 ISMS 인증번호와 실명계좌 발급이 생존 조건으로 떠올랐지만, 9월 25일 이후는 내년 3월에 시행될 '트래블 룰'이 거래소의 존폐를 가른다. 일례로 ISMS 인증번호만 있다면 최악의 경우 실명계좌와 원화마켓을 포기하고 반쪽 영업으로 버틸 수 있지만, 트래블 룰은 예외나 조건부 승인이 통하지 않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자회사 람다256의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 빗썸은 코인원, 코빗 등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CODE(COnnect Digital Exchanges 이하 CODE)다. 

지난 6월 바이낸스는 사이퍼트레이스의 트래블 룰 솔루션 '사이버트레이스 트래블러'를 배포했다. / 자료=바이낸스

한때 업비트를 비롯한 주요 사업자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한국형 트래블 룰 솔루션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적용 방법과 시기 등 이해관계에 따라 업비트가 독자 노선을 선택하면서 트래블 룰 표준화가 미뤄진 상황이다.

현재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가 채택하는 트래블 룰 솔루션은 표준화 기술이 없다. 그 결과 특정 협회와 회원사 중심의 얼라이언스를 대상으로 트래블 룰 적용 실험이 진행 중이며, 국가 차원에서 인정받은 솔루션은 없다.

일본도 금융청이 현지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를 상대로 내년 4월까지 트래블 룰 적용을 JVCEA에 공문을 발송, 국내에 이어 4월 적용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국가 차원의 표준화가 적용되지 않아 이를 검증하는 기관이나 증명 등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 확보다.

예를 들면, 스위프트라 불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는 국내외 은행이 고유 코드를 사용한다. 우리은행은 HVBKKRSE, 기업은행은 IBKOKRSE, NH농협은행은 NACFKRSE 등이며, 업비트의 실명계좌로 사용하는 케이뱅크는 스위프트 코드가 없다.

베리파이바스프 얼라이언스 / 자료=베리파이바스프

IT 업계에서 구글 애드센스를 사용하는 블로거나 유튜버는 달러를 입금받는 탓에 계좌 설정을 하면서 은행의 코드 번호와 스위프트 코드, 서울(SE)을 비롯한 지점의 코드를 입력해 입출금을 받는 식이다.

앞서 언급한 트래블 룰 표준화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처럼 전 세계에서 영업하는 거래소의 협회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각자 영업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탓에 협회의 부재가 크다. 그 결과 거래소보다 솔루션 업체 중심으로 표준화가 진행 중이다.

일례로 대만 쿨비트엑스와 영국 엘립틱 엔터프라이즈가 개발한 시그널 브릿지는 SBI 그룹,  사이퍼트레이스(CipherTrace)는 바이낸스, 시프트의 베리스코프는 후오비 등에 트래블 룰의 실증 실험과 적용을 위한 테스트 풀에 가입해 FATF의 트래블 룰 권고안에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마다 다른 솔루션을 채택한 탓에 트래블 룰의 대항마이자 테마주로 떠오른 게 이전부터 주목을 받은 프로젝트가 리플(XRP)이다. 

기업은행을 통한 해외송금을 받는 방법 / 이미지=기업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단순한 국제송금의 편의성을 앞세운 리플의 실체는 리플 랩스(RIPPLE LABS)의 국제송금 솔루션 리플넷이다. 리플넷은 기존 금융권의 스위프트 코드를 대체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이미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SBI 레밋 등이 회원사로 참여했으며, 국내 핀테크 업체 센트비도 리플넷 회원이다.

그래서 리플 랩스는 일본에 SBI 그룹과 합작한 SBI 리플 아시아, 싱가포르는 '리플 랩스 싱가포르'로 합작과 현지 법인을 운영해 스위프트를 대체할 수 있는 송금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리플랩스는 오픈소스로 시작한 인터레저 프로토콜(Interledger Protocol)을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 World Wide Web Consortium)을 통한 국제 표준화가 진행 중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국내보다 앞서 암호화폐 규제안 지불서비스법(PSA)이 시행된 국가로 금융혁신을 위한 국내외 재단이 대거 몰려, 향후 트래블 룰 적용을 위한 사업자와 네트워크 구축이 여느 국가보다 낫다는 평가다.

리플넷 회원 일부 / 자료=리플 랩스

앞서 언급한 람다256도 싱가포르에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라는 법인을 설립한 것도 현지에서 라이센스를 획득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트래블 룰 솔루션을 실증실험, 이를 토대로 표준화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기 때문이다. 

리플랩스나 베리파이바스프 등처럼 기존 금융권의 규제안을 대체하거나 FATF의 권고안에 따른 트래블 룰 솔루션 적용이 현재 거래소 생존보다 중요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당장 거래소의 생존 게임이 진행 중이지만, 트래블 룰 적용을 하지 못한 거래소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 제휴나 오더 북 공유 등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의 한계를 느껴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9월 24일까지 신고 수리 서류를 마감하고, 9월 25일부터 원화마켓이 없는 반쪽 영업을 하더라도 내년 3월에 트래블 룰 적용을 하지 못하면 사라지는 거래소의 생존 게임이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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