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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역주행이다. 특히 지난주에 방영된 무한도전의 토토가 열풍에 힘입어 음원 차트가 요동치며, 역주행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냈다. 그 전에는 아이돌이 차트를 독식하던 올킬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게임업계도 매출 차트 역주행이라는 기이한 현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쏟아지는 신작들의 홍수 속에서 신작의 부진은 기존 게임의 아성을 굳건하게 다질 수 있는 초석이 되며, 오히려 신작 프로모션보다 기존 게임들의 업데이트와 이벤트가 빛을 발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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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팡 for Kakao, 2012년 7월 30일 출시, 매출 24위
카카오 게임 1세대로 불리며 각종 성공 신화를 써내려간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for Kakao. 2012년 7월 30일에 출시한 이후에 국민 게임으로 불리며,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기준으로 매출 24위다.

비록 전성기에 준하는 성적은 아니지만, 아직도 굳건한 애니팡의 저력을 보여준다. 이를 바꿔말하면 애니팡을 대체할 수 있는 동종 유사 장르의 게임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결과이기도 하다. 또 무혈입성을 통한 선점 효과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니팡 출시 이후 제2의 애니팡을 외쳤던 게임은 많았지만, 정작 반짝인기에 그쳤을 뿐 흥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성장 동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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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차트를 기준으로 쿠키런, 애니팡 사천성, 드래곤 플라이트, 에브리타운, 우파루마운틴 등을 보면 어느 하나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게임들이 아니다. for Kakao를 떼고 경쟁을 펼치는 각 장르의 대표 선수와 다를 바 없다.

우스갯소리로 SNG로 두각을 나타내려면 에브리타운을 꺾어야 하고, 비행 슈팅으로 이름을 알리려면 적어도 엘브리사는 꺾고 올라와야 드래곤 플라이트와 붙을 수 있다.

그만큼 이들이 가진 저력은 유효한 탓에 신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살아남아 버티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버틴다는 표현보다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발휘,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접근해야 한다. 출시보다 중요한 것은 유지와 보수이며, 서비스 년차가 쌓이면서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며 유저들과 함께 전진한다. 성공과 실패의 노하우를 잘 알고 있어 신작의 부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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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은 곧 신작의 부진
단적인 예로 카카오 게임의 서비스 종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현재 카카오 게임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서비스 종료를 진행 중이다. 

단지 치열한 경쟁과 마케팅과 홍보 비용의 증가. 전문 인력의 부재 등의 변수는 다른 게임들도 해당하는 사항이라 특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규모 퍼블리셔의 매스 마케팅과 외산 게임들의 국내 진출보다 소재 고갈과 아이디어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즉 남 탓을 할 것이 아니라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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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몇몇 기업은 특정 장르를 집어삼키겠다는 욕심을 만천하에 드러냈고,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글로벌 원빌드를 통해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기업의 치열한 생존 논리를 바라보는 유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신작이 신작답지 않은 모습으로 출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의 게임과 비슷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자기복제에 찌든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이는 유저들이 스스로 학습한 것이 아닌 지금까지 출시한 게임사가 단시간에 '교육'을 시킨 것이다. 예를 들면, RPG는 이정도, 퍼즐은 이정도, SNG는 이정도, 레이싱은 이정도 등으로 유저들의 눈높이를 확연하게 끌어올렸다. 게임업체들이 찾아 다니는 진성 유저 집단의 환심을 사기 위한 단순한 이벤트나 경품은 임시 방편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혹자는 이러한 유저들의 눈높이를 시장의 성숙도로 부르며, 이전과 달라진 시장 상황을 대변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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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의 또 다른 의미, 풍요 속의 빈곤
입 맛이 까다로운 유저들에게 신작은 그저 기존 게임보다 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고, 그 결과 역주행의 의미는 신작의 부진이라는 또 다른 이면을 들춰냈다. 

특정 프로그램에 의해 촉발된 음원은 역주행을 통해 재조명의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게임의 역주행은 추억에 잠기는 것보다 신작의 패기가 기존 게임의 노련미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역주행은 가까운 일본이나 북미도 마찬가지다. 클래시 오브 클랜과 캔디 크러시 사가는 정상에서 아성을 구축한 지 오래됐으며, 뒤를 이어 따라오는 게임들의 저력도 국내와 비슷하다. 가끔 터지는 신작 특수가 아니라면 30위권으로 진입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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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소재와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시장의 상황은 반대로 기존 게임들의 아성은 점차 견고해지고 있다. 신작의 도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바라보는 게임들에 역부족이다. 몇몇 게임들의 신작의 패기로 매출 상위권에 진입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작의 패기가 없다면 결국 역주행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장의 판도가 될 전망이다. 오히려 신작과 구작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에서 이제는 외산 게임의 침공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선거 구호처럼 '아직도?'라는 말보다 '이제는!'이라는 말을 써야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는 건재하다. 비록 시장의 단면이지만, 역주행이 씁쓸한 이유는 풍요 속의 빈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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