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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충돌이 빚은 회색지대 형성



특금법 시행에 맞춰 트래블룰이 시행된 지도 1년이 흘렀다. 

당초 법과 같은 날 시행될 계획이었지만, 1단계 성격의 KYC 인증 이후 2022년 3월 25일 트래블룰이 적용됐음에도 베리파이바스프나 코드처럼 '대한민국 트래블룰 표준화'에 실패하면서 곳곳에 사각지대가 발생해 자금세탁을 차단한다는 초기 취지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5일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은 각각 베리파이바스프와 코드를 채택했지만, 특금법에 명시된 트래블룰 솔루션이 아닌 민간기업이 개발한 솔루션을 사용하는 탓에 해외 트래블룰 솔루션과 연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바스프 자체 위험평가에 따라 입출금이 허용된 '화이트 리스트'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화이트 리스트는 국내외 암호화폐 업계에서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프리세일 방식으로 나오는 일종의 코인 청약으로 불렸지만, 적어도 국내는 거래소가 허용한 개인지갑이나 일부 거래소로 국한된다.

하지만 화이트 리스트는 특금법과 트래블룰 시행과 배치(背馳),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는 거래소의 자체 위험평가로 결정되는 탓에 해당 화이트 리스트에서 발생한 모든 1차 책임은 거래소가 맡는 구조다.

지금부터 업비트와 빗썸의 화이트 리스트를 보면서 충돌 구간을 확인한다.

우선 국내는 가상자산사업자(바스프,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가 가상자산(VA, Virtual Asset)을 취급(매도·매수, 교환,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대행)하려면 특금법에 따라  ISMS 인증번호 획득과 실명계좌 발급 등을 충족한 사업자만 영업할 수 있다.

특금법 제7조(신고)
③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자

2.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동일 금융회사등(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회사등에 한정한다)에 개설된 가상자산사업자의 계좌와 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의 계좌 사이에서만 금융거래등을 허용하는 계정을 말한다]을 통하여 금융거래등을 하지 아니하는 자. 다만, 가상자산거래의 특성을 고려하여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정하는 자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



이른바 거래소는 원화마켓을 개설하려면 실명계좌가 필요하고, 코인마켓만 운영한다면 ISMS 인증번호만 있어도 된다. 이 중에서 ISMS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관리하는 정보통신망법, 이를 심사하는 게 KISA라 불리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관할 영역이다.

즉 ISMS 인증번호없이 가상자산을 취급하면 특금법에 따라 미신고 사업자, 즉 불법이다. 금융당국이 국내 거래소 업계를 상대로 규제샌드박스를 설정해준 적이 없고, 기존 사업자의 권리 보호와 예비 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바스프 전용 ISMS'와 '예비 인증심사'를 적용한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5일 빗썸 등에 따르면 카카오 클립, 메타마스크, 부리또 월렛, 도시볼트 등 지갑사업자 4개가 화이트 리스트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 곳도 ISMS 인증번호를 획득하지 않고, 거래소가 마련해준 안전지대에 '화이트 리스트'라는 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때부터 차별이 발생하는데 기존 ISMS 인증번호 획득과 AML 전문가 영입, 금융당국 실사 등 실명계좌 발급이 소원한 코인마켓 거래소다. 이를 두고 혹자는 누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이름 올리겠다고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고, 누구는 뒤에 숨어서 거래소를 방패로 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금법 시행령 제10조의20(가상자산사업자의 조치)
4. 법 제7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신고·변경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가상자산사업자와는 영업을 목적으로 거래하지 않을 것


거래소는 원화를 출금하면 1,000원을 수수료로 징수하며, 가상자산(코인, 토큰)을 출금하면 해당 가상자산을 수수료로 빼간다. 예를 들면, 빗썸에서 국내 거래소 30곳과 해외 거래소 15곳을 이름을 올리지 않은 거래소에 코인을 전송하려면 개인지갑을 경유, 해외 거래소에 보내야 한다.

특금법 시행령에 따라 '영업'을 목적으로 거래를 금지한 조항이 명시됐음에도 화이트 리스트가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는 금융당국이 화이트 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 측은 화이트 리스트를 현행법상 국내 사업자간 이전에 대해서만 트래블룰이 적용되며, 해외사업자 또는 개인지갑 등에 대한 외부 이전은 송수신인이 동일하고 본인인증 등을 거쳐 지갑주소 등을 사전 등록한 경우 출고로 언급했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금융당국이 아닌 거래소에 묻기 위해 '사전 등록'으로 정의를 내린 것으로 읽힌다.

거래소는 회원의 편의성을 위해 개인지갑을 등록하고, 금융당국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래소에 일부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리하면 입출금 편의성을 위해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이를 영업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출금하는 순간부터 원화 혹은 코인을 징수하는데 정작 거래소 업계는 수익이 아닌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용료라고 설명, 영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특금법 감독규정에 명시된 조항 때문이다.

특금법 감독규정 제28조(가상자산사업자의 조치)
1. 자신의 고객과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 간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하지 않을 것. 다만, 다른 가상자산사업자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가·허가·등록·신고 등(이하 "인허가등"이라 한다)을 거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는 가상자산사업자이며, 가상자산사업자가 자신의 고객과 거래한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중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다음 각 목의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취급(매도·매수, 교환,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대행) 중에서 매매와 교환이 아닌 '이전'이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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