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파국(破局)이다. 그럼에도 배정현 픽셀트라이브 대표는 아름다운 이별과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모든 내용을 설명, 사과문 형식으로 투명하게 공유했다.
그래서 아쉽다. 지난해 2월 속도보다 방향성을 가지고 배 대표가 진두지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음에도 이전과 달라진 시장의 눈높이 탓에 혹독한 평가가 이어졌다.
이러한 사례는 스타트업이나 VC,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이벤트로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게임업계에서 이렇게 솔직 담백하게 읊조리는 말투를 살린 사과문의 정석을 보여준 게 천만다행이다.
흔히 업계에서 부르는 어른들의 사정처럼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는 계약서에 명시된 철저한 수익 배분이다. 일반적으로 업데이트 중단은 직장인에게 태업 내지 직무 유기에 해당, 귀책 사유에 따른 위약금이 발생해 진흙탕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오히려 카카오게임즈는 득보다 실이 큰 사업자로 공식 카페에 '게임 이용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유지를 할 예정입니다'라는 짤막한 설명으로 갈음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업데이트가 중단된 상황에서 픽셀트라이브나 카카오게임즈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만약 개발사나 퍼블리셔나 진실 공방 내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면 여론과 별도로 되려 카카오게임즈가 피해자라는 것을 부각할 수 있었지만, 정작 카카오게임즈는 불가불 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라는 대의를 앞세워 픽셀트라이브의 경영난과 여론까지 품었다.
결과에 따른 과정은 미화할 수 있지만, 법조계는 이번 사례에 대해 신의성실을 논한다. 이는 게임법이 아닌 민법에 명시된 조항으로 권리보다 의무를 앞세워 갑과 을, 퍼블리셔와 개발사 등 강자와 약자의 구조로 형성된 먹이사슬이 아니다. 오로지 개발사의 포트폴리오와 퍼블리셔의 라인업으로 게임의 흥행을 위해 확실한 목표와 이를 협력하는 방향성 등 복합적인 게 많다.
픽셀트라이브는 FGT와 소프트런칭, 정식 출시까지 1년 남짓 시간에 개발사의 역량을 시쳇말로 갈아 넣었다. 이를 묵묵하게 지켜보면서 응원해준 카카오게임즈의 신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개발사가 먼저 간파했음에도 안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기다리는 카카오게임즈의 임계점도 무너진 지 오래다.
사실 가디스오더가 흔히 말하는 개발 역량이 의심되는 개발사는 아니다. 오히려 게임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보장됐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이 예상을 벗어난 것도 가디스오더의 각종 대체재가 존재한 탓에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 동종유사 장르의 게임보다 이전과 달리 각종 취향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여기저기 확실한 색채를 가진 게임이 전국시대처럼 서비스 중이다.
만약 정말 매출만 보고 한철 장사를 할 것이라면 오로지 뽑기를 통한 강화, 진화, 초월, 각성 등 이름만 바꾼 등급 색칠 놀이를 강조했다면 매출 대비 천장 확률 극악이라는 비아냥만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픽셀트라이브는 매출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최악의 선택은 하지 않았다.
대신 최악보다 차악으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래서 한숨만 나올 정도로 아쉬운 게 이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카카오게임즈도 할 말은 많겠지만, 침묵으로 이어가는 의리를 선택한 것뿐이다.
조금만 버틸 수 있었다면, 궤도에 오르기까지 감내할 수 있었다면, 그에 비례해서 아쉬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픽셀트라이브는 삼성오신(三省吾身), 카카오게임즈는 육단부형(肉袒負荊)으로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을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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