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시간을 빼앗는 미지의 존재 격퇴기

황혼(黃昏)의 사전적 의미는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 때, 나아가 인생의 정점을 지나 기울어가는 시기를 뜻한다. 그래서 노년층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순간이나 은퇴 후의 서사를 그릴 때 주로 쓰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실버타운(원제: The Boroughs) 역시 이러한 황혼을 배경으로 삼는다.

주인공은 영화 스파이더맨의 닥터 옥토퍼스로 친숙한 배우 알프레드 몰리나가 연기한 샘 쿠퍼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 이후 가족들의 권유로 실버타운에 입주하게 되면서, 가족과 떨어진 낯선 공간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노인의 모습으로 첫 등장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쓸쓸한 노년의 삶에 그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기묘한 사건이 터지면서 샘 쿠퍼와 친구들은 졸지에 버로스(실버타운) 원정대를 결성하게 되고, 작품의 장르 역시 미지의 존재를 추적하는 어드벤처로 급반전한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 대신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는 대사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던 실버타운 버로스. 이곳에 나타난 미지의 존재는 노인들의 시간을 빼앗아 자신들을 청소년의 모습으로 돌려놓는다. 현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던 이들에게 밤마다 찾아오는 괴물은 다름 아닌 생명의 시간을 도둑질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잔혹한 것은, 그 괴물을 통제하며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이다.

인간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다는 본능을 지니는 동시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여러 판타지 작품에서 불멸은 축복이자 저주라는 양날의 검으로 다뤄진다. 더 실버타운 역시 누군가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빼앗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실버타운 버로스의 비밀을 핵심 서사로 삼는다.

버로스의 주인이자 유명인사로 활동하는 블레인 쇼 부부와 그 일당의 악행을 파헤치는 것이 버로스 원정대의 목표다. 작품은 1화부터 샘 쿠퍼가 입주한 집의 전 주인에게 일어난 사건을 통해 복선을 차근차근 깔아둔다. 툴툴거리는 샘 쿠퍼의 이웃이자,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의 대통령 역으로 익숙한 배우 빌 풀먼이 연기한 잭 윌라드의 의문사를 목격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잭의 생명을 앗아간 존재는 버로스의 핵심 인물들이 마시는 영생의 음료를 제공하는 어미 괴물의 새끼였다. 본체인 어미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새끼 괴물은 크리처물 특유의 음습하고 기이한 공포를 자아낸다. 그러나 괴물 한 마리를 잡겠다고 모인 원정대가 각자의 도구를 들고 덤벼들었다가 막상 처치하려는 순간 망설이는 장면은 꽤 흥미롭다.

친구의 목숨을 빼앗은 존재임에도 "이미 총상을 입었으니 치료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월리, "고통을 받느니 깔끔하게 끝내는 게 낫다"고 믿는 주디 대니얼스, CCTV와 사진 자료를 통해 미지의 존재와 과거 인물들의 생존 증거를 파헤치는 르네 조이스 등 원정대원 각자의 개성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이들의 기지(機智)로 버로스라는 철옹성이 무너지고, 어미 괴물 역시 새끼들과 함께 스스로 소멸을 선택한다. 8부작으로 다듬어진 이 시니어 버전 기묘한 이야기는 단순한 권선징악으로 결말을 맺지 않는다. 원정대의 시선에서는 블레인 쇼 부부가 빌런이지만, 그들 역시 세월 속에 사라지고 싶지 않다는 인간적 욕망이 남들보다 강했을 뿐이다.

따라서 작품에는 뚜렷한 절대악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초반 1~2화의 다소 지루한 전개만 견뎌낸다면 단숨에 몰입해 정주행할 수 있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https://www.netflix.com/kr/title/81627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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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실버타운. 이곳에서 의외의 영웅들이 정체불명의 존재에 맞선다. 인생의 황혼을 맞은 이들에게서 안 그래도 부족한 시간을 앗아 가는 고약한 놈을 물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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