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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개발자로 대변되는 인디 개발자와 그들이 모여있는 인디씬. 그들에게 2016년은 여느 해보다 빛이 났던 한해였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화려함 이면에 감춰진 불행의 씨앗도 서서히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인디 게임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이 케케묵은 담론에 불과하다. 굳이 설명한다면 개인마다 생각의 다름이 존재하고, 관점에 따라 인디를 수학 공식처럼 만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메이저와 인디씬으로 구분한다. 규모의 경제를 언급할 때는 메이저, 다양성과 실험을 논할 때는 인디씬이 좋은 양념이자 사례로 등장한다.

국내 인디씬도 이전과 달리 개발자 네트워크가 탄탄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실전이라는 단어가 누군가는 실험으로 누군가는 실습으로 받아들여 양산형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양산형의 좋은 의미는 스타일이다. 메이저처럼 특정 장르나 스타일이 유행하면 인디씬도 이와 비슷한 게임이 우후죽순 등장한다. 특히 시대 분위기와 맞물려 트래픽에 편승하여 수준 이하의 게임을 출시하는 것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상성에 따른 속성 관계, 강화와 진화, 승급과 초월, 결투장과 레이드, 실시간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의 확장, 1인 액션과 팀플레이,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으로 점철된 반복적인 플레이 등은 지금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모바일 액션 RPG의 단면이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키우기와 클리커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같은 범주에서 본다면 소재만 다를 뿐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비슷하다. 단적으로 소재가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플레이의 패턴이 일정해진다. 이는 인디에서 신선함과 독창성이라는 가장 큰 경쟁력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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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지나치면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인디게임의 평가와 잣대가 이전보다 역풍을 불러온다. 일종의 피로도처럼 쌓인다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많은 인디게임은 위기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반문한다. 시간, 인력, 자금이라는 환경의 제약으로 개발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다만 인디게임도 게임이며, 게임은 곧 기획 상품이다.

누구도 게임을 예술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비교한다면 6시그마에 의해 공장에서 찍어내는 양산형에 맞서는 가내수공업의 수제 제품으로 독특함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게임업계의 양극화, 국내 인디씬은 이러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았으면 한다. 

국내 인디씬에 위기가 찾아온다면 게임 출시가 줄어드는 시점이 아니라 선입견이 생기는 시기다. 

"요즘 등장하는 인디게임도 예전이나 다를 게 없네", "인디게임이라 해놓고 정작 게임은 양산형이네", "이거 카피 아냐? 어떤게 새로움?" 등의 반응이 하나둘씩 생긴다면 상황은 바로 역전된다.

2017년은 메이저만 겨누었던 불편한 솔직함을 인디씬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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