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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주년 대신 선택한 'X.5' 이벤트 빈번



"#1 게임이 예전 같지 않네요. 그래서 신작 출시되면 최대한 버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고, 안착을 위해 선택한 안전한 방법이 슬슬 독이 되나 봅니다. - A사 마케팅팀 실장"

"#2 장수의 의미가 요즘은 다릅니다. 10년 전만 해도 10년이면 장수 게임이라 했는데, 지금은 3년도 고사하고 2주년도 버겁습니다. 흔히 비용을 태운다고 하지만, 정말 물량전으로 밀어도 밑져야 본전인 시대가 온 겁니다. B사 개발팀 PM"

"#3 1주년 맞이 프로모션에 맞춰 인포그래픽을 추출했더니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어서 내부에서 확인했을 뿐 2주년이 되면 고려해 보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C사 마케팅실 과장"

기자가 만난 게임업체 마케팅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축약한 것이지만, 실상은 이보다 심했다. 단순히 게임업체의 실적발표가 적자 전환이나 적자 지속 등 세련된 표현과 달리 현장에서는 '당일 해고 통보나 전배'를 받아둔 날 것 그대로의 대화가 주류를 이뤘다.

이런 대화의 시작은 가볍게 만난 미팅 자리에서 언급된 '서비스 1주년'이었지만, 속내는 0.5나 1.5와 같은 절반을 의미하는 숫자가 게임업계의 불황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업계는 장수 온라인 게임이나 장수 모바일 게임 등 장수의 의미를 두 자릿수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두 자리 대신 0.5나 1.5주년과 같은 '하프 마케팅'이 대세처럼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D 게임업체 관계자도 "모든 게임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기대수익과 실패비용까지 고려한다. '많이 썼으니까 많이 벌면 된다'는 말은 꿈에 불과하다. 요즘 매일같이 나오는 게임을 세어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작 출시를 앞둔 게임업체의 마케팅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실적 발표 때 공개되는 일부 게임업체의 천문학적인 비용은 이전과 달라진 기회비용의 지표가 달라진 것을 방증한다. 과거와 달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 게임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 대신 노출 빈도에 비례한 피로도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흡사 아이돌 알리기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최근 게임업계에서 앞다퉈 출시하는 방치형과 머지, 클리커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업계에서 퍼블리셔라 불리는 서비스 업체는 시간, 인력, 비용 등으로 대작만 출시하는 구조로 굳어졌고, 틈새시장이나 가벼운 호흡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출시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레이블처럼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MMORPG와 달리 퍼즐이나 SNG 등 장르 특화 개발사로 체질을 개선한다.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철저하게 분업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회사의 방식을 이식하지만, 흥행이라는 단어를 논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게 쉽지 않다.

잘 팔린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해서 회사의 수명은 늘어나겠지만, 게임의 수명만 짧아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시기도 미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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