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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와 이용자, 단어 선정에 따른 시장 혼선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이 공식적으로 '공시 서비스'를 중단한 지 100일이 되어간다. 일부 서비스는 이벤트로 대체됐지만,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업계에서 통용되는 '공시팔이'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이전까지 공시는 정보의 불균형 해소 차원이라는 긍정적인 기능과 데이터가 오염되면 결과도 오염되는 역기능이 공존, 여전히 홀더라 불리는 집단이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로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거래소나 재단의 책무는 어디까지나 도의적인 차원에 그치는 미봉책 수준에 그친다. 이는 법에 명시된 대상의 범위를 누구로 선정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재단이 물의를 빚으면서 자주 언급되는 자본시장법과 가상자산법에 명시된 '제1조 목적'을 보면 확실해진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가상자산법은 이용자로 정의가 명확하다. 이에 비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테러자금이나 범죄수익 등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제도로 시행령과 감독규정으로 바스프(가상자산사업자) 규제에 목적을 둔다.

기존 특금법에 명시된 바스프의 책무는 가상자산법에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로 연결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백서다. 흔히 재단에서 제출한 각종 문서를 거래소가 검토해서 취합, 정리해서 시중에 공개하는 거래소 보고서가 일종의 시장가치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DAXA 회원사를 중심으로 ▲업비트, 디지털자산 보고서 ▲빗썸, 가상자산 검토 보고서 ▲코인원, 명세서 등으로 표기했으며, 코빗과 고팍스는 각각 쟁글 프로젝트 소개서와 코인마켓캡의 프로젝트 정보로 대체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면책으로 점철된 보고서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이 아닌 탓에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가상자산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법령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가상자산법은 이용자의 범위를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 수리가 완료된 바스프의 회원으로 범위를 좁혔다. 그 결과 거래와 출금에 관한 예치금 보관 분리 등에 관한 항목만 이용자로 정의된 집단의 보호장치로 국한된다.

이러한 보호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백서는 재단이 작성, 보고서는 거래소가 작성하는 방식임에도 홀더를 위한 문서는 아니다. 앞서 '데이터가 오염되면 결과도 오염되는 역기능' 부작용은 이를 게시하는 바스프의 책무가 있음에도 이른바 일이 터지면 투자 유의랑 상장 폐지로 마무리하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로 마무리하는 게 거래소의 방식이다.

백서를 두고 흔히 프로젝트 이력서라고 칭한다. 이력서를 입사지원서로 빗대어 '허위사실이 발견될 경우, 거래소에서 거래를 확정한 프로젝트도 거래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라는 조항도 물론 존재한다.

업비트 상장폐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프로젝트 팀이 디지털 자산의 거래지원 심사 과정에서 제출하였거나 진술한 사항 중 주요 사실이 허위로 밝혀지거나 이행되지 아니한 경우는 최소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프로젝트 팀이 제출한 백서를 토대로 업비트가 작성한 디지털자산 보고서는 '업비트의 의견과 다를 수 있다'는 조항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즉 작성과 검토는 업비트, 내용은 재단이 최초 제출한 설명서로 토대로 공개했으므로 끝까지 책임은 없다는 기묘한 이야기인 셈이다.

거래소와 재단은 뒤로 빠지고, 홀더만 남게 되는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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