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오락실에서 시작된 코흘리개 소년과 소녀의 인연
1990년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하이스코어 걸. 앞서 소개한 애니메이션 '이세계 삼촌'의 추억 소환 장치로 게임업체 세가(SEGA)가 등장했다면, 하이스코어 걸은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다.
다소 엉뚱하게 시작한 소년 야구치 하루오와 무언가 사연을 가진 소녀 오노 아키라, 하루오의 친구 미야오 코타로, 오노의 연적(戀敵) 히다카 코하루까지 등장하는 유쾌하고 코 끝이 찡해지는 우울한 시트콤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만약 연령대가 2030이나 3040이었다면 로맨틱 코미디처럼 진행됐겠지만, 오락실이라는 만남과 애증이 섞인 장소가 등장하면서 동심은 품은 소년 성장기로 그려졌다. 작화의 주인공과 이를 지켜보는 시선 사이에 캡콤과 스트리트파이터가 없었다면 주인공의 심리와 동화될 수 없는 평범한 일본 애니메이션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시작부터 풋풋한 만남과 이별, 재회까지 이어지는 극의 전개에서 게임은 말 그대로 추억이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변천사와 함께 달라지는 하루오의 심술도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그때는 나도 그랬었지'라는 극이 진행되면서 곱씹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 소나기의 무대가 오락실로 바뀌었다고 착각할 정도로 원작 특유의 감성이 애니메이션에서 이어진다.
주인공 남녀의 심리가 주변 인물의 대사와 상황에서 유추, 결국 이어질 사람은 이어진다는 거창한 논리로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시작은 시트콤 1화의 설정이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하이스코어 걸은 오락실 세대의 추억을 소환한다.
하루오와 오노가 겪는 갈등과 화해도 결국 하루오에게 오노는 활력소와 휴식처의 존재였다는 게 시즌 2 말미에 밝혀진다.
물론 원작을 접한 이들에게 시즌 1과 시즌 2로 나뉜 애니메이션의 전개는 뻔했지만, 목소리 배우의 연기로 살아난 캐릭터의 생동감은 다르지 않을까 감히 예상한다.
희미하게 남아있던 오락실의 추억이 떠오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하이스코어 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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